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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Feb 01. 2021

경기유랑 김포 편2

김포의 특색 있는 카페들

나는 일어날 때마다 부스스한 눈으로 조용히 커피포트 앞 앉아 물을 끓이는 행위로 일상을 시작한다. 


“아침에는 진하게 진하게” 마법의 주문을 반복하며 이 까만색 성수를 마시면 꿈과 희망의 나라에서 치열한 경쟁의 현실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치열한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노곤해질 때쯤 한잔, 일을 마치고 시간이 빌 때쯤 한잔, 늘 커피라는 음료는 일상과 함께 하는 활력소 이자 동료 그 이상의 존재일지 모른다.

가 고등학교를 다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집이나 다방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장소가 없었다.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부모님이 몸에 좋지 않다고 마시는 것을 금지했을뿐더러 이 쓴 걸 왜 먹지라는 의구심도 들었기에 가끔 몰래 커피에 프리마를 듬뿍 타서 달게 먹었던 기억만 남았다. 고등학교를 들어온 이후 집 근처에 카페베네가 들어왔다. 드디어 내가 카페라는 공간을 제2의 집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봐왔던 칙칙하고, 뭔가 촌스럽고 담배연기가 풀풀 풍기던 다방들과 달리, 카페란 공간은 푹신푹신한 의자도 있고, 세련된 음악이 흘러나왔으며 친구끼리 모여 수다를 하루 종일 떠들어도 눈치 받을 일이 전혀 없는 우리들만의 새로운 네버랜드(neverland) 일지도 모른다. 오락실, pc방, 노래방과는 달리 순전히 우리들만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고, 힘들거나 즐거웠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카페라는 공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서울로 올라온 나는 카페계의 거인 스타벅스를 만나게 된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카페에 와서 수다를 떠는 행동을 마치 갤러리나 전시회에 와서 문화적 행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사서 먹을 때마다 도시에 사는 문명인이다 하는 자부심이 느껴질 만큼 허세 아닌 허세를 부릴 때도 있었다.

한 10여 년 전에 된장녀라는 사회적 용어가 유행을 탄 적 이 있었다. 식사 한 끼 가격(5천 원 정도)에 해당하는 가격의 커피를 즐기며. 명품을 소비하는 여자를 지칭해서 사회적으로 풍자와 지탄을 많이 받았었는데, 그 상징적인 장소 중의 하나가 스타벅스가 손에 꼽힌 것이다. 돌이켜서 생각을 해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 일지도 모른다. 현재는 스타벅스가 거의 동네마다 위치해있고(현재 1443점포) 스타벅스보다 훨씬 고가의 커피를 파는 카페도 많이 생겼기에 이런 인식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단지 이 사회가 자기 자신의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행위를 용납하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변질되지 않았나 본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현재도 이런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카페 문화도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듯했다. 어떤 카페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반면에 소박한 건물이지만 정성스러운 로스터링과 맛으로 소문이 나는 집도 있고, 커피뿐만 아니라 베이커리와 다른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도 많이 생겨났다.

김포의 경우 도시면적이 다른 경기도 도시(부천, 안양, 군포, 과천 등등)에 비해 큰 편이고, 급속하게 성장하는 도시라 도시 연담화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절반 이상이 읍, 면으로 이루어져서 도시 사이를 지나다 보면 논, 밭이 보이기도 하고, 동네 사이사이의 공간이 빈 공간이 많다 보니 그 빈틈 사이에 규모가 크고 주차공간을 꽤 갖춘 카페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김포를 유랑하면서 꽤 인상적인 카페를 발견했는데 한번 알아가 보기로 한다.

대한민국에서 카페는 다양한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최근엔 홀로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른바 카공족이 증가하고 있고, 혼자서 작업에 몰두하거나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역시 나는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카페에 앉아서 조용히 수다를 떠는 걸 즐기는 것 같다. 특히 아름다운 카페에 가면 그 공간을 서로 공유하면서 이런 좋은 느낌을 나만의 감성으로 가지고 있는지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까.........


