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0년 전 후배가 취업을 앞두고 어떤 직장을 다녀야 하는지 직장 선택의 기준을 물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나도 직장을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어서 뭐라 답하기 곤란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직장을 선택했는지 생각해 봤다. 그리고 그 후배에게 이렇게 말했다.
"첫째, 비전을 갖고 있는 회사인가? 둘째,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회사인가? 셋째, 사람과의 관계가 좋은 회사인가?를 판단해 보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관계가 좋은 회사인가를 판단해서 결정하면 돼!"
후배는 의야 해 하며, 왜 세 번째가 중요한지 물었다.
"아무리 비전이 좋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라 할지라도 사람 관계가 좋지 못하면 하루하루 직장생활이 힘들 수 있기 때문이야."
그제야 후배는 그 뜻을 알았다는 듯이 고맙다고 하고 돌아간 적이 있었다.
이처럼 직장 생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사람과의 관계일 것이다. 특히 조직 내에서 일을 하다 보면 리더 또는 직장 상사와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원인 중 가장 큰 문제로 과중한 업무나 적은 임금보다 대인관계 즉, 리더 또는 상사와의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8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직장 내 인간관계 문제가 30%로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다. 갈등 원인으로 상명하복 사고방식, 꼰대 기질 등 불합리한 업무 지시가 36%
, 무매너, 무배려 등 스스로 감정 조절 못하고 다짜고짜 이유도 없이 야단칠 때 23%, 그 외 독단적인 의사 결정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직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을 해도 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처럼 리더와 조직원 간의 불화는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리더와 조직원 간의 내부 갈등을 치유하고 성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리더와 참모의 유기적인 협조가 중요한데 리더와 참모마저도 갈등 해결이 안 된다면 조직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달성은 거의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리더와 조직원 간의 갈등처럼 리더와 참모 간의 갈등 원인도 다를 바 없다. 리더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참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사실 참모가 필요한 이유는 리더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자제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리더의 의사 결정이 잘 못된 방향으로 결정이 될 경우 조직 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다양한 참모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다.
참모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양한 참모들의 의견을 통해 리더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의 유방의 경우 장량이라는 걸출한 참모가 있었지만, 유방이 항상 장량에게만 의존하지 않았다. 때에 따라 진평, 역이기, 숙손통, 육가 등의 의견을 함께 청취하며 어떤 것이 올바른 결정인지를 판단하여 실행하였다. 그러기에 항우보다 능력이 떨어졌지만 한 나라로의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참모가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참모들끼리 각기 다른 의견과 서로가 대립되는 의견으로 인해 내부 조직을 분열시키는 경우에는 차라리 참모가 없거나 적은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조선시대 붕당 정치로 인해 임진왜란을 조기에 준비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리더와 참모가 갈등하는 요인은 첫째, 참모가 리더보다 능력이 뛰어날 때이다. 참모가 리더보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리더 입장에서는 불안한 것이다. 이는 언제라도 참모가 자신을 뛰어넘어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방은 자신보다 뛰어난 한신을 경계하였으며, 결국에는 통일 후 한신을 제거하였다. 사실 당시 유방보다 능력이 못한 참모는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한신이 다른 이유는 유방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다.
리더가 항상 참모보다 뛰어날 수는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반대로 참모가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데, 모든 참모들이 한신처럼 되지는 않은 이유는 바로 리더에 대한 충성심과 신뢰다. 즉, 신뢰가 형성되면 리더는 참모의 능력을 존중해 주고 그의 의견을 들어주며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능력도 중요하지만 리더에게 신뢰 형성과 충성이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둘째, 참모와 리더의 의결 불일치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가지 사건을 갖고도 다른 해석과 결론을 낼 수 있다. 그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차지하더라도 의견이 불일치되면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반복되면 리더는 참모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참모를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독단적 의사 결정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와 의견이 불일치되더라도 리더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앞세워 리더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리더를 이해시키려면 어떤 방법이 좋은지 한발 물러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직설적 표현보다는 우회적인 방법이나 사례를 들어 리더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던지 리더가 좀 더 신임하는 사람을 통해 리더를 이해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설문에서 나온 독불장군식 리더에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사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면 그만이지만, 세상 사는 곳이 다 비슷한데 다른 곳에 가서 그런 리더를 안 만나리란 보장은 없다. 독불장군 리더는 핸디캡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일종의 콤플렉스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콤플렉스가 있다. 그것을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리더도 사람이다. 부족함을 인정하면 쉬워진다. 또 리더가 부족하기 때문에 참모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관료 사회집단, 특히 수직적 구조인 집단의 리더일수록 이것을 인정하기를 싫어한다. 그 이유는 리더는 완벽해야 하고 아랫사람보다는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자신을 무시할 거란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참모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리더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참모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단 리더가 참모보다 뛰어나야 하는 점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과 결정력이다.
독불장군 리더는 승부욕이 강하다. 승부욕이 강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사소한 것에도 이기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랫사람 즉, 참모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지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런 리더는 정면으로 상대하면 힘들어진다.
일단, 의견 차이가 나거나 리더가 언짢게 생각하면 잠시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추후에 문서로 리더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객관성을 근거로 논리적으로 정리해 보고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내용의 글은 써서는 안 되고 항상 리더를 신뢰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PS : 독불장군 관리자와 일해본 경험이 있다면 당시 어떻게 여러분은 대처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