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05(금)
소윤이는 이번 생일을 엄청 기대하고 있다. 선물도 기대하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밥 먹는 것부터 생일 축하하는 것까지. 이번 주 들어서는 매일매일 얘기를 했다. 사실 소윤이 생일 정도는 그냥 우리 가족끼리 조촐하게 보내도 될 듯싶은데, 소윤이 때문에 양가 부모님을 모두 부르는 행사로 치르고 있다. 소윤이가 그건(우리끼리)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아마 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소윤이의 이런 큰 기대와 다르게 아내와 나의 잔치 준비는 미비, 아니 전무했다. 그래 봐야 식당에 전화해서 예약하고, 벽에 붙일 풍선 몇 개 사는 게 전부인데 그걸 못했다. 아내는 오늘 낮에 여력이 되면 애들을 데리고 사러 가겠다고 했는데, 아내에게 그걸 사러 갈 힘이 남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가기로 했다. 대신 집에서 전화로 할 수 있는 건 다 처리했다. 식당 예약하고, 메뉴 정하고.
아내는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가 가장 아픈 거고 온몸이 쑤시는 듯,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시윤이도 영 별로였다. 소윤이는 항상 비염 때문에 고생이라 콧물이 흐르는 게 일상인데, 시윤이는 신기하게 비염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시윤이가 콧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하루 종일 그랬다고 했다. 목소리도 코맹맹이 소리였고. 처음 겪어보는 콧물 폭탄에 시윤이 본인도 괴로워했다.
“아. 너무 힘들다아. 콧무우울”
교회에 가야 했다. 항상 그렇긴 하지만 결승점을 앞두고 거의 모든 체력을 다 소진한 아내를 두고 떠나는 마음이 유독 편치 않았다. 떠나는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여보. 올 때 커피”
“커피? 여보 못 일어날 거 같은데”
“그래도. 그럼 얼음 빼고. 아이스 라떼”
“알았어”
만약 아내가 굳이 일어나서 나온다면, 분명히 며칠 안에 병이 날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아마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함께 쓰러져 잠들지 않을까 싶었다. 현관에 서서 소윤이, 시윤이와 인사를 나눴다. 한 명씩 뽀뽀를 하는데 시윤이의 인중에 콧물이 가득했다. 본능적으로 움찔했지만, 잠깐이었다. 나의 윗입술에 시윤이의 코가 잔뜩 묻었지만, 괜찮았다. 난 똥만 아니면 괜찮은 것 같다. 똥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예쁘기는커녕 피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
예배를 마치고 아내에게 카톡을 보내 봤다. 답장이 없었다. 역시나 자고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안 자고 있는데 커피를 안 사 가면 실망이 클 테니 카페로 갔다. 가면서도 의문이었다.
‘이 시간까지 하나?’
교회 근처의, 우리가 좋아하는, 1호점부터 4호점까지 있는 카페의 2호점과 4호점을 들렀지만 역시나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돌아왔다. 대신 혹시 모르니 편의점에 들러 과자 몇 개를 샀다.
현관문을 열었는데 집이 캄캄했다. 안방 문이 완전히 꽉 닫히지 않았길래 조심스럽게 닫았다. 집의 상태를 보니 아내가 다시 나왔다가 들어간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분명히 뭔가 먹은 흔적이 남았을 거다. 재우러 들어가서 그대로 잠든 게 분명했다.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산 과자는 내가 먹었다. 다 먹지는 않았다. 보통은 늦더라도 깨서 나오는데, 오늘은 내가 자러 들어갈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혼자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자러 들어갔다.
소윤이랑 시윤이 사이에 누웠다. 평일에도 거기서 자고 싶을 때가 많다. 어차피 아내는 서윤이 먹이고 재우느라 서윤이 옆에서 잘 때가 많으니, 매트리스 위에는 나 혼자다. 애들 사이에서 애들 손잡고 자면 기분이 매우 포근한데, 평일에는 그래도 매트리스에서 잔다. 불편해서 그런 건 아니고 혹시라도 아침에 알람 소리에 애들도 깰까 봐. 주말을 이용해 애들 사이에 누워서 소윤이와 시윤이의 손을 잡았다.
잠결에도 소윤이는 더 꽉 잡았고, 시윤이는 불편하다는 듯 손을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