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애 좋은 부부

20.06.12(금)

by 어깨아빠

오늘도 장모님이 오셨다. 퇴근했을 때는 장인어른도 집에 계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피로도는 매우 높아 보였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한 주간의 피로가 쌓일 대로 쌓여서 한계치에 다다랐으니까. 거기에 요즘은 날씨까지 더워졌다. 한약을 먹고 있는 영향인지 우리 식구 가운데 더위를 제일 안 타는 아내는 요즘 부쩍 힘들어한다. 너무 덥다면서. 아내는 지치기 좋은 모든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 난 퇴근해서 저녁만 먹고 교회에 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장모님이 오신 덕분에 애들이 다 씻은 상태였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애들 양치를 시키는 동안 서윤이랑 놀았다. 서윤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놀았다. 조금씩 '반응의 맛'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서윤이를 안고 있었다. 서윤이는 안아줘도 울었다. 아내는 울어도 그냥 바닥에 내려놓고 늦지 말고 교회에 가라고 했다. 울어서 안 내려놓은 게 아니었다. 그냥 서윤이를 더 보고 싶었고 서윤이와 더 놀고 싶었다.


"아빠. 교회 가지 마여"

"왜"

"우리랑 놀아여"

"에이 그래도 아빠는 드럼을 쳐야 하니까 가야지"

"지난주에는 안 갔잖아여"

"아, 그건 엄마가 너무 힘드셔서 아빠가 특별히 한번 빠진 거지"

"전도사님한테 미리 얘기하고?"

"응. 대신 내일 주말이니까 아빠랑 실컷 놀자. 그래도 시간 빨리 가네. 지난주 토요일에 아빠랑 차 고치러 갔었잖아. 그게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아빠. 저는 시간이 엄청 천천히 가여"

"왜?"

"주말이 돼야 아빠랑 노는데 주말이 안 오니까여"

"그래? 아빠는 엄청 빨리 갔는데"

"엄마랑 아빠는 우리 보고 회사에서 일하고 그러니까?"

"그렇지. 바쁘게 보내니까"

"아빠도 주말이 좋아여?"

"그럼"

"왜여?"

"왜긴 우리 소윤이 시윤이랑 실컷 놀잖아"


거짓말은 아니다. 진심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주말이 더 좋다. 거짓말은 아닌데 훨씬 아름답게 포장된 듯한 이 느낌은 뭘까.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9시 전에 셋 다 재우고 나옴]


역시 서윤이는 이제 확실해졌다. 덕분에 아내도 고요한 거실에서 홀로 잉여로운 시간에 흠뻑 젖었을 거다. 물론 아내는 남편인 나를 참 좋아하고 같이 있고 싶어 한다. 그래도 모든 걸 끝내고 혼자 거실에 앉았을 때야 느껴지는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가 있을 거다. 아내가 음주하는 사람이었으면 손에 살얼음이 낀 캔맥주 하나가 들려 있었을 거고.


캔맥주 대신 아이스커피를 사 갔다. 쉴 만큼 쉬었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그 늦은 시간에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여보. 그냥 둬. 이따 내가 할게"

"아니야. 여보도 피곤하잖아"

"여보. 앉아서 좀 쉬라니까"

"괜찮아 조금밖에 없어"


조금밖에 없다더니 물소리, 그릇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여보. 아직도 해?"

"어. 하다 보니까"

"아이 그만하라니까"

"내가 안 하면 여보가 하잖아"

"좀 하면 되지. 앉아서 쉬라고. 말 되게 안 듣네"

"거의 다 했어"


세상에 이렇게 우애 좋은 부부가 있다니. 우리 나중에 전래 동화로 교과서에 실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내는 기어코 부엌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아, 부엌뿐만 아니라 거실도.


"여보. 가위바위보?"

"갑자기 왜?"

"내일 누가 먼저 일어날지"

"뭐야. 됐어"


가위바위보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새벽 기상의 영원한 당첨자인 아내에게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라고 하는 건, 너무 지저분한 행위다. 매일 주말 아침마다 스스로에게 주입하고 있다.


'평일보다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어디야'


여보. 나 정신 승리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 아침은 내게 맡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