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슬픔

20.04.07(화)

by 어깨아빠

아내 얼굴의 붓기가 많이 빠졌다. 환자복 벗고 일상복 입고 나가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 같다. 대신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수유를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롬이가 빠는 부분이 갈라지고 상처가 생기면서 아프다고 했다. 처음 롬이에게 물릴 때는 온몸에 힘을 빡 주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고통을 참아야 할 정도라고 했다. 수유를 하고 나온 아내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힘들었는지 개미 코딱지만큼 짐작이 된다.


젖이 돌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뭉침이 생기니 그것도 힘들다고 했다. 경험해 보지는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격렬한 운동 뒤에 느끼는 근육통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가슴이 뭉치는 걸 해결하려면 롬이한테 물려야 하는데 롬이한테 물리는 건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거다. (실제로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면서 두 가지 고통을 모두 감당하고 있다.)


"많이 아파?"

"괜찮아?"

"많이 힘들어?"


나도 딱히 힘을 보태거나 할 말이 없으니까 자꾸 저런 질문을 하긴 하는데 사실 별로 좋은 질문은 아니다.


"아이 진짜. 짜증나게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그럼 아프지 안 아파!!! 저리 가 쫌!!!!"


아내가 이렇게 대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아내는 힘없이 "응. 그냥 좀"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아내는 하루 종일 힘이 없다. 흥이 없다. 웃음이 없다. 아내 웃겨주는 건 자신 있는데 웃으면 배가 아파서 그러지도 못하고. 저녁에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보통 나랑 싸울 때 그렇게 운다(자주는 아니고).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아니 이유가 있는 건가. 그냥 누워서 울고 애들 사진이랑 동영상 보면서 울고 좀 진정이 됐나 싶으면 또 울고.


"여보. 걱정하지 마. 별일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야"


아내의 말에 답이 있다. 아니 답이 없는 건가. 내 경험으로는 그냥 옆에서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나은 거 같다. 어쨌든 아내는 날 귀찮아하지는 않으니 (만약 아니라면 아내는 정말 내색을 하지 않는 거...) 옆에서 자리를 지키다가 아내가 말하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내 안위를 위해서 그러는 건 아니고 아내한테 그게 제일 나은 듯하다.


가슴 마사지를 예약하려고 전화했는데 그분께서 조언을 해주셨다. 지금은 일단 연고를 바르고 수유를 중단하는 게 차라리 좋을 거라고. 상처가 좀 아물고 회복된 다음에 하는 게 나을 거라고. 아내가 통화하는 걸 들으면서 생각했다.


'가영이는 수유를 멈추지는 않을 거 같은데'


아내는 조금 고민하더니 일단 내일까지는 수유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다음 집에 가면 중단하든지 하겠다고.


물리면 너무 아프니까 그만하고 싶은데 또 엄마 젖 못 먹는 서윤이 생각하면 그게 또 그렇게 안쓰럽고. 그러다 소윤이, 시윤이 생각나서 사진 보면 또 눈물 나고. 그러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힘든 걸 하고 있나 생각하면 눈물 나고. 한 번씩 거울에 보이는 자기 모습 보면 저게 누군가 싶어서 눈물 나고. 내가 추측한 아내의 현재 생각 회로다.


거기에 몇 평 안 되는 작은 공간에 하루 종일 누워있다시피 하니까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바이러스가 창궐했다지만 어쨌든 바깥에는 꽃이 폈고 산뜻한 바람이 부는데 여기서는 그걸 느낄 여지가 없다. 그냥 철저하게 산모요 환자다.


강소윤, 강시윤, 강서윤. 진짜 엄마한테 잘 해라. 아빠가 그래서 이런 거 남겨 놓는 거야. 나중에 허튼 소리 하지 말라고. 알았냐? (응. 너부터...)


우울한 아내를 위해 얼른 어이없는 드립을 팡팡 쳐줘야 하는데 그럼 배가 당겨서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다. 아내가 곧 잔다고 했다. 자기 전에 마사지 한 번만 해달라고 했고. 얼른 오케하니 마사지하러 가야지.


여보, 힘내.


(아내가 오케하니 가 뭐냐고 물어봐서 첨언. 오케하니 마사지는 마사지를 하긴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자꾸 오케하는 거냐고 질문만 해대면서 마냥 주무르는 모습에서 착안한, 정통 '오케타니' 마사지의 야매 남편 버젼을 이르는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