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의 육아

20.05.24(주일)

by 어깨아빠

오늘도 아내와 서윤이는 집에 남고 나와 소윤이, 시윤이만 교회에 갔다. 예배에 익숙하지 않으면 어른들도 견디지 못하는, 좀이 쑤시는 게 예배 시간인데 소윤이와 시윤이는 잘 드리는 편이다. 사실 목사님 설교 시간에는 나나 아내도 졸 때가 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이제 고작 6살, 4살인데 그 긴 시간을 떠들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 다만 소윤이는 오늘 설교 시간 마지막쯤에 너무 크게 소리를 내며 하품을 했다.


"하아아아암"


아무런 의도 없는 순수한 하품이었을 테지만 좀 민망했다. 예배 시간에는 그렇게 시끄럽게 하품하면 안 된다고 했더니 그게 서운했는지 울먹거렸다. 눈물이 많아진 소윤이.


교회 창립 25주년인 날이라 점심 반찬으로 불고기와 잡채가 있다고 했다. 집에 가서 밥 차려 먹이는 것도 성가시고 빨리 가 봐야 아내한테도 좋을 게 없고 그래서 교회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동그랗고 넓적한 접시에 밥과 반찬을 모두 떠서 먹어야 했다. 평소에는 국밥이라 소윤이와 시윤이가 스스로 먹는 게 가능했지만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소윤이는 밥만 자기가 떠서 먹고 반찬은 내가 올려줬다. 시윤이는 밥도 떠 주고 반찬도 떠 주고. 그 결과, 매우 행복하고 기쁜 식사 시간이 되었다. 얼른 먹어라 부지런히 먹어라 이런 소리 할 필요가 없었다. 시윤이는 떠 주면 떠 주는 대로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었다.


서윤이와 집에 있었던 아내는 그리 편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했다. 서윤이가 하도 울어서 계속 안고 있었다고 했다. 이럴 때는 소윤이와 시윤이가 있더라도 차라리 내가 함께 있는 게 낫다고 그랬는데. 서윤이가 어떻게 할지 예측할 수 없는 게 문제다. 하긴 서윤이 육아가 힘든 이유가 그거지 뭐. 언제 잘지 언제 깰지 한 치 앞도 알기 힘드니까 자도 불안하고 안 자면 힘들고.


다음 주에는 서윤이를 데리고 교회에 갈까 싶은데 아직 확실히 정하지는 못했다. 아내는 50일이 넘었으니 (누가 딱 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조금씩 외출을 시도하고 있다. 50일에 나오든 80일에 나오든 100일에 나오든 크게 차이가 있겠냐 싶은 생각도 들긴 한다. 한 1년 안 나오고 집에만 있으면 모를까. 왠지 다음 주에는 온 가족이 교회에 가지 않을까.


축구를 끝내고 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505호 사모님 집에 있다고 했다. 아예 저녁까지 먹는 중이라고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오기 전에 서둘러 샤워를 하고 기다렸다. 아내와 아이들은 금방 왔다. 저녁까지 먹고 왔기 때문에 간단히 씻기기만 하면 됐다. 아내는 나에게 서윤이를 안으라고 했다. 모든 선택권은 철저히 아내에게 있다. 1호와 2호를 맡을 건지 3호를 맡을 건지. 어떤 게 더 힘든지는 그때그때 다르다. 아내가 1호, 2호와 좀 떨어져 있고 싶을 때는 3호를 맡던가 아니면 집안일을 한다. 3호와 떨어져 있고 싶으면 나에게 3호를 안기고 1호, 2호를 맡던가 집안일을 하고.


소윤이와 시윤이를 재우고 나와서 저녁을 먹었다. 서윤이는 자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안아주면 자고 눕히면 깼다. 그걸 몇 번 반복했다. 나중에는 그냥 내가 계속 안고 있었다. 차라리 포기하면 편해진다. 서윤이를 재우고 이것저것 할 일이 있었지만 '그냥 내일 하지 뭐'라고 마음먹으면 된다. 물론 아내는 자기가 볼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난 천하의 몹쓸 축구인이었으니까). 아내는 원래 나한테 저녁 대신 치킨이라도 시켜 먹으라고 했었다. 괜찮다는데 몇 번이나 권했다. 아내가 아직 열심히(?)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집에 있는 반찬과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그러길 잘했다. 치킨 시켰으면 치킨 맛 다 떨어질 뻔했다.


서윤이는 아내와 내가 자러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내 품에 안겨 있었다. 힘들기도 했고 아무것도 못 했지만, 여전히 짜증이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셋이 차라리 덜 힘들다는 다둥이 부모들의 말에는 약간의 허세, 허풍, 혹은 나만 당할 수 없으니 너도 낚여봐라는 심리가 담겨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현실을 더 팍팍해질지라도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렇게 느낄지도 모른다. 포기하는 게 많아진다.


안 자면 안 자나 보다, 깨면 깨나 보다, 언젠가는 자겠지, 언젠가는 그치겠지.


아니, 포기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서윤아. 엄마, 아빠가 이렇게 포기하며 산다. 너도 좀 포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