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리더
첫인상이라는 게 있다.
사람이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에 대해서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될 거 같나요?
놀랍게 도 7초 이내라고 한다.
물론 이보다 더 짧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이 짧은 순간에 우리는 상대방의 외모와 표정, 몸짓 등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서 파악하여 나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 그 첫인상은 이후에도 90% 이상 지속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한번 결정된 그 사람의 이미지는 계속 유지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짧은 순간에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첫인상이 중요하고, 첫인상을 좋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도 있다. 하지만 과연 단 한 번,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여러분은 과연 자신할 수 있나요?
혹여 사람을 잘 못 판단하여 나중에 후회한 적은 없나요?
특히 그것이 조직의 인사 문제라면 어떨까요?
여기 과거 사례에서 첫인상으로 인해 훌륭한 인재를 놓칠뻔한 사례들이 있다.
삼국지에서 제갈량과 견줄 사람으로 방통과 사마의가 있었다. 물론 어떤 이는 가후도 제갈량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수경선생 사마휘가 '와룡(제갈량)과 봉추(방통)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방통은 분명 뛰어난 전략가였다.
적벽대전에서 방통이 조조에게 연환계를 알려줌으로써 제갈량과 주유가 승리를 얻을 수 있었을 정도로 당시 방통의 활약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방통이 유비를 찾아갔을 때 유비는 방통의 외모만 보고 그를 형주의 작은 뇌양현의 현령으로 발령을 내버렸다. 제갈량을 삼고초려했던 것과는 아주 반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방통도 자신을 무시한다 생각하여 일을 안 하고 요즘 말로 태업을 하였다. 결국 나중에 제갈량이 그 사실을 알고 유비에게 방통을 귀하게 대우할 것을 권하였고, 유비 또한 방통의 능력을 알고 그를 공손히 모셨다는 얘기가 있다.
이와 비슷한 일화로 유방에게 찾아간 한신을 보고 유방은 한신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보급품을 관리하는 치속도위에 임명하였다. 이에 한신은 자신을 귀하게 쓰지 않는 유방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유방의 진영을 떠났다. 다행히 소하가 한신의 능력을 알고 그를 쫓아가 만류한 끝에 그를 데리고 돌아올 수 있었다. 만약 한신이 항우의 품에 들어갔거나 독자세력을 형성하였다면 유방이 천하통일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인재는 언제든 자신과 맞지 않으면 떠날 수 있으며,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양금택목이라는 고사 성어에서도 리더를 나무에 비유하고 인재를 새에 비유한 것처럼 새는 자유로이 이동하며 둥지를 선택하여 틀지만 나무는 그런 새를 취사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또 다른 예로 평원군이라고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집에는 수 천의 식객이 항상 거주하였다. 평원군은 인재를 귀하게 여겼으며, 그들의 재능을 귀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그나마 자신의 집에 들어온 인재는 자신의 집에 몇 년이고 거주하게 하면서 인재를 내치지는 않은 것 같다.
당시 진나라가 강성해져 조나라를 위협하고 있었다. 조정에서는 평원군을 초나라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신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하고 평원군이 초나라로 떠나려고 할 때였다. 식객 중 모수라는 자가 자신을 데려갈 것을 청했다. 평원군은 그가 3년 동안 자신의 집에 있었지만 그에 대한 평판을 듣지 못해 걱정이 되었다.
"현명한 사람은 송곳을 주머니에 넣어 둔 것과 같아 그 끝이 주머니를 찢고 나온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선생에 대한 평판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일에 함께 가는 것은 무리입니다."
평원군이 간곡히 말하자 모수가 이렇게 반박했다.
"이번 일을 위해 3년간 기다렸습니다. 저를 데려가면 주머니 속에서 끝은 물론 자루까지 빠져나오게 하겠습니다."
결국 평원군은 모수를 데리고 갔으며, 모수는 초나라 고열왕이 동맹을 주저하자 이렇게 말했다.
