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피곤하고 지금도 피곤한데

20.05.10(주일)

by 어깨아빠

다들 10시까지 잤다. 매우 오랜만이었다. 온 식구가 이렇게 늦게까지 잔 건. 물론 아내와 서윤이는 여기서도 예외였다. 원래는 아침부터 먹었어야 했는데 예배 시간이 임박한 덕분에 아침은 거르고 예배부터 드렸다. 다행히(?)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배가 고프다며 어쩔 줄 모르는 사태는 없었다.


점심에는 어버이날을 맞아(이틀이나 지났지만) 처가 식구들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장시간의 외출이 불가능한 아내와 서윤이를 위해 어디 나가지 않고 집에서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예배가 끝나고 간단하게 배고픔만 달래줄 생각이었는데 그러기에는 배도 너무 고팠고 아내가 만들어준 간단한 주먹밥이 너무 맛있었는지 정식 점심 식사처럼 먹었다.


난 어제부터 갑자기 오른쪽 아랫니가 아프더니 오늘 낮에는 고통이 심해졌다. 점심 메뉴는 초밥이었다. 아직 날 것을 먹지 못하는 아내와 소윤이, 시윤이는 따로 카레를 주문했다. 아내 스스로는 회나 초밥을 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날 음식을 먹는 자신을 보면 걱정(아내가 느끼기에는 때때로 잔소리)을 한 아름 풀어놓으실 장모님을 생각해 자제했다고 했다. 사실 나도 괜히 걱정이 되긴 한다. 먹어도 된다는 걸 알긴 알지만 괜히 탈 나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난 그 연하고 부드러운 생선 살도 못 씹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아마 아내랑 둘이 평범하게 먹는 식사였으면 그냥 걸렀을 거다. 물을 마셔도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케이크에 초를 꽂고 '어버이 은혜'를 불렀다. 어버이 은혜로 하사된 케이크에 소윤이와 시윤이는 흥분했다. 밥 먹을 때는 답답해서 속이 터지는 꼴을 보고 싶어서 저러나 싶었던 시윤이도 손과 입에 모터를 단 듯 기민하게 움직였다.


"시윤아. 밥 먹을 때는 힘들다면서 케이크는 잘 먹네?"

"아니이이. 이거늠 께이끄니까 그러져어엉"


밥 먹고 나서는 어제 갔던 카페에 또 갔다. 다 함께. 우리(혹은 나)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애들을 데리고 한 번은 밖에 나가야 했다. 어제 약속한 게 있었다.


"내일은 꼭 밖에 나가서 킥보드 타자"


카페 근처에 자그마한 공원(혹은 잘 꾸며진 공터)이 있으니 거기서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라고 할 생각이었다. 문득 너무 우리(혹은 나) 위주의 이동이었나 싶었지만 이미 결정하고 출발한 뒤였다.


아내랑 서윤이도 함께였다. 아직까지는 서윤이가 밖에 나오면 대부분 자기 때문에 오히려 괜찮다. 서윤이의 방해(?)만 없으면 아내에게도 좋다. 평일 내내 갇혀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테니 틈만 나면 나와야 한다. 틈이 안 나도 만들어서 나와야 할 판이다.


나와 형님(아내 오빠), 장인어른은 커피만 받아서 곧장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소윤이는 자전거를 타면서 자꾸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삼촌한테 그랬다가 나한테 그랬다가 할아버지한테 그랬다가. 소윤이는 놀 때도 소윤이 특유의 색을 드러낸다.


집에 와서는 소윤이와 시윤이 샤워를 해줄 생각이었다. 너무 피곤했다. 어제 사무실 이사의 여파인지 치통의 여파인지 아니면 그냥 만성 육아의 피로인지. 우는 서윤이를 달래기 위해 잠시 품에 안고 앉아 있었는데 잠이 쏟아졌다. 점점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 소파에 누워버렸다. 잠든 서윤이는 내 배 위에 올렸다. 서윤이 때문에 엄청 깊이 자지는 못했는데 뭔가 기분이 좋았다. 서윤이가 숨을 쉴 때마다 몸이 들썩이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과연 서윤이는 아빠의 냄새와 느낌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했다.


아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겼다. 다시 역할을 바꿨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나에게, 서윤이는 아내에게. 애가 셋이 되고 나니 특별히 누가 쉬고 안 쉬고가 없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한 묶음(?)이기 때문에 소윤이와 시윤이만 있을 때는 한 명이 그들을 맡으면 나머지 한 명은 잠시라도 휴식이 가능했다. 이제는 그게 안 된다. 특히 아내는 서윤이에게 많은 걸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더욱. 가끔 소윤이나 시윤이가


"오늘은 엄마랑 자고 싶다"


고 얘기하면 습관처럼


"엄마도 쉬셔야지. 아빠랑 자자"


이렇게 대답하는데 사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 어쩌면 재운다고 누워 있는 게 더 쉬는 걸지도 모른다. 철저히 아내의 결정에 따르고 있다. 거의 대부분은 비슷하지만.


소윤이와 시윤이를 재우고 거실에 나왔을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서윤이는 소파에 누워 곤히 자고 있고 아내는 여유롭게 간식을 먹는 모습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광경은 몇 번 본 적이 없다. 인간 바운서가 되어 서윤이를 안고 이리저리 반동을 주는 아내의 모습은 많이 봤다. 이때는 휴식이 가능하다. 잠시라도 내가 서윤이를 받아서 안고 있으면 아내는 그제서야 기지개를 크게 켜며 뒤틀린 온몸을 편다.


그렇게 서로 주고받고 하며 재우고 달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취침 두 시간 전, 한 시간 전이 되곤 한다. 요즘 가끔 후회가 된다. 시윤이 때도 비슷했던 거 같은데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다고 징징댔을까. 뭘 해도 웃음으로 돌려받는 서윤이랑은 좀 달랐던 시윤이한테 아주 조금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