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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운오리새끼 민 Dec 21. 2018

아첨으로 재상의 자리까지 오른 명나라 재상 엄숭

리더에게 나쁜 참모

명나라 엄숭은 상대에 따라 아첨을 잘하는 인물이었다. 이런 처세 덕에 그는 20년 동안 재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엄숭은 지방의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타고난 실력으로 조정의 관료가 되었다. 엄숭이 처음부터 아부를 잘한 것은 아니었다. 그도 처음에는 나름 청운의 뜻을 훌륭한 관리가 되기 위해 관직에 올랐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정의롭지 못했다. 남경어사 장흠이 간신 유근의 패악을 알리며 정덕제에게 상소를 올렸지만 이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것을 보자 그는 회의에 빠졌다. 조정은 옳은 말을 한다고 해서 받아들여지는 곳이 아니었다. 엄숭은 장흠 같은 대신도 하루아침에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세상인데 자신같이 미천한 신분의 사람이 바른말을 한다면 목숨이 여러 개 있어도 살아남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숭은 부모의 상을 핑계로 자신의 고향에 내려와 은둔 아닌 은둔생활을 하였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나서 엄숭은 다시 관직에 나갔지만 큰 뜻을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변화가 왔다. 관직이 국자감제주에서 예부우시랑으로 승진됐다. 

예부우시랑으로 등용된 이후 그가 맡은 첫 번째 임무가 가정제의 아버지인 현릉을 확장 공사하는 것이었다. 이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 그는 두 개의 상소를 올리는데, 하나는 백성들의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알리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확장공사 과정에서 상서로운 징조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이 일로 엄숭은 가정제로부터 칭찬을 받았으며, 엄숭은 처세에 대해서 조금씩 눈을 뜨게 됐다. 그리고 혈기 왕성하고 의협심이 강했던 젊은 시절의 결기는 사라지고 점차 세상과 타협하는 엄숭이 되어갔다.

이후 엄숭은 환관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공손하게 대하면서 그들이 황제에게 자신을 좋게 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자신의 정적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하언을 제거한 것이었다. 하언은 엄숭과 같은 동향 사람이지만 하언이 자신보다 관료사회진출이 늦었음에도 자신보다 위에 서게 되자 이를 시기하고 질투하였다. 물론 하언도 자만심에 빠져 엄숭을 무례하게 대한 잘못도 있었다. 엄숭은 하언을 제거 대상으로 생각했지만 결코 그 앞에서는 절대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겸손하게 대함으로써 하언이 자신을 경계하지 않게 했던 것이다. 

이런 이중적인 그의 태도는 다른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는 엄숭이 각각의 상황에 따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상황은 항상 유동적이다. 그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대응을 엄숭은 잘했던 것이다. 

하지만 엄숭의 말년은 비참했다. 엄숭은 삭탈관직되고 재산도 몰수되었으며, 아들은 참형에 처해졌다. 어찌 보면 악한 자의 말로라고 표현해도 맞을 듯싶다. 엄숭은 재상에 있으면서 자신의 정적 제거에 항상 주력했다. 그들과 함께 권력을 나눠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제거를 통해 자신만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했다. 

참모란 조직 내에서 자신과 같은 지위에 있는 다른 참모들을 많이 상대할 수 있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때론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한다. 이들이 서로 의기투합하여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이뤄 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방을 도와 한제국을 건설한 한신, 소하, 장량 등이다. 이들은 유방의 참모로써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였으며, 서로가 협력하여 유방을 도왔기에 유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이들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면 결과적으로는 이임보에 의해 당나라가 멸망의 길로 나아갔듯이 조직 자체가 와해되고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참모라면 항상 자신을 돌아보며 주변의 참모들과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참모의 능력 중 그리고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 양성이다. 이는 조직이 발전하는 밑거름이자 리더가 성공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인재를 키우는 역량이 미흡하다면 함께 하는 참모끼리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마음을 가져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 

엄숭은 자신의 정적을 제거할 줄 알았지 그들까지 포옹하고, 자신의 후계자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오직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신경을 썼기에 나라를 위태롭게 했다. 리더와 조직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해 일을 함으로써 조직을 위기에 빠지게 하는 참모는 바람직한 참모의 모습이 아니다. 

PS : 우리 조직 내에서도 자신을 위해 일을 하고 이는 사람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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