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7(주일)
정말 오랜만에 애들을 데리고 교회에 갔다. 그래도 참 다행인 건 소윤이와 시윤이는 마스크를 꽤 잘 쓰는 편이다. 나만 해도 오래 쓰고 있으면 답답하던데 소윤이와 시윤이는 군말 없이 한참을 쓴다.
"소윤아, 시윤아. 교회에서 예배드릴 때도 마스크는 못 벗어. 알겠지?"
"네"
첫 예배를 드리러 온 아기도 있었다. 집에 있는 서윤이 생각이 났다. 서윤이의 첫 예배이자 아내의 출산 후 첫 예배를 언제쯤 드릴지 의논 중이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오늘 첫 예배를 드린 그 아기도 그렇고 우리 서윤이도 그렇고 그야말로 corona generation 이다. 아니 mask generation 인가.
"아빠 밥은여?"
"음, 집에 가서 먹자"
"왜여?"
"아직 교회에서 먹는 건 좀 그래"
"코로나 때문에?"
"응"
글쎄. 그저 여러 명이 배식받아 먹는다는 것만으로 교회에서 먹는 게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위험한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교회는 자리도 줄이고 방향도 한쪽으로만 향하도록 바꿨다고 했다. 예배를 마치고 카페에도 들렀다. 과연 카페가 교회 식당보다 안전한가에 관한 확신은 없다.
어쨌든 외출이었으니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조금 더 귀가 시간을 늦춰주려는 의도, 아내가 조금이라도 더 편히 시간을 보내게 하려는 의도로 카페에 들렀다. 서윤이와 함께 있는 이상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1호, 2호까지 함께 있는 거보다는 어쨌든 낫지 않을까 싶다. 큰마음(?) 먹고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아이스 초코도 사줬다. 물론 각각 한 잔은 아니었다. 쿠키도 사 줬다. 아내랑 나도 고생이지만 소윤이랑 시윤이도 못지않게 고생하고 있으니까. 그 나이에 고생이랄 게 다른 게 없다. 엄마, 아빠 손길이 줄어들면 그게 몸 고생, 마음고생인 거지.
오후에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오셨다. 내가 축구하러 가기 전에 오셨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도착하기 30분 전쯤 전화로 집에 오고 계시다는 걸 알려주셨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뜬금없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등장 예고에 놀라움과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오시기 전에는 나더러 축구하러 가지 말라고 난리더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타나자 멀찍이서 인사했다.
"아빠. 잘 갔다 와여"
축구를 끝내고 집에 왔을 때는 다들 저녁 먹으러 가고 아무도 없었다. 아내와 장모님, 시윤이가 먼저 귀가했다.
"소윤이는?"
"아, 그 바이킹 타고 싶다고 해서 아빠가 한 번 태워준다고 하셨나 봐. 그거 타고 온다고 했어. 우리는 먼저 왔고"
시윤이는 자기는 무서워서 안 탈 거라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잠시 후 소윤이와 장인어른도 집에 돌아왔다.
"아빠. 저 바이킹 탔어여"
"우와. 진짜?"
"저 이번에는 혼자 탔어여"
"그래? 재밌었어?"
"네. 너무 재밌었어여"
"안 무서워?"
"하나도 안 무서운데여?"
소윤아, 아빠는 그 바이킹이 무너질까 봐 그게 무섭다. 그거 안전 점검이나 제대로 받겠니. 어쨌든 소윤이는 잔뜩 신나고 흥분한 표정이었다. 본인의 바이킹 무용담을 설파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가시고 곧바로 취침(재우기)에 돌입했다. 워낙 졸릴 테니 재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에게도 맹렬히 달려드는 잠을 떨쳐내는 게 어려웠지. 거실에 나오니 서윤이와 아내도 잠을 사이에 두고 사투 중이었다. 자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눕혀도 가만히 울지 않고 있기를 바라는 자와 누워있는 건 싫으니 안아달라며 우는 자의 밀고 당기기.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기저귀가 찝찝한 것도 아니고, 어디 속이 아픈 것도 아닌데 울고, 그래서 안아주면 그치는 건 의심할 여지없이 안아달라는 거겠지? 언니는 바이킹 타고 서윤이는 손 타고.
그래도 요 며칠 서윤이가 통잠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잠들면 새벽 3-4시까지는 쭉 잤다. 그래, 잘 하고 있다. 아무리 엄마, 아빠가 널 예뻐해도 수면 부족 앞에서는 장사 없는 거야.
오늘도 11시쯤 눕혔는데 깨지 않고 잘 자고 있다. 아내도 자고.
오늘은 특히 그래야만 한다. 내일부터 도우미 이모님 없는 평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