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본 롬이

20.03.28(토)

by 어깨아빠

롬이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었다. 이제 다음 주면 롬이가 태어난다. 뱃속에 있는 롬이를 보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걸 아는지 롬이는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법 또렷하게 보여줬다. 역시나 아무리 봐도 자기 오빠의 입술을 닮은 것 같다. 롬이를 만날 날짜를 확정했다. 4월 4일 토요일. 딱 일주일 뒤다. 그전에 특별한 상황(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자연 분만이면 상관없지만 거꾸로 있는 롬이에게는 다 긴급 상황이니까.)이 아니면 다음 주 토요일이다. 가장 아쉬운 건 소윤이와 시윤이가 함께하지 못하는 거다. 하긴 수술이라 나도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아내는 조금씩 두려워하고 있다. 감히 내가 이해하거나 위로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 별다른 말을 보태지는 않고 있다. 아내는 조리원을 취소했다. 걱정이다. 가뜩이나 수술이라 회복이 더딜 텐데 집에서 온전한 조리가 가능할까 모르겠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알고 있다. 불가능하다. 미봉책이지만 원래 조리원에 있기로 한 날까지는 소윤이와 시윤이를 양쪽 부모님께 최대한 맡겨 보려고 한다. 그것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그래도 아내를 조금이라도 쉬게 하려면 일단 아이들이 안 보여야 한다. 아내 주변의, 조리원이 아닌 집에서 조리를 한 경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택 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집안일이다. 눈에 보이면 안 할 수가 없다는 거다. 집안일을 만들어 내는 일등공신인 아이들을 잠시 떨어뜨려 놓는 게 아내와 내가 선택한 임시방편이다. 너무나 예쁠 거 같은데 너무나 힘들 거 같다. 아내가 세 번째 출산이지만 가장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도 아니까 더 무섭다. 롬이의 이름은 서윤이가 될 거 같다. 끝을 '윤'으로 통일하면서도 가운데는 'ㅅ'이 들어가지만 받침은 없어야 하는, 나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이름이 거의 없었다. 회사에는 아직 출산휴가 얘기를 꺼내보지 못했다. 그동안 선례가 있었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정당한 권리고 내 가족이 우선이니 배째라는 식으로 난 쉬겠다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이 죽일 놈의 대한민국 조직 노동자 근성은 쉽게 버리기 어렵구나. 아무튼 난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기도한다. 부디 무사히 태어나길. 그 누구도 탈이 나지 않고 멀쩡히 지나길.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 시기에 태어나는 롬이가 무사하길. 큰 일을 세 번이나 겪는 아내도 제발 무사하길.

롬이야. 오늘이 마지막이었단다.

다음 주에는 서윤이라고 불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