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용감한 도전

20.11.09(월)

by 어깨아빠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의 한복판을 넘어갈 무렵, 오늘은 잘 지내고 있는지 아내에게 연락을 해 봤다.


“잘 지내고 있어용?”


바로 답이 오지는 않고 조금 이따가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어, 여보. 난 윌에 왔어”

“진짜? 혼자?”

“그럼 혼자 오지”

“아니, 은영이랑 희주는 안 왔냐는 말이지”

“아, 둘 다 오늘 카페에 있다고 해서 잠깐 나왔지. 불나방처럼”


아내가 보내준 사진 속의 아이들 모습은 즐거워 보였다. 아내는 사진과 함께 짧은 한마디도 보탰다.


“용감했다”


얼마 전에도 아내 혼자 윌에 데리고 갔다가, 서윤이가 울고불고 난리 치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빵 먹느라 자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아내 친구 아들이랑 놀기로 했다가 못 놀게 된 소윤이도 울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내는 또 같은 일을 자처했다. 누군가 말했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오늘은 지난번만큼 힘들지는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다.


퇴근하고 마주하는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아내가 분주하게, 매우 지친 표정으로 저녁을 준비하는 건 비슷한데, 등껍질처럼 붙어 있던 서윤이가 이제 바닥으로 내려갔다. 그때쯤이면 항상 기분이 좋지 않던 서윤이가 이제는 웃으며 날 맞이해 주고, 계속 기분이 좋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기 전까지, 그 짧은 시간에도 뭔가를 꽉꽉 채워 놀자고 한다. 녀석들의 요청도 들어주면서 서윤이하고도 눈을 맞추며 놀아야 한다. 서윤이는 눈만 마주쳐도 웃어준다. 그것도 계속.


요즘은 밥 먹을 때도 칭얼거리지 않는다. 식탁 밑에 와서 소윤이와 시윤이의 발을 빨거나, 나와 아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놀거나. 그러다 고개를 내려서 눈을 맞추면 또 엄청 좋아하면서 웃고. 이러니 내가 서윤이를 그리워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요즘은 서윤이의 좋은(?) 모습만 보니까.


저녁 먹고 나면 부스터가 발동된다. 씻는 것도 부지런히, 물 마시는 것도 부지런히, 옷 갈아입는 것도 부지런히, 밤 인사도 부지런히, 눕는 것도 부지런히, 자는 것도 부지런히. 너무 재촉하는 것 같아 미안할 때도 있지만, 끝을 정해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끝나지 않는 육아가 될지도 모르니.


그렇게 끝내도 너희 엄마는 니들 동생이랑 밤새 씨름한다. 진짜 끝나지 않는 육아의 굴레지. 너희 재우고 잠시 쉬는 거야. 그러니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아빠가 퇴근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니. 주말에도 그렇고. 더 많이, 여유롭게 같이 보내면 좋겠지만, 아마 내일도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잘 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