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가 와도 힘든 이유

20.06.07(주일)

by 어깨아빠

처음으로 서윤이를 데리고 교회에 갔다. 맨날 집에서 내복만 입고 있으니 외출복이 별로 없었다.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외출복스러운 옷을 입혔다. 두 달 만에 온 가족이 함께 예배에 가는 거였다.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 예배를 드리러 가면 예배시간 중간에 나가서 목사님께 기도를 받는다. 다섯 식구가 모두 단 위로 올라갔다. 서윤이는 약간 비몽사몽이었다. 얌전히 안겨 기도를 잘 받았다. 감사, 감사, 또 감사. 서윤이를 보면 그 생각뿐이다. 기도 받을 때도 이 시국에 건강하게 무사히 크는 걸 생각하며 뜨거운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서윤이는 목사님께 안겨서 기도를 받고 다시 내 품에 오고 나서도 잤다. 그러다 갑자기 딸꾹질을 하면서 깨더니 토를 조금 했다. 내 옷에도 묻고 자기 옷에도 묻고.


"여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왜?"

"목사님한테 안겼을 때 토했으면 어쩔 뻔했어"

"아, 진짜. 그러네"


불과 5분 차이였다.


예배 시간 내내 서윤이를 안고 있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서윤이를 안고 있는 것도 버거워진다. 기껏해야 5-6kg 일 테고 소윤이, 시윤이에 비하면 깃털이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늙었다. 아직 20대라고 우겨도 인정받았던 소윤이 때에 비하면, 40대를 바라보는 30 후반이 되었으니까.


밥은 집에 와서 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예배가 끝나고 집에 가서 밥 차리고 먹일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찮았다.


"여보. 우리 그냥 교회에서 밥 먹고 갈까?"

"그럴까? 그래. 그럼"


가족이어도 한쪽 방향을 향해서만 앉는 게 규칙이었다. 아내와 소윤이 시윤이는 일렬로 쭉 앉았다. 난 서윤이를 안고 서 있었고. 아내가 먼저 먹었다.


"여보. 천천히 먹어. 천천히"


아내는 서윤이를 안고 선 나와 얼른 교대하려고 서둘렀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정성을 담아 갖춰 먹는 사람이 그렇게 먹으면 체한다. 게다가 겉모습만 분주하고 막상 큰 시간 단축도 없고. 난 괜찮으니 '제발' 천천히 먹으라고 권했다.


오후에는 (내) 엄마, 아빠가 오시기로 했다. 원래 엄마 혼자 내일 왔다가 하루 자고 모레 가시려고 했는데 아빠도 손주들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오늘 같이 오시기로 하셨다. 아빠는 오늘 가시고 엄마는 하루 자고 내일 가시고. 당연히 소윤이가 바라는 대로였고.


어제의 피로가 그대로 남아 있었는지 교회 다녀오고 나니 급격히 몸이 무거워졌다. 몸만 무거워지면 괜찮은데 마음도 표정도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소윤이와 시윤이한테도 다정스럽지 못하고. 거실에 누웠다가 참지 못하고 졸기 시작했다. 졸음이 금세 숙면으로 넘어가려는 찰나에 엄마, 아빠가 오셨다.


엄마, 아빠가 오셨으니 몸도 마음도 엄청 편하고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일단 내 마음을 가장 팍팍하게 만드는 건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유독 심해지는 소윤이의 불량(?)스러운 태도였다. 이건 어제도 비슷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우선 소윤이와 시윤이가 평소에는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나와 아내의 눈치를 보며 조심하던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했다. 그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그런 소윤이와 시윤이를 받아줄 뿐만 아니라 먼저 나서서 보호(?)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으니 평소처럼 가르치지 못하고 그대로 둬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고.


조금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면 엄마, 아빠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평소보다 더 선을 많이, 의도적으로 넘는 소윤이와 시윤이(특히 소윤이)를 보며 약이 오르고 분통이 터졌다.


'으. 저걸 진짜. 말 되게 안 듣네. 으으으으"


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열받을 일도 아니었다. 다 내가 잘못 가르쳐서 그런 건데 뭐.


밖에 나가서 저녁도 먹고 커피도 한잔했다. 서윤이가 내내 잠만 자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못 하고 서윤이만 안고 있어야 할 정도의 틈도 없지는 않았다. 서윤이가 그 정도면 적당한 편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아빠는 가시고 엄마는 남았다. 소윤이는 마지막 1초까지 쥐어 짜내며 할머니와 놀겠다는 심정으로 참 알뜰하게 시간을 썼다. 본인은 알뜰이지만 나 같은 옆 사람의 마음은


'아, 그만하고 좀 씻어라 쫌'


이었을 거다.


애들 재우는 것도 엄마가 했다. 서윤이도 자고 있었기 때문에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정숙을 요청했다. 당부를 하고 난 나왔다. (내) 엄마가 30분 넘게 안 나오길래 같이 잠드셨나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엄마는 다시 나왔다. 왜 이렇게 한참 걸렸는지 물어봤더니 소윤이랑 수다 떠느라 그랬다고 했다.


할머니가 그렇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