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합병증은 어머니를 잠시도 가만두지 않았다.
“체력이 많이 약하셔서 센 약은 투여가 위험합니다. 일단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병세를 치료하고 있지만 기존에 앓고 계시던 병과 욕창에 감염 증세까지 있어서 쉽지 않을 같네요.”
의사는 어머니에 대해서 정수에게 부정적인 얘기를 했다.
“상태가 더 안 좋아 지신 건가요?”
정수가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오실 때부터 많이 안 좋은 상황이었어요. 욕창도 생각보다 심하시더라고요.”
“병원에 있는 다고해서 뭐가 나아진 것이 없네요?”
정수가 시니컬하게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의사와 말을 마치고 나서 정수는 어머니가 있는 병실로 갔다. 어머니는 예전처럼 의식 없이 잠들어 있었다. 한쪽 팔과 다리는 침대에 묶여 있었고 묶인 팔과 다리 주변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창수야, 어머니 병원에 있는 게 낫니, 아니면 전처럼 집으로 모시고 가서 있을까?”
“상태가 안 좋은데 집으로 모시고 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니가 다시 휴직하고 어머니 돌볼 수도 없잖아. 그리고 지금은 합병증이 더 큰 문제야. 집에서는 응급처치가 불가능해.”
“그래도 집에 있을 때는 저 정도는 아니었거든. 누나가 돌봄 휴직할 수도 있고.”
“집에 계셨어도 지금은 다를 바 없었을 거야. 욕창도 그렇고 다른 합병증 때문에 통증이 심할 텐데 집에서는 통증치료 불가능해. 네가 힘들겠지만 이제 어머니 잘 보내드릴 생각해봐.”
창수는 아버지 때와 비슷한 말을 했다.
“어머니가 불쌍해. 고생은 고생대로 하시고 힘든 세월만 겪다 가시는 거 같아서.”
정수가 설움에 복받쳐 말했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행복했을 거야. 네가 잘 돌봐 드렸잖아.”
창수가 정수를 위로하며 말했다.
“어머니에게 많이 미안해. 잘 해드리지도 못하고.”
“그만큼 했으면 됐지. 돌봄 휴가까지 내고 어머니 병간호 하는 거 쉽지 않아. 내 주변에도 부모님 병원에 나두고 나 몰라라 하는 자식들 얼마나 많은데. 어머니도 고마워하실 거야.”
“......”
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나하고 잘 상의해봐.”
“넌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거 같니?”
“어머니가 연명치료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창수가 정수에게 어머니가 했던 말을 끄집어내며 말했다.
“야 그런다고 어떻게 쉽게 결정하니? 남일 같이 얘기하지 마!”
정수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정수야, 니 맘은 알아. 하지만 어머니 저렇게 사는 게 사는 건 아니잖아. 진통제 맞으니까 버티는 거지 통증이 보통이 아닐 거야.”
“그렇다고 치료를 중단해?”
“치료해서 나을 수 있는 병이라면 치료를 계속 해야 겠지. 하지만 증세를 완화시키는 정도면 언젠가는 더 심해질 텐데 조금 늦춘다고 뭐가 달라질까? 고통스러워하시는 어머니 모습 보면 너도 힘들잖아. 어머니는 얼마나 더 심하겠니? 나 진료 들어가야 하니 저녁에 보자. 끊는다. 미안.”
창수는 정수의 인사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정수는 다시 병실로 갔다. 병실 앞에서 어머니의 침대를 바라봤다. 어머니는 여전히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수가 어머니 옆에 섰다. 수현이는 눈물을 흘리며 병실을 나갔다. 정수는 천천히 침대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어머니를 살포시 앉았다. 병실 안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어머니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정수를 품지 못했다. 정수는 어머니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맞닿은 볼에 정수는 뜨거운 눈물을 느꼈다.
‘어머니가 알고 있구나.’
“사랑해요 엄마!”
‘어머니 감사했어요. 어머니는 저에게 최고의 어머니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영원한 나의 보호자였어요.’
정수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어머니의 온기가 느껴졌다.
정수의 볼에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의사가 다가와 정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정수는 힘겹게 일어났다. 다리가 바닥에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의사가 정수의 팔을 잡았다. 정수는 힐끗 의사를 쳐다봤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의사는 어머니 앞으로 갔다. 정수는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정수는 돌부처처럼 멈춰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