주로 카페에 가는 동반자는 나의 반려자인 J여사다. 상대적으로 감성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나와 반대로 J여사는 조금 따져가면서 지켜보다가 뭔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별다른 반응이 오질 않는 차가운 심장의 소유자라고 해야 할까 가끔 나는 조그마한 돌덩이라도 감정을 실어서 보면 감동을 하기도 하는 등 자기 객관화가 부족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같이 다니다 보면 여기가 정말 괜찮구나 하는 확신을 들게 만들어 준다.

이번에 갔던 카페 글린 공원이 바로 확신을 들게 만들어 주는 장소다. 


김포의 유명 카페들과 마찬가지로 도시와 도시 사이의 빈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장기동과 구래동 사이인 양촌읍 석모리 사이에 위치하며, 도로에서 좁은 길을 조금 올라가야 나타나기에 네비게이션을 잘 보지 않으면 지나쳐서 갈 수도 있다. 전혀 카페가 없을 공간인데 올라가다 보면 널찍한 규모의 카페가 나타난다. 건물은 벽돌로 만들어졌지만 별다른 특색을 느끼지 못했고, 비교적 좁은 부지에 많은 차량을 주차하려고 기다랗게 만들어진 주차장이랑 구석에 있는 베이커리 건물 말고는 눈에 띌만한 무언가가 없어서 그다지 기대감이 없는 상태로 들어갔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순간 내가 식물원에 왔는지 카페에 온 건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내 눈을 의심했다. 카페 곳곳에는 거대한 식물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고, 공간 중간중간에는 연못과 평상이 자리해 사람들이 마치 피크닉을 온 것처럼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무척 정겨웠다. 입구에 있는 베이커리 코너에서 치아바타를 집어 들고, 음료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석모리 블렌딩이 있길래 난 당연히 주문했고, J여사는 무난한 청포도 에이드를 주문했다.

1층은 역시나 사람들로 붐벼서 2층도 구경할 겸 올라가 보기로 했다. 2층은 가운데를 뻥 뜷어놓고 1층을 밑에서 내려다보면서 감상하게 되어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좌석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식물과 함께 싱그러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베이커리는 무난했지만 솔직히 음료는 약간 실망을 했었다. 보통 맛있는 커피집을 가면 입구에서부터 커피 볶는 냄새가 진하게 풍겨져 오고 로스터링 과정도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여기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어서 조금 불안 불안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래도 한여름 더운 날씨에 시원한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하니 기분은 상쾌해지고, 몸과 마음이 한껏 정화되었다. 도시생활에 지친 김포시민들이 이런 공간을 통해 힐링을 누렸으면 좋겠다. 글린 공원을 운영하는 주렁주렁 측도 사랑받는 만큼 세월이 지날수록 꾸준히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 잡게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김포의 넓은 부지를 활용한 대형카페들과 소위테마형 카페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선천적으로 방랑벽이 있어서 집에 하루 종일 있다 보면 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편이라 어디 근처라도 마실을 가지 않으면 좀이 쑤셔 견디지 못하는 타입이다. 오늘은 늦잠 덕분에 벌써 해가 중천이다. 들볶는 J여사의 성화와 함께 가볼만할 장소를 재빠르게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멀리는 못 나가고 아직 피로의 여파가 남아있어서 무리하긴 싫고 색다른 카페에 가서 휴식도 취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다행히 김포에는 비교적 그런 장소가 많다. 서울과는 달리 주차공간도 넓고, 규모도 큼직해서 차 안에서 오래 대기하는 그런 불상사도 별로 없고........ 이번에 가는 카페는 글린 공원과 마찬가지로 석모리에 위치해있다.(그렇다고 석모리가 카페가 몰려있다고 해서 좋은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몬테 델피노라는 곳인데, 몬테는 이탈리아어로 산을 의미하고, 피노는 소나무를 뜻하는 것인데 주위를 둘러보니 입지가 산에서 조금 들어가 있어서, 숲 속 한가운데 느낌을 준 것 같았다. 그렇지만 바로 옆에 규모가 큰 실내 골프연습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골프 치고 티 타임으로 오신 분들 도 꽤 많아 보였다.

