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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20. 2021

경기 유랑 시흥 편 3-2 (오이도)

오이도의 빨강 등대

해가 어수룩하기 전에 우선 가봐야 할 장소가 남아있다. 단순히 항구로만 알려졌던 오이도가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던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오이도 뒷동산을 따라 정비가 깔끔하게 되어있다. 오이도 선사유적공원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그 언덕 너머로 올라가 본다. 오이도 박물관과 조금 떨어져 있지만 구름다리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한가롭게 산책하기 좋다.

박물관에서 먼저 유물을 보고 그 현장에 직접 가보니 왜 옛날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는지 한눈에 이해되었다. 그 해답은 바로 앞에 펼쳐지는 드 넓은 갯벌이다. 당시 사람들의 최우선 과제는 먹을 것을 확보하는 것이다. 갯벌에서 나오는 조개들과 수많은 해산물은 선사시대 사람들에게 최고의 먹거리 기도 했다. 특히 그 당시 오이도는 본토와 바닷길로 떨어져 있는 섬 지역이라 본토 사람들의 침략에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는 안전한 지역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닫혀있는 패총전시관을 지나 어느덧 오이도 선사공원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올라왔다. 원 모양으로 설계되어 있어 더욱 다채로운 전망을 살펴볼 수 있다. 오이도의 전체적인 모습부터 멀리 서해 바다 그 너머 송도신도시의 빌딩 숲까지 한눈에 보인다. 주위의 갈대숲은 한없이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고, 연인들은 서로를 살피며 미래를 다짐한다. 천천히 갈대숲을 내려와 옛날 선사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내부까지 재현된 움막집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과거의 시간들을 상상했다.

선사유적공원 반대편으로 나오면 드디어 오이도의 바닷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오이도는 해안선을 따라 둑방길로 이어져 있다. 둑방길로 올라가 천천히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직선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때는 한 겨울이라 매서운 한파를 피해 갈 수 없어 바다의 절반이 꽁꽁 얼어 있었지만 양 옆에 도심을 끼고 거대한 갯벌을 감상하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둑방에서 반대편을 바라보니 조개구이집, 횟집, 카페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뭔가 오이도만의 색다른 무언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쉬웠다. 둑방길은 직사각형으로 꺾으면서 이어져 있고 꺾이는 지점마다 기억날만한 랜드마크가 있다. 첫 번째 꺾이는 지점에는 생명의 나무라 불리는 철제로 엮은 조형물이 있다. 신석기시대부터 유구한 역사를 지닌 오이도가 갯벌 매립으로 큰 변화를 겪었지만 옛 오이도가 가진 역사와 생명, 사람들의 흔적들을 후대에 길이 알리기 위해 이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이도의 랜드마크라 하면 빨간색 등대가 아닐까 한다. 박물관에서 살펴봤을 땐 조그만 규모일 줄 알았는데 막상 앞으로 가 보니 전망대도 따로 갖춘 상당히 큰 등대다. 전체적으로 빨간 느낌에 둥그런 외형을 하고 있어 디자인 쪽으로도 세련된 느낌이다. 오이도 빨강등대는 오이도 둑방길의 정확히 중간지점에 서서 오이도를 오가는 배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등대 옆의 밴치에 하염없이 걸터앉아 해가 넘어가는 광경을 지켜봤다. 아마 이 자리에 이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 다양한 사연을 지니고, 이 순간에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해가 그 역할을 다하고 마지막 붉은빛을 내비칠 때쯤 부디 경기 유랑의 여행을 잘 마무리 짓고, 그 성과가 잘 나타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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