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사과와 대처 방법을 통해 보는 미국인의 사고방식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어이가 없습니다. 그때 강하게 나갔어야 했을까요? 더 말해봤자 감정만 상할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같이 일해야 하니 그냥 넘기기로 했는데… 과연 그게 맞았을까요? 저쪽에서는 별일 아니라고 하는데, 저에겐 아주 심각한 문제였거든요. 미국인들은 원래 이렇게 느긋한 건가요?”
미국인 임원과 미팅을 하셨던 한국인 임원분께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으셨습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분인데, 이번엔 정말 불편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인 임원이 한 말은 듣는 사람이 벙찌는 수준이었으니까요.
“I’m sorry if you felt offended, but honestly, you’re overreacting. I’m wondering if it’s that big of a deal. If you just calm down a little bit, we wouldn’t be having these issues.”
“상처 받으셨다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과하게 반응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큰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진정하시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 순간,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황당했다고 하셨습니다.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감정과 과민 반응을 문제 삼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상황이 급변한 건 아니지만, 분명히 “아, 이건 진짜 선 넘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어쨌든 분위기가 격앙될 수도 있고, 계속해서 함께 일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일단 넘어가자는 뜻으로 “uh..OK” 하셨답니다. 그때 OK 한 게 올바른 대처였을까요?
그런 상황에서 OK라고 하는 건 절대로 OK가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인과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면, 여기서 확실히 문제를 짚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명확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느긋한” 미국인들도 이런 부분에서는 “쪼잔할” 정도로 집요하고 철저합니다. 그리고, 미국인 임원의 “느긋함”도 단순한 느긋함이 아닙니다. 사과를 빙자한 계산된 “가증스러운” 가스라이팅입니다.
기분 나쁜 거짓 사과나 가스라이팅을 인지하게 되면 감정이 격해질 수도 있으며, 이때 사고의 주도권이 이성으로부터 감정으로 대표되는 본능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본능적인 반응은 감정적이고 방어적이며 즉각적입니다. 상대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미국인이고 가스라이팅까지 계산하는 프로입니다. 여기서 본능적인 반응이라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감정을 배제하라느니 마음을 비우라는 등 헛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특정 MBTI나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이 상황에서 그게 되지 않을 겁니다. 좀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과를 빙자한 가스라이팅에 대한 대처 방법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Rule #1. 멈추고 눈으로 욕하기
일단 대화 중지! 아무말도 말고 눈으로 욕을 하세요. 갑작스런 침묵은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달리던 차의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 급정거를 해 본적이 있나요? 상황을 주도하는 이 침묵은 할 말을 못찾아 우물쭈물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메세지를 만듭니다. 또, 이때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치는 겁니다:
‘I’m in control. I’m not playing your game. I’m calling the shot.’
(‘내가 상황을 주도하고 있어. 네 게임에 말려들지 않아. 내가 결정할 거야.’)
이 침묵 속에서 겸연쩍음과 불안함은 도발자의 몫입니다. 눈으로 욕하는 동안 도발은 약발을 잃고, 나의 이성은 어느 정도 사고의 결정권을 되찾습니다.
Rule #2.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질문하기
“Was that meant to be an apology?”
“이게 사과 맞나요?”
가스라이팅은 나의 감정적 반응을 겨냥하지만, 내가 그 함정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대신, “Is this an apology?”란 질문을 던져 보세요. 상대방은 당황하고, 감정적 도발은 무력화됩니다. 다시 대화의 흐름을 다시 본질로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Rule #3. (거짓된)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기
“If so, I can’t accept it.”
“그런 건 사과로 못 받아들여요.”
사과가 진정성 없이 다가온다면,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어설픈 사과에 그냥 "OK"라고 넘어가면, 나중에 더 큰 후회가 옵니다. 미국인들은 사과를 받아들이는 데 엄격하지만, 일단 받아들였으면 뒤끝은 남기지 않으니, 그들도 이 부분에선 이해할 겁니다.
Rule #4. 문제의 본질을 꺼내게 만들기
"Could you clarify what happened and help us understand your role in that situation?”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확하게 설명해 주시고, 그 상황에서 본인 역할에 대해 이해하게 도와주시겠어요?”
상대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계속 사과를 요구하기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꺼내도록 유도하세요. 이렇게 대화의 초점을 문제 해결로 돌리면, 미국인들이 더 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이야말로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죠. (이 부분은 다른 장에서 다루겠습니다.)
Rule #5. 명확히 했으면 Move forward!
“If we are clear about this, we can move forward.”
“문제가 정리되면, 빠르게 진행합시다.”
많은 미국인들은 문제가 해결되는 눈치면, 정말 기가막히게 빠르게 태세전환을 합니다. 이게 우리한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죠. 방금 전까지도 으르렁대던 인간이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친절해 지기도 한답니다. 미국인 입장에서는 더 이상 감정싸움에 얽매여 봤자 본인한테 득이 될 것이 없으니, 실리를 위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는 방향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문제는 해결됐으니, 우리 서로 사이좋게 일합시다.”란
메세지를 신속히 그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Rule #6. 예외, 가스라이팅이 계속 시도된다면?
“I am not ready to accept what you’re trying to say now. I need some time to think.”
“지금 하시는 말씀은 바로 받아 들이기는 좀 힘들 것 같군요.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요.”
자,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상대방이 끝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여전히 가스라이팅을 시도한다면?
“I am sorry, but you know I never meant to harm you.”
"미안해, 하지만 내가 너에게 해를 끼치려고 했던 건 아니었잖아."
“I didn’t realize that what I did would bother you so much. I’m sorry if you’re taking it the wrong way.”
"내가 네가 화나게 만든 어떤 일이든지 미안해. 이제 그만 넘어가자."
“I’m sorry for whatever I did that made you angry. Can we just move on?”
"미안해, 하지만 내가 너에게 해를 끼치려고 했던 건 아니었잖아.”
여기서 짜증나거나 그냥 참지 하면서 ‘Uh…OK’를 해 버리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한 걸음 물러서서, “잠시만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라는 전략을 사용해 보세요.
이 표현은 상대방의 공세를 막고, 동시에 당신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상황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를 줍니다. 즉, “지금은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는 의미죠. 이 한 마디로 감정적 논쟁을 잠시 멈추고, 전략적으로 다시 접근할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인에 있어서 우리와 다른 사과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유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그들은 사과에 집착하고 계산적입니다. 이렇게 사과를 주고 받는데 진심인 미국인들이지만, 일단 사과가 이루어지면 감정의 흔적을 남기지 안호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감정에 골을 남기는 것보다 이제 문제가 해결 되었으니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본인에게 더 이익이라는 실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죠.
미국인들에게 사과는 감정을 복구하는 예의라기 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계약서’ 에 가깝게 보여집니다. 그야말로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 그 자체이죠! 여러분도 이러한 미국인의 사과 문화와 태도를 이해하고 접근해서, 제대로된 사과를 꼼꼼히 받아 내시고, 그때부턴 뒤끝없이 “그럼 이제 해결됐으니 다시 일하자!”란 실리적인 태도를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