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성공으로 이끈 참모
위징은 당태종의 참모로써 참모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으며 리더 또한 참모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직접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기도 하다.
리더에게는 세 부류의 참모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간신(奸臣), 다음은 충신(忠臣), 그리고 마지막이 양신(良臣)이다. 간신은 말 그대로 리더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리더보다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이용하는 참모이다.
충신은 리더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참모지만 때로는 리더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여 리더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리더가 훌륭한 참모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비난과 화를 부르는 참모이다.
반면 양신은 참모 자신뿐만 아니라 리더도 좋은 명성을 얻게 만드는 참모를 말한다.
위징이 처음부터 태종 이세민의 참모는 아니었다. 그는 태종의 형인 황태자 이건성의 문하에 있었으며, 점차 그의 참모 역할을 하게 되었다. 위징은 이세민을 경계하기 시작했으며, 이건성에게 이세민이를 먼저 죽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세민이 현무문의 변을 통해 형과 동생을 죽이고 황제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세민은 자신을 죽이라고 했던 위징을 불러 그의 죄를 물어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위징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가 모시고 있는 주군을 위해 충성을 다했으며, 그를 위해 계책을 낸 것뿐입니다. 태자께서 제 말을 들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과거 관중이 자신의 주군을 위해 제환공을 죽이려 한 것과 같은 이치인데 무엇이 문제입니까?"
이세민은 위징의 말을 듣고 그를 풀어주고 오히려 더 높은 벼슬을 주고 자신을 위해 일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아마도 위징이 자신을 관중에 비유한 것에 맞춰 이세민 자신도 제환공에 비유하고 싶어서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이세민이는 후에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남았으니 그의 마음이 제환공을 닮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태종은 위징에게 언제든 신하로써 직언을 해 줄 것을 부탁했다. 위징은 태종에게 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신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결코 폐하를 배신하거나 속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디 저를 양신으로 만드시되 충신이 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태종은 그 말이 궁금하여 말했다.
"양신과 충신이 뭐가 다른가?"
위징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양신은 자신도 후대에 명성을 남기고, 군주 또한 성군으로 만들어 좋은 명성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신하입니다. 반면 충신은 좋은 이미지로 후대에 이름은 남길 수 있어도 자신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죽임을 당하게 하고 군주는 이런 신하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비난과, 점점 폭군이 되어가 국가를 멸망케 하는 신하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자신은 태종과 함께 오래도록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후대에 서로 좋은 명성을 남기자는 것이었다. 태종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이에 위징은 태종에게 언제든 직언을 하였다. 하지만 그 방식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
일례로 태종이 노조상이라는 사람을 교주지사로 임명하였으나 그가 거부하자 그를 죽여 버렸다.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안 한다고 했거늘 태종은 자신의 말을 거역한 것에 화가 치민 것이다. 태종이 성격이 얼마나 불같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위징은 태종의 화가 어느 정도 누그러졌을 때 태종에게 노조상의 처리 방식에 문제를 삼고 앞으로는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또한 복주자사 방상수가 부패행위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태종은 충신인 그를 경고만 하려 했지만 위징은 태종에게 말했다.
"수많은 충신들이 방상수와 같은 일을 저지르고 폐하께 용서를 구한다면 이를 다 받아 주실 겁니까?"
태종이 다시 법보다는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처리 하는 것을 위징은 말했던 것이다.
아무리 위징이 자신에게 양신이 되도록 해 줄 것을 부탁하고 언제든 필요할 때 직언을 하라고 했지만 태종도 사람인지라 그를 미워하고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던 거 같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를 실행하지는 않았으며, 그가 죽고 난 후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직접 비문까지 세워주었다.
태종에게 위징이 얼마나 중요한 참모였는지는 그가 고구려 원정에서 패하고 돌아오면서 한 말에서 잘 나타난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내가 이런 걸음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말도 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거울로 삼아서 자신의 득실을 알 수 있다. 위징이 죽음으로써 짐은 거울 하나를 잃고 말았다."
위징은 개인의 명성보다는 군주가 편안하고 백성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같은 충신이라도 양신이 되려 했던 것이다. 또한
위징은 충신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는 면만 다를 뿐 간신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즉, 둘 다 주군을 위태롭게 하고 국가와 조직을 망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징은 끊임없이 외부에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했다. 처음부터 충성을 맹세하고 리더의 옆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온 참모는 믿음과 신뢰 관계가 두터워질수록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화근이 되리라는 것을 리더도 참모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왜냐면 그것은 서서히 오기 때문이다.
리더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자신을 보좌해 온 참모가 믿음이 갈 것이고 그의 말만 듣고 모든 문제를 판단하게 되는 경향이 늘어 갈 수 있다. 점점 둘 다 매너리즘에 빠져 버리는 것이다. 충신이 간신이 되어가는 경우이다.
반면 리더가 매너리즘에 빠져 조직의 발전과 안정에 소홀히 하게 될 경우 충성스러운 참모 입장에서는 답답할 것이다. 그리하여 바른말로 리더의 잘못된 점을 얘기하지만 이미 리더는 참모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오나라 부차와 월나라 구천이다. 이 둘은 오자서와 범려의 충성스러운 말을 듣지 않았으며, 결국 이 두 사람에게 자결을 요구하였고, 이 둘 죽고 난 후 나라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결과론적으로 오자서와 범려는 충신으로 남았지만 부차와 구천은 성군이 되지 못했다.
어찌 보면 양신은 참모 혼자의 노력으로 되지는 않는 듯싶다. 하지만 리더를 변화시키는 것도 참모이기에 양신이 되려는 참모의 자세는 매우 중요한 거 같다. 일례로 당태종 성격이 몹시 급하고 화를 잘 냈지만 위징을 통해 많이 순화되고, 위징이 두려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하지 못한 것은 참모가 리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PS : 진정한 양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뛰어넘는 참모의 자세가 필요하다. 나의 조직에서는 어떤 부분을 극복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