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3

by 미운오리새끼 민

의료 사고였다. 아니 어쩌면 어느 누가 그 수술을 담당했더라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환자는 결국 하반신이 마비되었고 신경외과로서 촉망받던동하는 의사 가운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

그 일이 있고 나서 동하는 그 환자의 환영 속에서 살고 있었다. 진료 중 환자가 찾아와 자신을 원망할 거란 생각에 동하는 다시 의사가될 수 없다고 했다. 길에서 장애인을 만나더라도 동하는 그 환자를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다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모두가 자신의 일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술에 의지하는 날들이 더 많아졌다. 주위 사람들의 위로와 만류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동하 혼자서 그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미라 또한 고통 받는 동하의 모습 속에서 더 큰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픔이 밀려왔다. 언제 나타났는지 맞은편 여자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큰 한숨이 절로 흘러 나왔다. 얼굴을 씻었다. 차가운 물이 얼굴에 닿자 어지러웠던 머릿속이 조금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라는 얼굴을 닦고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쥐었던 주먹이 스르르 풀렸다. 굳었던 몸에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우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점점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미라가 제안한 잠깐의 휴식이 상우에게도 몸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됐다.

‘이래서 사랑니라고 하나?’

상우의 얼굴에 씁쓸한 웃음이 지나갔다. 지수를 잊기로 했지만 아직도 그녀의 이름이 떠오를 때면 가슴이 아팠다. 상우는 지수와의 마지막 만남을 떠올리며 다시 헛웃음을 지었다. 마지막까지 그녀가 다가오기를 바랐던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희망마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을 알면서도 미련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사랑니가 삐뚤어지게 나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오래 전 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살을 파고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볼이 붓고 아프기 시작하면서알게 되었다.위쪽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아래 사랑니 두 개가 수줍은 새색시 마냥 얼굴을 가리려는 듯 살갗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사랑니의 이러한 행동은 몸이 피곤하거나 신경을 쓰게 되면 통증이 더 심해졌다. 상우는사랑니라는 생각 때문에사랑니가 아플 때면 지수에 대한 그리움이 더 해 갔다.

‘사랑니를 뽑으면 지수에 대한그리움도 사라질까?’

이런 생각이 상우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수에 대한 모든 기억들을 잊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니를 뽑으면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 확신으로 다가서자 상우는 사랑니를 뽑기로 결심을 했었다.

‘참 끈질기기도 하다. …….사랑니, 날 때도 아프고 뺄 때도 아프다더니…….’

지수를 잊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조금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외눈박이 스탠드가 안쓰러운 듯 눈을 감은 채상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계속

이전 02화사랑니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