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 인식 센서 가동

20.04.14(화)

by 어깨아빠

아내는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자기가 챙겨주지 않아도 아침(고구마와 달걀, 홍삼액)은 꼭 먹고 가라고. 군것질을 귀신같이 찾아 먹어도 밥은 은근히 혼자 안 챙겨 먹는(그래서 이런 몸뚱아리가 됐...) 나지만 아내의 명을 받들어 잘 찾아 먹었다. 새벽에 서윤이 우는소리에 한 번 깨서 그런가 많이 졸렸다(난 겨우 한 번, 아내는 2시간에 한 번). 출근 시간이 거의 다 됐을 때 방 안의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여보. 나갔어요? 나 깼는데 인사하고 가용]


조용히 들어가서 아내랑 인사를 나누고 출근했다.


등기 우편 받을 게 있었는데 우체국 배송 기사님에게 먼저 전화가 왔다. 오늘 등기가 갈 건데 집에 있냐고 물으셔서 아내가 대신 받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있으니 너무 시끄럽게 두드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릴까 하다가 말았다. 아내에게는 등기가 갈 테니 받아달라고 말을 해놨다. 퇴근하고 아내의 말을 들어보니 우체국 아저씨가 문을 너무 쾅쾅 두드려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그것 때문에 서윤이가 깨고 그러지는 않았다).


퇴근해서 보니 도우미 이모님께서 해놓고 가신 반찬이 있었다. 맛있었다. 음식 솜씨가 탄탄한 게 느껴졌다. 음식이 맛있으면서도 자극적이지는 않았다. 고작 이틀이지만 좋은 분을 만난 거 같다. 다행이고 감사하다.


롬이는 아직 사물(나 포함)을 정확히 보지 못한다고 한다. 정확한 지식은 아니고 아내가 그렇게 얘기해 줬다. 그저 흑백의 어떤 형태가 움직이는 정도로만 보인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가 보내주는 사랑은 크고도 큰데 아기가 보낼 수 있는 반응이라고는 울음뿐인 거다. 얼른 알아보고 반응도 해주고 아는 체도 해주고 그러면 좋겠다(한편으로는 그런 반응이 없으니 고된 시기가 되기도 하는 거고).


서윤이를 안고 이리저리 슬렁슬렁 움직이는데 서윤이가 내 머리를 따라 눈을 움직였다. 맙소사. 드디어 첫 반응이라니. 착각인가 싶어서 천천히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였는데 고개까지 돌려가며 따라왔다. 물론 아직 눈에 보이는 덩어리가 아빠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의 행동에 답장이 왔다는 게 중요하니까.


서윤이는 눕혀 놓는 것과 안아주는 것도 구분을 하는 듯했다. 더불어 앉아서 안아주는 것과 서서 안아주는 것도. 이건 소윤이, 시윤이 때도 경험했지만 그때도 참 신기했다. 아니 이렇게 조그만 녀석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안아주는 걸 더 좋아하는 것이며 앉았는지 섰는지는 또 어떻게 알아차리는 건지. 막 울다가도 안아주면 뚝 그치고 막 울다가도 일어서면 뚝 그치고. 하나님께서 반대로 지어주셨어도 괜찮았을 텐데. 막 울 때 내려놓으면 그치고, 앉으면 그치고. 이렇게.


퇴근하는 길에는 소윤이, 시윤이하고 통화도 했다. 시윤이는 짜증을 가득가득 담아 울고 있었다. (내) 엄마의 설명을 들어 보니 거의 6시가 다 돼서 잠들었길래 조금만 재우고 깨웠더니 그러는 거라고 했다. 시윤이는 통화 내내 그랬다. 내 일이었으면 짜증이 좀 났을지도 모르는데 남(엄마)일이라 그런가 마냥 귀여웠다.


"소윤아"

"네"

"소윤이는 아빠랑 엄마 안 보고 싶었나 봐"

"아닌데"

"그런데 전화도 안 하고 카톡도 안 하던데. 안 보고 싶었던 거 아닌가"

"아닌데"

"진짜 아니야?"

"네. 당연하져"

"아닌 거 같은데"

"아니에여"

"그래. 알아, 장난이야. 할머니, 할아버지랑 마지막 밤 잘 보내고 내일 보자?"

"네. 아빠"


까랑까랑한 소윤이 목소리를 들으니 웃음이 절로 났다.


내일이면 소윤이, 시윤이도 복귀(?)하고 진정한 세 아이 육아가 시작된다. 물론 앞으로 '진정한' 육아의 기회는 무수히 많다. 내가 출근하고 없는 목요일이 아내에게는 '진정한' 세 아이 육아의 시작일 테고. 도우미 이모님이 더 이상 오지 않을 5월 중순이 되면 또 '진짜 진정한' 세 아이 육아가 시작될 테고.


소윤아, 시윤아, 서윤아. 덤벼ㄹ.. 아니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