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금)
원래 금요일마다 철야 예배에 가야 하는데, 오늘은 가지 않게 되었다. 이걸 핑계로 밤에 놀 궁리를, 어제부터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궁리라기보다는 아내가 퇴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 근처로 나올 것인지 말지를 결정하면 됐다.
오전에 연락을 하다가 결정을 못 내리고 연락이 끊겼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내에게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봤는데 아내에게
“여보. 나 지금 남옥 언니네 집 도착”
이라고 답장이 왔다.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언니네 집에 이미 놀러 간 뒤였다. 아내나 나나 노는 데는 추진력이 굉장한 편이다. 아내에게, 퇴근시간인 6시에 맞춰서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6시에 사무실에서 나왔는데 아내와 아이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여보”
“어, 여보”
“어디야?”
“나 아직 남옥 언니 집이야. 지금 시윤이 훈육 중이라 끝나면 연락할게”
“어, 알았어”
시윤이의 우는소리, 아내의 낮고 낮은 목소리가 함께 들렸다. 이유는 몰라도 아마 나오려고 할 때 벌어진 사단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아내 쪽으로 갈까도 생각했는데 퇴근 시간이라 너무 오래 걸렸다. 엄청 가까운 거리였는데도. 잠시 후 아내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어, 여보. 끝났어?”
“어”
“왜 그런 거야?”
“그냥 뭐. 늘 비슷하지”
아내와 나는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식당으로 가고 있는데 아내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뭔가 엄청 큰일이 일어난 것처럼.
“여보”
“어. 왜?”
“우리 남옥 언니 집에 마스크를 다 두고 왔네”
“아 진짜?”
“마스크 없으면 못 들어가지?”
“글쎄. 모르겠네”
“근처에 약국이 있나?”
“글쎄. 한 번 찾아볼게”
난 이미 식당에 도착해 기다리는 중이었다. 걸어서 갔다 올만한 거리에는 약국이 없었다. 편의점이 보였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요즘은 편의점에서도 마스크를 판다고 했다. 한가한 식당이 아니라 꾸준하게 대기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 자리를 뜨기도 애매했다. 아내에게 전화해서 편의점에 팔지도 모르니 가 보라고 했다. 다행히 편의점에서 팔았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특히 아내에게. 어쨌든 금요일 밤에 바깥에서 만나니 새롭고 반가웠다.
“강소윤, 강시윤, 강서윤. 반가워”
애가 셋이라 인사도 바쁘다. 소윤이와 시윤이를 각각 자리에 앉히고 서윤이도 아기 의자에 앉혔다. 육아인에게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을 담보하지도 않지만, 어제의 실패가 꼭 오늘의 실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응, 아니었다. 어제의 실패는 오늘의 실패의 예고였다. 서윤이는 오늘도 세차게 울었다.
“여보, 배고픈가 봐. 내가 수유를 할게”
“그럴래?”
아내는 서윤이를 안고 차로 가서 수유를 했다. 안타깝게도 음식이 모두 나온 뒤였다. 서윤이가 조금, 아주 조금 야속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쌀국수를 덜어주고 난 아내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속도를 조절했다.
소윤이가 많이 피곤해 보였다. 저번에 내 생일 때도 이 식당에 왔었는데, 그때도 소윤이가 엄청 피곤해 했다. 다음 날 열이 났고. 그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괜히 걱정이 됐다. 어디 아픈 데는 없고 그냥 졸려서 그런 거라고 했는데, 몇 번이나 되물었다.
“소윤아. 진짜 괜찮지? 아픈데 없지?”
시윤이는 차에서 잠을 좀 자서 괜찮았다.
수유를 마친 아내가 서윤이와 함께 돌아왔다. 유모차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 식당이라 서윤이를 안고 있어야 했다. 아, 물론 배를 채워줬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까 하고 다시 아기 의자에 앉혀 봤는데, 어림도 없었다. 결국 아내가 안고 먹었다. 야심 차게 불타는 금요일 밤의 가족 데이트를 실행했는데, 생각보다 고됐다. 이거야말로 불빛에 뛰어들어 타 죽는 불나방이 아닌가 싶었다. 전혀 협조하지 않는 서윤이에게 아주 조금의 분노가 올라오려고 했지만, 잘 참았다. 그래 봐야 서윤이는 알지도 못하고, 나만 손해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잠시 카페에도 들렀다. 소윤이는 여전히 엄청 피곤해 했지만, 아니 사실 서윤이 빼고 다 피곤했지만 그냥 들어가기 아쉬우니 차 한 잔씩 했다. 아내와 나는 커피, 소윤이와 시윤이는 우유.
서윤이는 기분이 조금 괜찮아졌는지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날렸다. 아내는 서윤이가 바깥쪽, 그러니까 우리가 앉은 쪽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굳이’ 그 방향으로 안았다. 뭐 물론 “어우, 예쁘다”, “어머. 애기 좀 봐. 너무 귀엽다”라며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그만 보세요”라고 말하며 아이를 치우는(?) 것도 이상하지만, 아내는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자, 여기 나의 막내딸이 있으니 얼른 보시고 찬사를 아끼지 마세요. 얼른요. 나 그거 엄청 좋아하니까’
남편인 나는 안다. 다수의 사람이 있는 곳에서 발현되는 아내의 특징적인 행동을.
집에 올 때 소윤이와 시윤이는 내 차(내가 출근할 때 쓰는 차, 소윤이와 시윤이가 오랫동안 탔던 과거 우리 가족의 차)에 탔다. 아내는 서윤이만 태웠고. 예전부터 소윤이와 시윤이는, 기회가 되면 아빠 차에도 한 번 타 보고 싶다고 했다. 옛 향수를 느끼고 싶었나. 태우려면 카시트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기꺼이 그렇게 했다. 엄마와 아빠의 금요일 밤을 위해 기꺼이 나와 준 게 고마워서.
막상 태우고 집에 갈 때는 둘 다 졸려서 정신이 없었다. 특히 소윤이는 거의 잠들 뻔했다. 겨우 깨워 가며 집에 도착했다. 소윤이만 졸린 게 아니었다. 시윤이도 졸렸고, 서윤이도 졸렸고(아, 서윤이는 오는 길에 잠들었다), 나도 졸렸고, 아내도 엄청 졸렸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속하게 씻기고 잘 준비를 끝냈다.
서윤이가 깨지 않았다. 눕혔는데도 그대로였다. 아내는 일단 나왔다.
“배고파서 일찍 깰지도 모르지”
“맞아”
역시. 금방 깨서 울었다. 아내는 들어갔고,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한참이나 있다가 나왔다. 한숨 자고. 서윤이가 또 깼다. 아내는 다시 들어갔고, 또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또 한참 한참 있다가 다시 나왔다.
누가 누구를 재우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