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성공으로 이끈 참모
페이스메이커의 원래 뜻은 중장거리 경주에서 선두를 달리며 속도의 모범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다. 흔히 마라톤에서 자신의 팀 선수 중 가장 잘 달리는 사람을 위해 30km까지 페이스메이커가 선두권을 형성해 나가면서 페이스를 이끌어 가는 사람을 말한다.
한편으로는 페이스메이커가 앞서 달려 나가게 되면 상대 경쟁 주자들도 의식적으로 선두권을 유지하기 위해 속도를 초반에 내다보면 오버 페이스를 할 수 있다. 결국 상대 경쟁 주자들의 페이스를 흐트러트림으로써 자신의 팀 선수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며, 페이스메이커의 도움이 뒷받침되기에 우승도 가능한 것이다.
페이스메이커는 앞서 달리기 때문에 바람의 저항을 크게 받는다. 이 때문에 뒤따라오는 선수들은 저항을 적게 받으면서 편안히 달릴 수 있다. 자연히 체력 안배를 해가며 달릴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페이스메이커의 희생으로 자신의 팀 선수가 안정적으로 자신의 경주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페이스메이커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달리지 않는다. 1등을 하기 위해 욕심을 부린다면 페이스메이커로서 역할을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페이스메이커로 출발했지만 우승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적인 것이고 대부분은 30km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에서 온갖 궂은일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그 역할은 대부분 마라톤을 초기 입문한 선수에게 부여한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도 처음에는 페이스메이커로 시작을 했다고 하면 아마 다들 놀랄 것이다. 황영조의 주종목은 5천 미터와 1만 미터를 뛰는 중장거리 선수였다. 그런 그가 마라톤을 하게 된 것은 다른 마라톤 선수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 달라는 제안에서 출발했다.
그는 페이스메이커로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으며, 1년 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까지 하는 성과를 냈다. 이처럼 페이스메이커가 항상 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목표는 30km지만 30km 이상 더 달릴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충분히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다.
마라톤에서의 페이스메이커는 조직에서의 참모와 같다. 페이스메이커는 경쟁 선수의 스피드, 피로도 등을 계속 관찰하며, 상대 선수를 계속 자극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팀 선수가 자신을 잘 따로 오고 있는지, 달리면서 다른 문제는 없는지도 계속 관찰하며, 그를 잘 이끌고 나가야 한다. 즉, 다시 말해 단순히 앞만 보고 달리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초기 입문한 선수에게 부여하기는 하지만 운동 센스와 감각 등 경기 운영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모든 경기 종목이 그러하겠지만 전략 없이 경쟁하는 스포츠는 없다. 마라톤은 단순히 잘 달린다고 이기는 경기가 아니다. 코스 상황이나 그날의 날씨, 그리고 각 구간별 전략들이 짜여서 선수들끼리 거리별 두뇌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아까 황영조 선수의 주종목이 5천 미터와 1만 미터라고 했다. 황영조 선수가 그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에 페이스메이커 역할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즉, 경기 운영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를 선발한 것이지, 단순히 잘 달려서 그를 페이스메이커로 제안한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나간 마라톤 대회에서 3위까지 하는 결과를 냈던 것이다.
이처럼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 경기 내내 자신의 선수를 이끌고 상대 선수를 견제하며, 때론 심리적 압박과 구간별 페이스 조절을 통한 두뇌싸움을 통해 자신의 팀 선수가 궁극적으로는 우승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라톤의 참모인 것이다.
1등에 가려져 그들의 이름과 노력, 희생은 돋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어는 누구도 페이스메이커의 조력 없이는 우승할 수 없다. 참모가 리더의 성공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희생하며 돕듯이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는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팀 선수를 위해 조력하고, 희생하며 달리는 것이다.
PS : 다른 운동 경기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선수는 어떤 선수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