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집은 언제나 쓸쓸해 보였다. 이런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따라 더더욱 쓸쓸해 보였다.
‘이럴 때 문을 열어주며 괜찮냐고 물어주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
긴 한 숨이 절로 흘러 나왔다. 밀물처럼 그리움이 밀려와 가슴을 핥고 지나갔다. 상우의 손이 사랑니를 뺀 턱 주위로 갔다.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 속마저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상우는 아침에 나왔던 이불 속으로 몸을 맡겼다. 햇살이 어머니의 손길처럼 상우의 볼을 어루만져 주었다. 지수의 얼굴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오늘 너를 나의 마음에서 조금은 보낸 것 같다. 행복하니?’
상우의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맺혔다.
간호사의 들어오라는 말에 상우는 진찰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전에 앉았던 의자에 앉았다.
‘오늘이면 끝인가?’
상우는 의자에 앉아 이런 생각을 했다. 미라가 원장실에서 나왔다. 고개를 들어 미라에게 인사를 했다.
“괜찮으세요? 일주일 동안 불편하거나 아픈 건 없었나요?”
미라가 웃으면서 이렇게 물었다.
“예!”
상우는 짧게 대답했다. 미라는 마스크를 쓰고 하얀 비닐장갑을 꼈다.
“자, 아, 해보세요?”
상우는 입을 벌렸다. 미라는 지난번에 뽑았던 사랑니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아래쪽에 꿰맸던 실밥을 뽑아냈다.
“잘 아물었네요.”
미라는 오늘 뽑을 사랑니에 마취 주사를 놓으며 말했다. 전처럼 여러 가지 도구들이 상우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상우는 눈을 감았다. 입 속에 큰 힘이 가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큰 나무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처럼 우지직 하는 소리가 났다. 턱이 들리는 듯 하더니 사랑니가 빠졌다.
“지난번처럼 힘들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요.”
미라는 쉽게 일이 끝나서 기쁜지 웃으며 말했다. 미라는 솜으로 사랑니가 빠진 부위를 단단히 막은 후 마스크를 벗고 비닐장갑을 벗었다.
“위에는 안 뽑나요?”
상우는 고개를 들어 미라를 보며 말했다. 지난번처럼 위에는 안 뽑을 거 같아 상우는불안했다. 미라가 상우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위에 사랑니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으니 다음에 뽑는 게 좋겠어요.”
미라는 상우의 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겠다는 듯 상우를 지긋이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째서 뽑아 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도 한다고 하던데 …….”
상우는 미라에게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부탁하였다. 미라는당황해하며 상우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상냥하게 웃으며말했다.
“꼭 뽑아야 될 일이라도 있나요?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것을 잇몸까지 째서 뽑는 건 좋지 않아요. 그냥 이것은 나중에 뽑죠?”
“……!?”
상우는 어떻게 해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남아 있는 사랑니를 뽑지 않으면, 지수에 대한 기억이 자신을 계속해서 괴롭힐 것 같았다. 그리고 그래야 마음이 홀가분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왠지 쑥스러웠다.
“그냥 뽑는 김에 다 뽑아 주세요? 언젠가는 뽑을 거잖아요?”
상우는 다시 한 번 미라에게 간절히 부탁을 했다.
미라는 상우가 계속해서 나오지도 않은 사랑니를 뽑아 달라는 말에 어찌해야 될지고민이 됐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사랑니를 뽑아 달라고 하는 거 보니 뭐가 있긴 있는 거 같아.’
미라는 상우가사랑니에 대한 한을 넘어서 집착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러한 집착이 이 사람의 사랑을 실패로 만들었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들었다.
‘피우지 못한 사랑이 담겨 있는 사랑니일 텐데.’
미라는상우의 눈을 보며 잠시 생각을 했다.
‘사랑니는 사랑과 함께 시작된다. 그래서 사랑니는 사랑할 때가 되면 나온다고 했지. 아직 나오지 않은 사랑니는 이 남자에게 남아 있는 또 하나의 사랑일지도 몰라.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남은 사랑니가 영원히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
“다른 이가 썩었을 경우 지금 안 나온 사랑니로 대체가 가능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미라는 상우를 보며 다정히 말했다. 상우의 얼굴이 밝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미라에게 더 이상 말해도 안 들어 줄 거 같다고 생각을 했는지마지못해 수긍하는 거 같았다.상우가 나가자 미라는 원장실로 들어갔다.
‘참 이상한 사람이다.’
창가에 다가서며 미라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햇살은 하루가 다르게 더 따뜻해지고 있었다. 봄볕이 미라의 턱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미라는 손으로 왼쪽 턱 주위를 만졌다. 지금은 아무런 감각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랑니의 감각을 느껴 보고 싶었다. 미라는 손을 오른쪽 턱으로 가져갔다. 아직 나오지 않은 사랑니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양쪽 모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하에 대한 기억들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아이를 낳고 나서 처음에는 동하를 더 많이 원망 했었다. 사랑니만 빼면 잊을 것 같았던 동하에 대한 기억은 아이가 커 가면서 다시 문득문득 미라의 가슴에 자리 잡더니이제는 점점 더 생생하고 또렷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