건물도 규모가 크고 화려해 보이고, 옆에 정원도 갖추고 있었고, 심지어 인공폭포도 흐르고 있다. 부르주아(bourgeois)가 아니면 들어오지 마십시오. 표지판만 붙어 있지 않았을 뿐 자격지심이 마음속에 일어나 약간 위축된 걸음으로 카페 내부에 들어왔다. 내부는 겉에서 보다 더욱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샹들리에도 주렁주렁 달려있었고, 배치되어있는 소파나 가구가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카페인데도 불구하고 와인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다. 거대하고 우람한 댐에 조그만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인에 관해서 조금 관심이 있던 나는 먹잇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금살금 접근해서 라벨을 관찰해 보기 시작했다.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았다. 갑자기 날이 갠 것처럼 주위가 환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활기차게 수다를 떨고 있고, 가운데는 빵을 고르는 베이커리 코너도 있어서 일단 무난한 소시지 빵을 고르고 커피를 각자 시켰다. 맛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김포는 10년 사이 급속하게 인구가 두배 이상 증가하고, 얼마 전까지도 농촌마을이었던 장소가 어느새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이고, 전철역도 들어서는 등 급속한 속도로 성장을 하는 도시다. 아마 서울에 비해 비교적 집값이 저렴하고 가까워서 서울에 직장을 둔 많은 사람들이 김포로 이사를 왔지만 아직 증가한 인구수만큼 문화시설을 비롯한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문화생활에 대한 욕망을 이런 카페들로 조금 해소하는 듯했다.(사실 우리나라 대다수 지역이 그런 편이다.)

이번엔 시내 사이 공간 말고 좀 더 교외에 위치한 뱀부라는 곳을 다녀왔다. 저번에 갔었던 전류리 포구 맞은편 언덕 위에 위치해 있고,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대나무를 테마로 꾸민 카페라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왔었다. 위층은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있고, 아래층이 카페인데 내부로 들어서면 내부가 대나무 숲에 들어온 것처럼 꾸며져 있어서 색다르긴 했다.

그렇다고 김포에 위치한 카페들이 전부 외양에만 치중하고 본질인 맛에 대한 신경을 덜 쓰진 않는다. 


마지막에 소개할 카페 진정성은 외양이 독특하지만 화려한 조명도, 숲 속에 온 것처럼 식물도 없지만 오롯이 차에 집중할 수 있기에 정말 좋았다.

김포에서 시작해서 최근에 서울에도 분점이 생긴 진정성은 김포에 총 3군데가 있는데 각기 지점마다 조금씩 콘셉트와 스토리가 달라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본점, 서(徐)점, 기(紀) 점이 있는데 콘크리트의 차가운 현대 건축물이 눈에 띄지 않고 테이블과 소박한 의자에 앉아 정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서 바쁜 일상으로 지친 현대인들이 휴식을 즐기기에 너무 좋은 것 같다.

서점 같은 경우엔 천천히 가다의 서(徐) 자 뜻처럼 커피를 마시는 공간과 차를 마시는 공간이 따로 구분되어 있고, 기점은 다른 매장 규모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잠시 들렸다 쉬어가는 부담 없는 기분으로 갔다 올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는 특이하게 밀크티가 주력이다. 대만식과는 달리 타피오카가 들지 않은 밀크티이고 맛이 연한 것 같으면서도 우롱차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다가오는 부담 없는 느낌이고, 디저트들도 다른 베이커리 가게들과 달리 맛이 진하지 않고 담백해서 무척 좋았다. 음료나 분위기처럼 나도 한동안 멍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김포의 카페를 둘러보며 아직 우리나라의 카페 문화는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부족한 점도 많고 본질에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지만 한국인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부족한 문화생활의 욕망을 달래주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새로운 스토리텔링 이라던가 그 카페만의 매력도 생길 것이라 믿는다. 단순히 유행을 타지 않는 수십 년이 지나도 잘 유지되어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명소가 되길 빈다.

도시 근교에 자리잡아 한적함을 누릴 수 있는 진정성 카페, 이곳은 밀크티가 주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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