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나쁜 참모
이임보는 처세술과 시류에 민첩한 생존능력을 바탕으로 특별한 능력도 없었지만 죽을 때까지 재상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다. 이임보에 의해 구밀복검(口蜜腹劍)이란 고사를 나왔을 정도로 앞에서는 미소를 띠며, 친밀하게 위해주는 척하지만 뒤에 가서는 항상 정적을 제거할 생각을 가졌던 인물이었다.
그는 악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즉, 모략과 음모에 능했으며, 황제를 속이는 권모술수와 정적들과의 권력 암투, 그리고 처세술에 이르기까지 참모의 나쁜 예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임보는 당나라 고조 이연의 자손으로 당 황실과는 친척 관계였다. 이런 관계 덕분에 특별한 능력도 없음에도 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임보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고 당 현종 때 관직에 오르고 나서 그의 나쁜 자질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간신의 면모였다.
그는 성격이 온화하고, 모질지 않고 유하여 처음부터 사람들과 원만한 친분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런 그의 친밀함은 황궁의 황후와 환관, 관료들과도 금방 친분을 쌓게 되었는데, 이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가 환관과 후궁들에게 친분을 유지하려고 했던 이유는 당시 현종이 양귀비에 빠져 정사는 돌보지 않고 후궁에 머물며 향락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과의 친분은 자연스레 자신을 현종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임보는 이들을 통해 현종의 상태를 파악해서 현종의 기분에 맞는 얘기들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이임보는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었으며, 종국에는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재상이 된 후 이임보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을 좌천시키거나 죽였다. 결국 현종의 주위에는 이임보의 심복들로만 가득 차게 되었고, 그 뒤로는 황제에게 간언 하는 사람들이 없어져 이임보의 세상이 되었으며, 모든 정사를 자신이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또한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인물들은 차례로 제거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넘보지 못하게 했다.
이런 그에게도 양귀비를 등에 업고 등장한 양국충에 의해 점점 밀리게 되었다. 이 둘은 이후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었으며, 결국 이임보가 죽으면서 이 둘의 싸움은 끝이 났다.
이임보가 특별한 능력도 없으면서 재상의 자리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구밀복검 하는 자세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앞에서는 전혀 내색하지도 않고 오히려 온화하게 대했다. 그렇기에 조정의 대신들도 이임보가 자신들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과 항상 반대 입장을 내세운 장구령에게 이임보는 항상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임보의 이런 행보는 산전수전 다 겪은 장구령조차도 그를 파악할 수 없게 했으며, 결국 이임보의 모략에 의해 장구령은 재상에서 물러나게 됐다.
현종이 신임하는 신하는 자신이 싫다 하더라도 앞에서는 그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좋은 관계로 지내는 척했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을 제거하는 수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한편, 이임보는 자신의 세력을 만들지 않고도 권력을 유지한 몇 안 되는 악한 참모이다. 그는 자신의 심복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는데, 이는 이들의 관계가 신의성실의 관계가 아니라, 계산적이며 언제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심복들도 종종 잡혀가 옥고를 치르는 경우가 발생하였으며, 어느 누구도 자신에 대해 두려움의 대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임보는 재상에 있으면서 자신 이외에는 어떠한 세력도 형성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과거시험을 어렵게 출제해 유능한 인재가 조정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원천 차단했으며,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세력이 있으면 지방의 태수나 절도사로 좌천시켜 조정에는 자신을 능가하는 사람이 없게 만들었다.
결국 중앙은 인물난을 겪게 되었고, 지방은 거물급 인사들이 즐비하여 지방 세력을 강화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욱이 중앙의 군대까지 해산시킴으로써 전란 시 조정에서 지휘할 수 있는 군대를 없게 만드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하게 했다.
중앙에 군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안록산이 이임보가 무서워 이임보가 죽을 때까지 봉기하지 못했다고 하니, 이임보가 사람을 부리는 처세술이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임보가 최악의 참모로 평가받는 것은 그가 죽고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으나, 이를 진압할 수 있는 장치가 무력화되었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결국 당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는데 있다.
모름지기 참모는 리더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것이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리더와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사리사욕이 조직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를 죽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PS : 내가 리더의 입장에서 이런 참모를 만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