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성공으로 이끈 참모
요즘은 많이 인식이 변화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캐디는 골퍼를 단순히 도와주는 사람으로 인식하여 캐디를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잘못된 것이고, 원래 캐디란 골퍼가 골프를 더 잘 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말한다.
골프도 스포츠인만큼 다른 종목으로 말한다면 감독이나 코치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이처럼 캐디는 단순 보조자가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고, 전략을 세우며, 골퍼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참모인 것이다.
사실 골프의 역사를 살펴보면 캐디가 없었다면 지금의 골프업계가 이렇게 성장했을까 싶다. 유명한 선수 중 캐디 출신 골퍼들이 상당하다는 것은 단순히 캐디가 골프백만 운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골프의 신 알렌 로버트슨, 브리티시 오픈 4연승을 한 골프의 아버지 톰 모리스, 브리티시 오픈 초대 우승자이자 이 대회 4승의 주인공 윌리 파크 등은 모두 전직 캐디 출신 골퍼들이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는 골프 코스 설계자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캐디 출신들이 있다.
이처럼 캐디는 골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이다. 골퍼가 잘해서 우승을 하기도 하지만 캐디에 의해 골퍼가 우승을 하는 것이 바로 골프다. 여기 이를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브리티시 오픈은 PGA 역사상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세계 유명 골퍼들이 꼭 우승을 하고 싶어 하는 대회이자 골프 팬에게는 매우 관심 가는 대회다. 그런데 2013년 브리티시 오픈은 사람들에게 유독 더 관심을 갖게 했다.
당시 세계 랭킹 1위인 타이거 우즈가 출전한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컸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 전적은 없으나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예 아담 스콧의 경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즈의 캐디였던 스티브 윌리엄스가 바로 아담 스콧의 캐디라는 사실에 그 이목이 집중되었다. 브리티시 오픈 마지막 4라운드가 시작되자 그 관심은 더욱더 증폭되었고, 사람들은 타이거 우즈와 아담 스콧의 경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사실 스티브 윌리엄스는 앞서 말했듯이 아담 스콧의 캐디 이전에는 타이거 우즈의 캐디였으며 타이거 우즈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2년 동안 메이저 대회 13승을 포함하여 72승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던 인물이었다.
캐디는 골퍼가 골프를 잘 치도록 도와주는 일 이외에 실제 이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골프는 멘탈 경기이다. 이 때문에 캐디는 골프장에서 골퍼의 심리상태나 관중들의 분위기를 파악하여 골퍼가 흔들림 없이 경기에 매진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 집중력을 불어넣어주는 심리상담가이다. 또한 관중과 골퍼 간의 거리가 가까워 돌발 행동을 하는 관중들로부터 골퍼를 지키는 경호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골프 코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산할 줄 알아야 하기에 코스의 알파고여야 한다.
스티브 윌리엄스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아담 스콧이 우승 후 기자들에게 스티브 윌리엄스에 대해 말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이 코스와 그린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갖고 있었기에 나를 충실히 안내해 주었다. 그가 있었기에 내가 우승을 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티브 윌리엄스는 뉴질랜드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골프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골퍼가 되는 것보다는 캐디에 더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를 캐디로 이끈 원동력은 바로 그의 아버지의 친구이자 골퍼인 피터 톰슨의 영향력이 컸다. 톰슨은 윌리엄스에게 캐디가 단순노동자가 아닌 전략가라는 것을 일깨워 줬다. 이후 윌리엄스는 백상어 그렉 노먼을 만나게 되면서 캐디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캐디 초기에 그렉 노먼과 함께 일을 하였지만 이후 그렉 노먼과 결별 후 타이거 우즈의 캐디로 활동하게 되었다. 당시 그렉 노먼이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었던 상황이라 타이거 우즈 입장에서는 스티브 윌리엄스의 합류는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스티브 윌리엄스는 골프장 내에서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행동은 오직 자신의 선수를 위해 헌신하는 열정의 산물이었다. 스티브 윌리엄스는 골퍼의 잘못된 경기 운영에 대해서는 직언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타이거 우즈와 다툼이 있기도 하였다.
타이거 우즈가 스티브 윌리엄스와 결별을 선언한 이후 스티브 윌리엄스는 호주 출신의 아담 스콧과 캐디 계약을 하였다. 당시 아담 스콧은 실력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티브 윌리엄스를 만나고 나서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하였으며, 마침내 아담 스콧은 2013년 호주 선수로는 처음으로 마스터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은 기존에 같은 호주 출신인 그렉 노먼도 해내지 못한 기록이었다.
스티브 윌리엄스가 대단하다는 것은 아담 스콧이 호주 선수로는 처음으로 2013년 마스터즈 골프 대회에서 챔피언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 후 스콧은 스티브 윌리엄스의 도움으로 세계 랭킹 1위에까지 올랐다.
윌리엄스는 항상 선수 편에 서서 캐디 역할에 충실하였었다. 그래서 그가 골퍼들이 안정적으로 골프를 하였는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예가 타이거 우즈가 아버지를 잃고 나서 첫 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2006년 브리티시 오픈 일 것이다.
당시 우즈는 아버지를 잃은 충격으로 실의에 빠져 있었지만 윌리엄스는 우즈를 위로하며 그가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것은 그가 우승 후 기자들과 한 인터뷰에서 '우즈의 아버지가 아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한 대목에서 잘 나타난다.
아마도 우즈가 흔들릴 때마다 윌리엄스는 우즈에게 하늘에 있는 아버지의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기에 우즈도 슬퍼만 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아버지를 위해 더욱더 잘했을 거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캐디로 인해 골퍼가 우승도 하고 실패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스티브 윌리엄스는 캐디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골프의 캐디는 위대한 골퍼를 위한 또 하나의 훌륭한 참모인 것이다.
PS : 자신의 리더를 위해 헌신과 열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