"동맹은 조를 위해서가 아니라 초를 위해서는 하는 것입니다. 과거 진나라에게 당한 수모를 잊으셨습니까? 지금 조와 초가 연합하지 않으면 진은 조를 멸망시킨 후 초나라를 위협할 것입니다."
결국 고열왕은 조나라와 동맹을 맺었으며, 이 일로 평원군은 모수를 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를 하였다.
위의 세 사례들은 참모들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나중에는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리더가 참모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 외에도 여러 사례들이 있지만 위 사례처럼 한 번의 만남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훌륭한 인재를 얻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인재 선발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한 번의 만남으로 인재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2016년 한국경총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7.7%였으며, 퇴사 이유로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가 49.1%로 가장 많았다. 10명 중 3명 정도는 1년 이내에 퇴사를 한다는 것이며, 그중 절반 정도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만둔다는 것은 기업이나 조직이 인재 선발과정에서 적합한 인재를 찾는다 하더라도 실제 입사 후 상황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말 기업에서는 조직에 맞는 인재를 선발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조직에 맞는 인재를 선발한 것이 맞는다면 왜 그들이 퇴사를 결심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주공은 인재를 얻기 위해서라면 세수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만났다고 한다. 또한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좋은 인재를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데려오라고 했다. 이처럼 인재 발굴과 육성은 기업과 조직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재는 숨은 진주처럼 모래 속이나 흙 속에 묻혀 있을 수 있다. 또한 그런 인재는 그냥 원석으로 되어 있어서 갈고 다듬지 않으면 보석으로 그 빛을 발하기 힘들 수 있는 인재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것은 기업과 조직마다 그 상황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통일된 매뉴얼을 설명할 수 없을 거 같다.
단지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한번 다 같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첫째, 꼭 필요한 스펙만 요구하면 어떨까?
요즘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다양한 스펙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 기업에서 그 많은 스펙이 모든 지원자에게 필요한지 묻고 싶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것이 사회적 추세로 흐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3~4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라는 것은 아니다. 일단 한분야에서 자신이 강점을 보여야 하고 그 이후 1~2개의 영역을 더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나 조직도 장황하게 스펙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별 전문가를 뽑을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지망생들도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더 노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기업에서도 지원자들의 변별력이 떨어져서 좀 더 많은 자격증과 능력을 보유한 사람을 선발하려고 한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자격증이 그 사람의 능력을 결정지을 수 있을까?
수미네 반찬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탈랜트 김수미씨가 요리 시범을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자격증이 있냐고 물었다. 그때 김수미씨가 이렇게 답했다.
"너희 엄마는 자격증 가지고 밥 먹였냐?"
맞는 말이다. 자격증이 없어도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걸 꼭 자격증이 있고 없고로 따지면 안 되는 분야도 있는 것이다.
지원자들의 변별력을 문제 삼지 말고 기업과 조직에서는 정말 좋은 인재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기업에서도 다양한 스펙보다는 그 분야, 그 팀에 맞는 인재가 누군지를 고민해 보고 그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면 된다.
예를 들어 한식 요리 잘하는 사람을 뽑을 때 한식 요리만 잘하는 사람을 뽑으라는 거다. 거기에 영어도 잘하고,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뽑을 필요는 없다는 거다.
둘째, 실무 과정을 통해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기업이나 조직에서 직접 실무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과정을 개설하고, 그 과정을 통과한 인재를 선발한다면 어떨까?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업에서 많은 시간과 공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스템을 갖춰 놓는다면 기업에게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어찌 보면 인턴 제도하고 비슷할 거 같지만 인턴 또한 면접을 통해 선발된 인원이 하는 것인 만큼 그런 것보다는 누구나 그 기업과 조직에 일하고 싶은 사람이면 지원해서 경험해 볼 수 있는 커리큘럼 과정을 만든다면 기업과 지원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그 기간이 몇 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 할지라도 기업의 입장에서 인재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아깝지 않은 돈과 시간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PS : 유비가 방통을 만났을 때처럼...
유방이 한신을 만났을 때처럼...
내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난 어떻게 그 사람을 대하는가? 한 번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