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5

by 미운오리새끼 민

“우리 결혼 안 해?”

“못해!”

동하의 말이 칼날같이 느껴졌다.

“오빠가 그 일 잊어버릴 때까지 내가 돈 벌고 키우면 되잖아? 오빠 우리 애야. 이렇게 죽일 수는 없잖아?”

미라는 일부러 지운다는 말 대신 죽임이란 단어를 썼다. 동하가 갖고 있는 의사로서의 마지막 양심에 호소하고 있었다.

“집에서 네가 낳은 애 보면서 살림이나 하면서 살라고?”

동하의 입에서 푸념 같은 소리가 흘러 나왔다.

“왜 자꾸 그렇게 생각해! 내 마음 그런 거 아닌 거 잘 알잖아? 언제까지 그 사람 환영 속에서 살아갈 테야? 평생 그렇게 살 거야? 우리 아기를 봐서라도 다시 시작하자. 내가 잘 할께!”

미라는 울면서 동하에게 매달렸다.

“넌 그럼 이게 언젠가는 잊혀질 일이라고 생각하니? 넌 몰라! 그리고 뭘 다시 시작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 이 나이에 다시 대학이라도 들어가서 다른 전공이라도 할까?”

동하가 눈을 흘기며 미라의 손을 뿌리쳤다.

“이제부터 찾아보면 되잖아?”

“다 소용없어!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나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마!”

“오빠!?”

“너와 나 둘 다를 위해서야. 잘 생각해 봐. 나중에 나 만난 거 후회하지 말고!”



“원장님!”

한 간호사가 미라를 불렀다. 손에 쥔 핸드피스가 허공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미라는 그제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땀이 많이 나네.”

미라는 누가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 이런 말을 했다. 그리고 땀과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핸드피스가 다시 상우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조금씩 사랑니의 밑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끝이 없을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미라는 포셉을 들어 사랑니를 흔들어 보았다. 흔들림이 더 컸다. 사랑니가 들썩거렸다. 포셉에 힘을 주고 당겨 보았다. 그러나 사랑니는 그 자리에서만 움직일 뿐 빠지지 않았다.

‘뭐야 왜 지금도 안 빠지는데?’

조급함이 짜증으로 그리고 다시 실망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화가 났다. 미라는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조금 마음은 진정이 되었다.

미라는 사랑니 주변의 잇몸을 메스로 찢었다. 찢겨진 부위로 밑동이 드러났다. 밑동은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미라는 사랑니의 뿌리가 휘어져 있다고 확신했다. 포셉으로 사랑니를 잡고 흔들었다. 사랑니는 아까보다 더 많이 흔들렸다. 미라의 손목에 힘이 가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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