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없는 평범한 하루

20.11.05(목)

by 어깨아빠

아내와 아이들은 오늘도 처치홈스쿨 모임에 갔다. 전체 모임도 아니었고 도시락도 쌀 필요가 없었지만 어쨌든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건 똑같았다. 사실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 오후 늦게, 처치홈스쿨 모임을 마치고 나서 한참 뒤에야 연락이 됐다. 다들 잘 지냈다고 했다.


서윤이는 처음 아기 의자에 앉았다. 아내 말로는 앉혀 줬더니 엄청 좋아했다고 했다. 아내 말대로라면 밥 먹을 때 한결 수월하겠다고 생각했다. 퇴근해서 저녁 먹을 때 아기 의자에 앉혔다. 그전까지 기분도 좋았다. 처음에는 정말 좋아하는가 싶더니, 금세 표정을 바꿨다. 서윤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장난감과 놀이감을 부지런히 대령했지만, 소용없었다.


혼자 먹을 게 없었던 게 패착(?)이었다. 다들 앉아서 밥과 고기를 비롯한 각종 반찬을 맛있게 먹는데 자기만 먹는 게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제 서윤이도 안다. 자기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특히 ‘먹는 행위’는 확실히 안다. 자기도 먹겠다고 몸을 들썩거린다. 한 번 기분이 상한 서윤이는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아기 의자에 앉으면 좋아하기는커녕 5분도 못 앉아 있었다. 아내가 급히 이유식을 먹이려고 했지만, 이미 난리가 났다. 한 숟가락도 제대로 못 먹이고, 찹쌀과 닭 안심으로 만든 이유식은 버려졌다.


이 정도로 울 때는 오로지 아내만 찾기 때문에, 아내는 밥 먹다 말고 몇 번을 일어서서 움직였다. 아기 의자에서 빠져나와 아내 품에 안기자마자 엄지손가락을 빨며 안정을 되찾았다. 야속하지만 별 수 없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와의 애착이 아주 끈끈하게 형성된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이 거쳐야 할, 야속함의 시기다.


저녁에는 온라인 모임도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를 평소보다 조금 더 서둘러서 재우고 모임을 준비했다. 8시에 시작된 모임은 10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서윤이는 모임 끝 무렵에 한 번 깼고, 그 뒤에도 또 한 번 깼다. 솔직히 너무 자주 깬다. 너무하다. 너무하지만 별 수 없다. 엄마가 안으면 자는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한다. 엄마가 안아도 안 자고 울면(새벽에 가끔 그러긴 하지만) 그건 정말 답이 없으니까.


그래도 오늘은 아내가 재우러 들어갔다가도 계속 다시 나왔다. 덕분에 덜 심심한 밤. 아내에게는 엄청 고됐을지도 모르는 하루, 나에게는 아주 무난한 하루.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육아를 함께한 시간이 없었던 하루.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