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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24. 2021

경기 유랑 안산 편 2-1 (안산 다문화 마을 특구)

안산에서 다문화를 엿보다

우리나라는 흔히 단일민족의 국가라고 여겨진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5000년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고, 한 번도 다른 피가 섞이지 않은 긍지를 지닌 국가관의 교육을 받았다. 그런 교육들이 국민들의 일체감을 불러일으켜 갈등의 요소를 최소화시키고 경제발전에 나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재한외국인의 숫자는 어느덧 2백만을 넘어 대한민국 인구의 총 4%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일본의 외국인 비율 1%를 넘어 곧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다는 지표가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단순노동에 투입되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았지만, 사회가 점점 다변화되면서 다양한 사연과 많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느덧 브라운관에서도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이 나오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풍조가 많아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안산은 노동집약적인 공장이 많이 몰려있는 시화, 반월 공단이 위치해있고, 10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안산에 살고 있다. 특히 안산역이 위치한 원곡동은 인구의 대부분이 외국인들로 구성되었다. 한때 주민들이 이러한 점 때문에 치안이 불안해 질까 염려를 했었지만 이러한 다양성을 바탕으로 2009년 지식경제부로부터 다문화마을 특구로 지정받았었다. 14개국의 음식을 250여 개의 식당에서 현지의 맛을 잘 보존하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어 이제는 안산의 대표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안산역에서 내리자마자 역 건너편에 보이는 수많은 간판들, 거리를 메우고 있는 낯선 사람들 그리고 이색적인 식재료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전철만 타고 왔을 뿐인데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 날아온 듯한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지하도를 건너 본격적으로 안산 다문화거리를 탐방하기 시작한다. 예전 동남아 여행할 때 걸었던 여행자 거리처럼 향신료의 냄새도 나고,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등에서 봤었던 브랜드의 간판도 볼 수 있어 신기했다.

메인 거리를 따라 양옆으로 각종 잡화들과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음식들을 팔고 있어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보지 못한 독특한 경험을 누렸다. 이태원하고도 다른 게 이태원은 관광 오는 서양인 관광객과 미군들을 상대로 생겨났다면 안산은 아시아인들이 어우러져 현지인들의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다문화 거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외국인이지만 최근에 명소로 주목받으며 한국인 관광객의 숫자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다문화 거리의 중간 지점에는 잘 정비된 공원이 있었고, 특히 경찰센터가 한가운데 있어 치안에 대한 불안함을 한껏 감소시켰다. 세계 각국의 현지어로 적힌 간판들과 특히 은행조차 중국어, 영어로 조성되어있었다. 길거리의 음식들을 보니 무엇을 먹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단순히 양꼬치, 훠궈 집만 있는 게 아니라 란저우라면, 운남 쌀국수 등 그 나라의 지방 음식들도 먹을 볼 수 있다는 게 더욱 선택의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결국 고심 끝에 유명하다는 운남 쌀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베트남, 태국 쌀국수는 먹어봤어도 중국 운남 지방의 쌀국수는 처음이라 기대가 되었다. 운남 쌀국수는 뚝배기에 면과 콩나물이 듬뿍 담긴 채 푸짐하게 나왔다. 다른 나라 쌀국수와 다르게 가락국수 면같이 탱글탱글했으며 건 두부로 만든 면도 함께 곁들여져 식감이 정말 다양했다. 물론 조금 한국식으로 변형은 되었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맛이었다.

그밖에 다문화거리 뒤편으로 가다 보면 안산 세계문화체험관도 방문할 수 있다. 악기, 가면, 놀이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전 세계의 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해보고,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장소였다. 앞으로 이런 장소가 꾸준히 홍보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하는데 좋은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까 한다. 이민자의 도시 뉴욕도 많은 문화가 융합되면서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처럼 안산도 이 거리를 시작으로 다문화 사회를 우리 곁으로 친숙하게 다가가면 좋지 않을까? 다시 한번 또 방문하리라 결심하고 다음 장소를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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