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어머니는 오늘도 베란다 의자에서 잠이 들었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것 이외에 어머니는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아니 나갈 수 없는 것이 맞는 표현이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 후 어머니는 극도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나마 일주일에 세 번 오는 요양보호사와는 잘 적응을 해서 정수가 자리를 비워도 될 정도가 되었다.
어머니의 잠든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정수는 애나 어른이나 잠든 모습은 다 사랑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오전에 어머니와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시 평온을 되찾은 거 같아서 마음 적으로 여유로웠다. 정수는 차 한 잔을 들고 와 어머니 옆에 앉았다.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낮의 햇볕은 여름만큼 뜨거웠다. 정수는 챙이 달린 모자를 갖고 와 어머니의 얼굴에 덮었다. 창문을 살짝 열자 서늘한 바람이 들어왔다. 휴직을 한지도 두 달이 지났다. 두 달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세월은 빛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한 달 남았다. 요양보호사 아주머니 하고 잘 지낼 수 있을까?’
정수는 복귀 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를 집에 모시고 온 것은 잘한 일이었지만 그 만큼 고통과 어려움은 그 배 이상이었다. 어머니의 돌출 행동을 정수는 다 받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식인 자신도 때론 어머니의 그런 행동에 화가 나고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다. 어머니와 옛 이야기를 하고 나서부터 폭력적이거나 화를 내는 등 이상행동은 조금 줄어들었으나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나마 신경안정제를 줄인 것이 변화였다.
정수는 차츰 요양보호사의 방문 횟수를 늘렸다. 한분이서 어머니를 지속적으로 보는 것은 무리였다. 능숙한 요양보호사라도 어머니의 상태를 보고는 며칠 하고 관두는 분도 있었다. 정수는 어머니의 행동에 따른 대응 방법들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리고 새로 오는 요양보호사에게 설명을 했다. 하지만 정수의 자료가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어머니를 대하고 있었다. 정수도 요양보호사분들이 어머니를 강압적으로 제압하지만 않으면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 현관문이 열리고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주무시나 봐요?”
요양보호사가 정수 앞에 와서 어머니를 보며 말했다.
“네.”
정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은 시작부터 조용해서 좋은데요?”
요양보호사가 웃으며 말했다.
“좀 이제 적응 되셨나요?”
정수도 편안한 얼굴로 요양보호사를 바라보았다.
“저야 이게 직업이니 적응이고 말고 할 게 없죠. 어머니가 저에게 적응해야죠.”
요양보호사는 어머니를 힐끔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제가 볼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그러세요.”
정수는 옷을 갈아입으러 방에 갔다.
‘잘 하시겠지?’
정수는 새로운 요양보호사가 어머니와 함께 있었던 게 얼마 되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몇 차례 요양보호사가 바뀌면서 어머니도 새로운 분이 올 때마다 불안해했다. 요양보호사 말처럼 어머니가 요양보호사에게 적응을 해야 하는 거 같았다.
‘싹싹하고 친화력이 좋은 분이니 잘하시겠지?’
정수는 방을 나와서 어머니를 한 번 살펴보고 요양보호사 아주머니에게로 갔다.
“혹시 모르니까 이거 챙겨 놓고 계세요. 어머니 이상행동에 대해 대처 방법들을 제가 적은 거여요. 무슨 일 있으시면 아래 번호로 연락주시면 되고요.”
정수가 요양보호사에게 메모지를 건네며 말했다.
“꼼꼼도 하시네. 알았으니 어서 일보고 오세요.”
정수는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어머니 댁을 나왔다. 날은 후덥지근하였으나 바람이 조금씩 불어서 더위는 가셨다. 정수는 동네 근처의 마트로 갔다. 집에서 적어온 품목들을 보며 하나씩 물건들을 샀다. 어머니가 집에 돌아 온 이후로 정수가 어머니 댁의 모든 살림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수현과 정수의 아내가 해주는 반찬으로 식사를 했지만 차츰 정수가 만들어 먹는 일들이 늘었다. 정수는 서둘러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밀린 일들을 처리한 후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음식 만드는 일은 여전히 서툴렀다. 그래도 레시피를 보며 하나둘씩 익혀 가는 것이 나름 재미가 있었다. 정수는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있는 동안 서둘러 저녁 준비를 하려니 마음이 급했다.
“천천히 하세요. 다 하실 동안 제가 더 있어 드릴게요.”
“아닙니다. 거의 다 끝나가요. 선생님도 다른 일정이 있으실 텐데요.”
정수는 그런 말을 해주시는 요양보호사에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더 급해졌다.
요양보호사가 가고 정수는 어머니와 함께 식탁에 앉아 저녁을 했다. 정수가 만든 음식에 어머니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어머니 맛 괜찮아요?”
정수가 어머니에게 물어도 어머니는 익숙지 않은 왼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허겁지겁 식사를 할 뿐이었다. 치매이후 어머니의 식탐은 늘었으나 밥은 3분의 1이 식탁에 떨어지는 것은 다반사였고 목에 손수건을 두르지 않으면 반찬이고 국물들이 옷에 묻는 일이 빈번했다. 정수는 그런 어머니를 바라만 봤다. 갑자기 정수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 나왔다.
‘이제는 어머니가 해 주는 밥은 영영 못 먹겠지?’
정수는 감정이 묘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 한편에 서글픔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어머니하고의 일상들과 이렇게 하나씩 작별을 하는 건가?’
언제나 어머니 앞에서는 마냥 아이 같고, 모든 것을 어머니가 다 해주는 그런 존재였는데 이제 그것들을 하나씩 자신에게 내려 주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어서도 어머니가 걱정하고 간섭할 때는 그게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그럴 일이 사라졌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을 만큼 서글펐다. 정수에게 든든한 어머니의 모습은 없고, 정수가 한 없이 보살펴야 하는 어머니만이 지금 자신 앞에 있었다.
어머니의 병세가 더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정수가 복귀를 앞둔 일주일 전쯤이었다.
“욕창이 더 심해지셔서 이제는 병원으로 모셔야 할 듯싶습니다. 심하면 패혈증으로 번질 위험이 높습니다.”
정수는 패혈증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패혈증이 있나요?”
“아뇨. 이 상태에서 조금 더 가면 그럴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도 상태는 많이 안 좋은 상황입니다.”
정수는 어머니를 세심히 관리한다고 했지만 움직임이 거의 없는 어머니에게 욕창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자주 씻겨 드리지 못하고 요양보호사분들이 올 때만 맡긴 것이 원인인 거 같아 정수는 어머니에게 미안한 맘이 들었다. 예상을 했던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다시 병원에 입원하는 날 심하게 거부 반응을 보였다.
“정수야 나 여기 있기 싫다. 아저씨 나 여기 있기 싫어!”
어머니는 정신이 돌아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지 정수의 이름과 아저씨를 반복하며 정수의 팔을 붙잡고 놔주지를 않았다. 수현이가 돌봄 휴직을 신청하려 했지만 의사는 집에서 욕창관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며 재입원을 권했다. 어머니는 안정제를 맞고 나서야 좀 진정이 되었다.
정수의 머릿속에 어머니하고의 지난 3개월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비록 정수를 잘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어머니는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지냈었다. 정수 또한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행복해 했었다. 특히 과거 정수와의 추억들을 이야기 할 때면 어머니는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울고 웃기를 반복하면서도 행복해 했었다. 정수는 이제 다시는 그런 시간들이 오지 않을 거란 걸 느끼자 더 마음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정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