김치 요리 입문

20.02.28(금)

by 어깨아빠

이제 시윤이도 '코로나19'를 알 정도다.


"아빠아. 나디오(라디오)에서 코오나 이구(코로나 19)다고 해떠여엉"

"아빠아. 학딘다가 많아더여엉?"


점심에는 아내가 카레를 만들어서 다 함께 먹었다. 소윤이는 물론이고 이제 시윤이도 김치를 곁들여 먹게 됐다. 그냥 한두 번 맛보는 정도가 아니라 숟가락질할 때마다 김치를 올려 먹는 단계에 이르렀다. 확실히 누나가 있으니 도전 의지가 좀 더 생기나 보다. 밥에 김치를 올려 와구와구 먹는 소윤이, 시윤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뭐라 표현하기 힘든 흐뭇함이 차오른다.


아내는 어제 내가 커피 사 먹은 얘기를 하며 자기도 '맛있는' 커피가 먹고 싶다고 했다. 점심 먹고 나서는 잠깐 나갔다 오기로 했다. 날이 흐리고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산책은 불가능했다.


애들 옷을 갈아입히고 시윤이 머리에 왁스를 발라줬다. 어제 자른 머리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왁스질이 필수다. 나도 머리에 왁스를 발랐다. 아주 잠깐 카페에 다녀올 뿐이었지만 최대한 외출의 기분을 만끽하려는 노력이었다. 뇌의 착각도 유발하고.


'우리 외출하고 온 거야. 그러니까 답답하다고 나대지마'


처음에 가려던 카페는 30분 뒤면 문을 닫을 거라고 해서 다른 곳으로 갔다. 다행히(?) 다른 손님은 없었다. 한 시간 정도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하루 종일 집에 있었던 소윤이와 시윤이의 에너지를 발산하기에 카페가 적합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잠시라도 집을 벗어났다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는 쿠키를 사줬다.


저녁은 김치부침개였다. 아내는 좀 쉬게 하려고 내가 만들었는데 아내는 딱히 쉬지 않았다. 청소기 돌리고 빨래 개고 애들 치다꺼리하고. 차라리 부침개 만드는 게 더 편할 뻔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김치 부침개를 잘 먹을지 아닐지는 검증된 바가 없었다. 조금씩 먹어본 적은 있어도 주 요리로 (김치 부침개로 배를 채워야 하는) 먹었던 적은 없었다. 매운 걸 잘 먹는다고 해도 대부분 김치였다. 가끔 떡볶이 같은 걸 먹으면 두어 개 먹고는 맵다면서 더 먹지 못했다. 그래도 김치 부침개는 엄청 매운 편이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나 소윤이는 문제없었고, 시윤이는 처음에는 맵다면서 그만 먹을 것처럼 하더니 어느새 맛을 알았는지 끝까지 잘 먹었다. 둘 다 부침개 속에 든 오징어를 무척 좋아했다. 롬이가 태어나면 어차피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 매운 걸 먹을 때는 애들 음식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돼서 편해지겠다. 김치 부침개, 김치볶음밥, 고춧가루 넣은 두부조림, 매운 향이 조금 들어간 여러 요리 등등. 뭐 롬이가 나와도 한동안은 모유나 분유를 먹을 테니.


저녁을 먹은 뒤에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맛을 위해 기름을 잔뜩 붓고 부쳤더니 온 그릇에 기름 천지인 설거지부터 소윤이와 시윤이 샤워에 은근히 체력 소비가 큰 소윤이 머리 말리기까지. 땀이 쪼르륵 흘렀다.


아내는 오늘 유독 숨이 차다며 큰 호흡을 많이 내쉬었다. 다른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었다. 이제 배가 정말 많이 불러서 숨 쉬는 것조차도 어려운 일이 된, 만삭의 임산부라 그런 거다.


"하아. 이제 진짜 체력의 한계가 왔나 봐"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있을 때 코로나 사태가 터져서. 안 그랬으면 아내의 체력과 정신력은 진작에 바닥났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