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야! 너 아직도 동하 선배 원망하니?”
수현이가 진우가 있는 쪽을 살피며 미라에게 물었다.미라도 진우 쪽을 바라봤지만 진우는 다른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
“야, 진우 듣겠다. 오랜만에 동창 모임 와서 왜 그런 얘기 하니?”
지선이가 미라의 굳은 얼굴을 보며 수현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나저나 미라 넌 둘째 계획은 없는 거야? 선호 혼자 외롭지 않니?”
지선이가 화재를 돌리려고 미라에게 물었다.
“우리는 하나면 충분해. 미라도 너무 바쁘고 나도 바쁘고. 그런데 왜 여기는 공기가 차가워? 시베리아 벌판 같아. 자, 마시자, 수현이도 그렇고 지선이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진우가 미라 옆으로 와서 앉으며술을 권하며 말했다. 수현이가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진우가 미라 옆에 앉자 가만히 술만 들이켰다. 분위기는 다시 전처럼 시끌벅적했지만 수현이의 말에 미라는 한동안 가만히 술잔만 바라보고 있었다.
“미라아!”
택시를 기다리는 진우와 미라 옆으로 수현이가 와서 미라를 잡아끌었다.
“동하 선배얼마 전에정미 선배가 봤대.”
수현이는 진우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조용히 미라의 귀에 속삭였다.
“…….”
“시골 어딘가에 정착해서 거기서 개업했는지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더라. 너 혹시 소식 궁금해 할까봐. 그럼 나 간다.”
“……!”
멀어져 가는 수현의 뒷모습을 그렇게 미라는 한 없이 바라만 보았다.진우가 택시 타라고 불렀지만 미라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진우가 미라의 손을 붙잡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미라의볼에 촉촉한 물기가 느껴졌다. 창밖으로 봄 햇살이 미라의 볼을 감싸 주었다.지난 주 동기모임 때수현이의 이야기가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었다.
‘살아 … 있었구나? 잘 … 살아 … 있었어.’
상우는 병원을 나왔다. 눈을 찌푸렸다. 햇살이 참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봄바람에꽃눈이 흩날리며 내리고 있었다.상우는 벚꽃 나무를 쳐다보았다. 벚꽃 나무 위로 태양이 걸쳐 있어서 햇빛과 흰 백의 벚꽃 잎들이핑크 다이아몬드처럼빛나고있었다. 그리고바람이 꽃잎을 살짝살짝 건드릴 때마다반짝거리며 흩날려날아갔다.
상우는살며시 눈을 감았다.촉촉한 느낌이 들었다. 꽃눈이 상우의 얼굴에 잠시 머물다 가고를 반복했다.
‘아직 사랑니 한 개가 남아 있어. 나에게남아 있는 사랑이 있다는 걸까?’
상우는 손을 펼쳐 벚꽃 한 잎을 움켜쥐었다.
‘벚꽃 꽃눈이 흩날리며 살포시 오듯이사랑도시나브로나에게 올까?’
상우는 남아 있는 사랑니 부위를 만져 보았다. 언제 올지모를사랑이 그 사랑니 속에서 자라고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상우는 다시 옷깃을 여미고 햇볕이 따사로운 거리로 걸어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