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3(월)
소윤이의 어린이집 등원 중단 및 홈스쿨링 모색, 불안하고 심란한 심경 상태 등을 계기로 오늘부터 시작되는 일주일간의 특별새벽기도에 나가기로 했다. 가족 모두 소윤이랑 시윤이는 날벼락 맞았다. 소윤이한테는 어제 설명해주기는 했다.
"소윤아, 내일은 우리 새벽기도 갈 건데 엄청 일찍 일어나야 해, 엄청 엄청."
시윤이도 이게 뭔 일인가 싶은 빙구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들은 옷도 안 갈아 입히고 자던 옷 그대로 입혀서 안고 나왔다. 예배 시작이 다섯 시 반이니까 아무리 늦어도 5시 15분에는 나가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운전석에 앉아 시계를 보니 5시 27분이었다. 이미 사람이 꽉 차서 2층 본당에는 못 들어가고 중층(지하 1층)에 앉았다. 교회에 도착하니 소윤이 시윤이도 잠이 깼는지 조금 쌩쌩해졌다. 시윤이는 너무 쌩쌩해져서 아기띠에 안겨 있지 않겠다고 난리를 쳤다. 결국 또 아내가 데리고 예배당 밖으로 피신했다. 소윤이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있었다.
특별새벽기도 기간에는 이름만큼 특별하게, 아침까지 준다. 오늘 메뉴가 닭개장이라고 해서 교회 앞 슈퍼에 가서 김이라도 사 올까 했는데 아직 문 안 열었다는 어느 집사님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고. 맙소사. 맵지 않게 만든 애들용 닭개장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 교회 좋은 교회. 할렐루야.
이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집에 돌아가니 시간은 아직도 7시 30분이라니. 시윤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잠들었다. 소윤이를 꼬셨다.
[집에 가서 바로 한 숨 자고 일어나서 엄마랑 재밌게 노는 게 어떠냐. 그럼 오늘은 낮잠 안 자도 되니까 계속 놀면 된다.]
이렇게.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계속 설득하니 수락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난 거실에 홀로 남았다. 잠이 쏟아졌다. 출근시간까지 30분의 여유가 있었다. 어제 미처 치우지 못하고 거실에 잡다하게 널브러져 있는 잡동사니를 치우고 싱크대에 있던 설거지도 했다. 딱 30분짜리 분량의 집안일이었다. 아내에게는 10시 30분쯤, 그러니까 자러 들어간 지 2시간 30분 정도만에 연락이 왔다.
[나 혼자 깸]
아내도 아내지만 애들도 피곤하긴 했나 보다.
어린이집에 보내던 소윤이를 집으로 불러들인 첫날. 딱 6개월이긴 해도 잠시나마 없던 소윤이와 하루 종일 함께 하는 게 어떨지, 아내는 괜찮을지 궁금했다. 틈틈이 파악한 바로는 아내도, 소윤이도 괜찮아 보였다. 아마 아내도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나름 많이 노력하고 있을 거고, 소윤이도 왠지 그럴 것 같다. (왠지 소윤이는 모든 걸 알고 있을 것만 같다.)
"여보, 어때?"
"괜찮아, 아직까지는"
"괜찮겠어? 홈스쿨링?"
"뭐래"
"내일 모래쯤 되면, 후회하는 거 아니야?"
"아니거든"
아내에게도 소윤이에게도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다. 이제 당분간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둘이 지지고 볶아야 하니까. 아, 시윤아 미안, 너도.
이번 주부터 아내의 필라테스가 새로 시작하는 날이었다. 아내가 벌써 세 번째 학기(?)라는 게 새삼 놀라웠다.
"여보, 필라테스 등록 안 해도 돼?"
"어, 괜찮아, 저번에도 시작하는 날 등록했어"
보통 문화센터 강의 같은 건 금방 다 찬다고 알고 있었는데 의아했다. 알아서 잘 하겠지 뭐.
잘 시간이 되니 소윤이가 어떨지 궁금했다. 아침에 잠을 많이 자긴 했지만 어쨌든 낮잠이 없었으니 육체적인 피로도는 높은 상태라 일찍 자야 했지만, 낮잠을 아침잠으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니 명분상 소윤이가 유리했다. '나는 낮잠을 잔 거나 마찬가지니 늦게 잘 거다'라고 주장하면 할 말이 없었다. 일단 강시윤이 난리였다. 아내가 저녁 차려줘서 먹이려고 하는데 세 번을 연속이나 뱉어 내고 세상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짜증을 냈다. 하아. 이 잡것이.
"먹지 마, 강시윤"
그랬더니 또 아기의자에서 방방 뛰면서 사자후를 내뿜었다. 눈에 졸음이 가득했다. 아내가 좀 안아주고 나서 밥을 먹이니 또 받아먹었다. 얄미워서 아기 의자에 앉아 훌쩍이며 밥 먹는 시윤이를 향해
"이 놈"
했더니 또 입을 삐죽거리다가 펑펑 울었다. 귀여운 녀석. 시윤이는 아내가 나가고 난 뒤에도 문 앞에 주저앉고, 드러누우며 한참 동안 울고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이 그새 키가 커서 아예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려고까지 했다. 보조 잠금장치를 잠가 놓고 울만큼 울도록 놔뒀다. 시윤이가 문제였지, 소윤이는 정말 괜찮았다.
소윤이가 안 자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자기가 먼저
"아빠, 나 잘 때 책 몇 권 읽어줄 거예요?"
라면서 스스로 취침 준비에 돌입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소윤아 두 권 골라"
시윤이는 소윤이 책 읽어주는 그 짧은 시간에 잠들었다. 소윤이도 책 읽고 나서 금방 잠들었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난 필라테스 등록 못했어"
"왜?"
"사람이 다 찼더라"
"어쩐지, 이상하게 생각했다니까"
아내는 일단 9월에는 쉬고 10월에 롯데몰에서 하는 자세교정 코스에 등록하겠다고 했다.
"그럼, 9월에는 월요일 안나가도 되겠네?"
"그러게"
그냥 한 번 던져봤는데 덥석 무네. 게으른 자의 최후지, 뭐.
난 너그럽고 자비로운 남편이니까 필라테스가 없어도 프리먼데이를 허락(?)해줄게,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