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육아

20.05.12(화)

by 어깨아빠

도우미 이모님은 이번 주까지만 오신다. 아내는 나에게 차를 두고 가라고 했다(정확히 말하면 작은 차는 두고 가고 큰 차를 가지고 가라고). 이모님 계실 때 소윤이, 시윤이를 데리고 어디라도 나갔다 와야겠다면서. 3호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는 때이지만 가끔씩 고개를 들어 정신을 차려 보면 엄마, 아빠만큼이나 열심히 살고 있는 1호, 2호가 보인다. 이모님이 안 오시면 당분간은 낮에 외출하는 건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 될 테니 이번 주가 마지막 기회인 셈이었다.


오후쯤 아내에게 카톡이 왔는데 애들이랑 데이트는 못하고 서윤이 예방접종하고 왔다고 했다. 대신 애들도 함께. 이모님도 함께. 비록 엄마하고만 간 건 아니었어도 어쨌든 오랜만에 엄마가 운전하는 차 타고 멀리(도 아니지만) 다녀온 게 좋긴 했나 보다. 퇴근한 나에게 소윤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 엄마도 얼른 큰 차 운전 연습해 주세요. 빨리 엄마가 운전하는 큰 차 타고 싶어여"


난 퇴근길에 치과에 들렀다. 아팠던 이는 신경이 문제였고 신경치료를 했다. 잇몸에 마취 주사 놓는데 엄청 아팠다. 소윤이가 생각났다. 소윤이도 나랑 비슷한 치료를 했었다. 그때 소윤이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소윤아. 잠깐 따끔한 거야. 하나도 안 아파. 울지 말고 잘 참아"


안 아프긴 무슨. 마취 주사 맞고 마취되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취제가 들어가서 그런가 싶어서 간호사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저기, 마취제 들어가면 원래 손이 좀 떨리기도 하나요?"

"아, 아니요. 지금 긴장을 많이 하신 거 같아요. 긴장 푸시고 기다리세요"


역시. 사람은 그 입장이 돼봐야 한다.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도 윙윙 지직 지직 하는 듣기 싫은 소리와 이를 갈아낼 때 특유의 냄새가 퍼졌다. 또 소윤이가 생각났다.


"소윤아. 괜찮아.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마취해서 하나도 안 아프잖아"


안 아픈 것과 기분이 별로인 건 별개다. 치괴 치료를 모두 마치고 나서도 소윤이 생각이 났다. 신경치료 한 곳의 틈을 메우기 위해 뭘 발라놨는데 거기 자꾸 혀를 갖다 대고 싶었다. 소윤이도 치료를 마쳤을 때 치료한 쪽에 자꾸 혓바닥을 갖다 댔다. 그때마다 난 이렇게 얘기했다.


"소윤아. 자꾸 혀 갖다 대지마"


소윤아, 아빠도 해 보니까 자꾸 혀가 지멋대로 가더라. 혹시라도 다음에 소윤이가 또 치과 치료를 하게 되면 그때는 더 공감해 줘야지.


치과 치료는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집에 가니 애들은 이미 밥을 다 먹은 건 물론이고 잘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야말로 바로 들어가서 자기만 하면 되는 상태까지. 나도 얼른 손, 발만 씻고 바로 옷을 갈아입은 뒤 애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아침에도 못 보고 출근했으니 오늘 소윤이, 시윤이와의 만남은 잠들기 전 10여 분이 끝이었다. 그렇다고 더 시간을 보내기에는 나도 피곤하고 아내는 더 피곤하고. 애들도 피곤하고. 모두를 위해 아쉬움은 잠시 접고 실리를 택하는 게 맞았다. 그나마 애들은 자면 끝이지만 아내와 나는 서윤이와의 연장전까지 치러야 하니 더더욱.


서윤이는 얼마 남지 않은(곧 잘 시간이니) 엄마와 아빠의 개인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꽤 오래 얌전히 잤다. 너무 잘 자면 괜히 불안해진다. 불안해도 누려야 한다. 서윤이 키우는데 공식이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