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4(금)
아내가 오전에 카톡을 하나 보냈다.
[여보 생각날 때 날 위해 마음으로 기도해줘용
어제 나는 수유하고 2시까지 못 잤음
먹이고 바로 응가해서 닦아주고 나니 배가 눌렸는지 먹은 거 그대로 다 넘겨서 ㅠ
다 처리하고 다시 먹이고 하다 보니까
그리고 새벽에도 2-3시간마다 깨서 헤롱헤롱~~
그 와중에 여보 가고 얼마 안 있어서 둘 다 깨 가지고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용�
몸이 피곤한 것보다 애들 때문에 힘들다는 마음이 자꾸 들어서 너그럽게 대하기가 어렵네 ㅠㅠ
내 힘이 아니라 주님이 주시는 힘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을 수 있도록 기도해줘요-!]
간밤의 소란으로 나는 잠을 설쳤지만 아내는 아예 못 잔 거나 다름없었던 거다.
'내'가 일기를 쓰다 보니 너무 건조하게 서술하는지도 모르지만, 사실 저게 아내의 일상이다. 갓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들의 일상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면 난 아내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7년을 살면서 그리고 두 아이를 기르는 걸 보면서 아내가 생각보다 강인하다는 걸 느꼈다. 남편인 나도 훗날의 안위나 평가를 위해 처세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아내를 위해서 처신하고 있기 때문에 아내는, 우리는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반면 늘 경계한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나도 아내도 사람이고 인생에 그런 일은 즐비하니까.
오늘부터 교회 금요 기도회가 다시 시작됐다. 반주를 맡은 게 있어서 가야 했다.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아내는 소윤이와 시윤이에 한해서는 모든 걸 끝낸 상태였다. 밥도 먹이고 씻기기도 하고(감사하게도 소윤이와 시윤이는 도우미 이모님께서 씻겨주셨다고 했다. 도우미 이모님의 정확한 이름은 '산후관리사'이고 산모인 아내와 서윤이만 돌보도록 되어 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는 밥 정도만 차려 주셔도 그만인데 너무 잘해 주신다). 무리하지 말라니까 왜 그랬냐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나도 교회에 가서 없을 텐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일찍 재우는 게 나으니까 그렇게 했을 테니까. 아내와 세 남매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게 7시 20분쯤이었고 9시 30분쯤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막내딸은 이제야 겨우 잔다]
소윤이는 서윤이가 울어서 안고 나가는 아내를 보며 또 많이 울었다고 했다. 요즘 소윤이가 자주 그런다. 다 끝나고 고요한 거실에 앉아 그 마음을 헤아려 보면 참 안쓰러운데 막상 그 순간에는 짜증부터 날 때가 많다. 아내도 그랬다고 했다.
교회에서 아내를 위해 기도하는데 눈물이 많이 났다(원래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기도할 때 많이 울기도 해요). 거의 흐느끼다 왔다.
"여보. 괜찮아?"
"어. 난 그래도 다시 멘탈을 회복했어"
"진짜? 어떻게? 언제?"
"서윤이 재우고 난 다음부터?"
"다행이네"
서윤이는 거실 한가운데서 자고 있었다. 곤히 자는 서윤이를 곁에 두고 아내랑 한참 수다를 떨었다.
아내도 오래 살고 나도 오래 살아야 한다. 무너지려고 할 때 서로 잘 받쳐 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