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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기억하지만 2등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by 미운오리새끼 민

한때 TV 광고에 이런 카피가 등장했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1등 만을 기억하지 2등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광고였다. 정말 사람들은 2등을 기억하지 못할까?

잠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높은 산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국보 1호는 남대문이다. 그렇다면 국보 2호는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나라는 러시아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넓은 나라는 어디일까? 이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순서대로 말하면 k2, 원각사지십층석탑, 캐나다이다. 알고 있는 정답이 몇 개나 있었나요?

한편 올림픽에서 1등을 한 선수와 2등을 한 선수의 얼굴 표정이 다른 경우를 볼 수 있다. 2등을 한 선수의 경우 1등을 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의 경우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고 인터뷰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인데 금메달을 따지 못해 미안해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위와 같은 상황을 살펴보면 1등만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인 거 같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1등만 기억하려는 개인의 문제일까? 사실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의 인지력에 한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1등 만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더 1등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다. 즉, 뉴스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파되는 내용들이 1등 만을 강조하여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다. 테니스 스타 중 마리아 샤라포바의 경우 랭킹은 2017.8.28. 현재 146위다. 물론 샤라포바도 한때 세계 1위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1위에 내려와서도 꾸준히 그녀가 잊히지 않는 이유는 스타성이다.

즉, 사람들이 그녀의 플레이를 보려고 테니스 경기장을 찾고 있으며, 그녀의 플레이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과 여론의 많은 논란 속에서도 2017년 US오픈에 와일드카드로 나갈 수 있었으며, 보란 듯이 당시 세계 2위인 시모나 할렙을 이기고 2회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봉주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그는 황영조 이상으로 마라톤 영웅이다. 이봉주는 황영조의 그늘에 가려 2인자로 살아왔었다. 그러나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이후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황영조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도쿄국제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7분 20초의 한국 신기록을 달성했었다. 이 기록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는 마라토너로서 치명적인 평발에 짝발이었지만, 자신의 단점을 고된 훈련을 통해 극복한 인간승리의 표본이었다. 또한 그의 친숙한 얼굴과 수더분한 성격은 '봉달이'란 별명처럼 모든 국민들에게 평범한 영웅으로 자리 잡았었다.

어찌 보면 샤라포바하고 이봉주는 완전히 전혀 다른 비교 대상의 선수일지는 몰라도, 이 둘의 공통점은 분명 1등이 아닌 모습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다.

2등의 반란은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렌터카 회사인 AVIS는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합니다"라는 광고 카피로 한해 매출 50% 신장이라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AVIS는 사람들에게 1위는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결과였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광고가 있었다. 바로 오뚝이의 광고였다.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는 1등 하지 않겠습니까?"
자신들의 경쟁업체보다 뒤지고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여 1등 제품이 되겠다는 의지였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지금 사회가 1등만이 강조되고 인정받는 사회라 할 수 있을까?
2등의 반란은 1등을 넘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함께 공생하기 위한 모습일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조직이 분업화되면서 1등의 중요성은 예전과 같지 않다. 야구의 경우 투수도 선발 중간 마무리로 분업화되어 있으며, 아이스하키의 경우 1팀에 3개 조로 나뉘어 수시로 교체가 가능하다. 여기에서 1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팀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과거 우리는 이렇게 1등 만을 강조하는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했다. 이제는 그 패러다임이 1등이 아닌 모두를 위한 목표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이제 더 이상 1등 만을 기억하고 1등 만을 강조하는 사회는 성장할 수 없다.

2등의 희생을 기억하는 사회, 그리고 모두를 강조하는 사회가 진정한 사회가 될 것이다. 여러분이 2등이 되어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바로 1등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진정한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PS : 2등을 강조하는 사회가 되기 위한 나의 노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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