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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Sep 27. 2020

경기 유랑 김포 편 4-4 (최종)

과거의 현재의 미래의  김포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배꼽시계 알림을 들으며 석모리에 위치한 <<들내음 칼국수>>에 방문했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사람의 입맛이라는 것 이 간사한 게 보수적인 것 같으면서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변해가는데 어렸을 땐 시래깃국, 소고기 뭇국, 추어탕 등 뭔가 심심한 맛보다 달거나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맛에 푹 빠졌었고, 이젠 담백하고 음식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걸 찾기 시작했다. 들깨 향이나 맛이 나에겐 너무 이질적이라 싫었었지만 참께와 다른 개성적이고 담백한 맛에 끌리기 시작했다. 여기 <<들내음 칼국수>>가 바로 그런 곳이다.

다시 한강신도시로 돌아왔다. 한강신도시는 크게 3 지구로 나누어져 있는데 전에 소개한 구래동과 운양동 장기동으로 서로 독자적인 상권을 형성하면서 동네마다 분위기가 다른 게 인상 깊었는데 구래동이 호수를 중심으로 거대한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게 특징이라면 운양동은 나지막한 모 담산을 끼고 타운하우스 촌이 형성되어있는데, 최근에 몇몇 연예인들이 여러 방송을 통해서 운양동의 타운하우스로 입주한 장면들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타운하우스가 경기도 근교 도시를 중심으로 꽤 유행하는 걸 지켜보면서 층간소음의 걱정이 없고 자기 집 앞에 마당이 생겨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아파트에 비해 관리 비용이나 노력이 많이 들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불편함이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획일된 주거문화를 개선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도시문화가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이국적인 타운하우스 거리를 지나 어느덧 넓은 건물이 나타나고 모담산 한 자락에 한옥 처마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김포 아트빌리지라고 통칭되는 문화 complex로 보면 될듯한데 공연장과 정기적으로 미술 전시회가 열리는 아트센터 전시관과 1980년대 북촌과 을지로가 재개발되면서 운양동에 “샘재 한옥마을”로서 역할을 하다가 결합되어 김포의 문화적 자산으로 현재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여기 한옥들은 한강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있었는데 전통 자원의 리모델링을 통한 문화자산의 활용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살아 남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옥이 최근 레트로 열풍과 함께 다시 주목받아 HIP 한 문화공간으로 살아나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낡은 것, 촌스러운 것, 보존해야만 할 곳으로만 생각했지 우리 실생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전주 한옥마을을 시작으로 서울에 있는 북촌 한옥마을, 익선동, 경주의 황리단 길과 교촌마을까지 sns의 물결 속에 젊은이 들의 핫 플레이스가 되었으며 물론 기성세대의 변질되어가는 한옥마을의 모습에 대한 비판도 있겠지만, 물건들은 그 가치에 따른 역할을 해야 하고, 건물은 누군가가 사용하고 이용해야 빛나는 법이다.

신도시에서 생각지도 못한 한옥을 경험하니 한옥을 짓고 살았던 선조들의 마음으로 돌아가 좀 더 여유 있고 느긋하게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모담산 낮은 산자락 주위로 아파트가 감싸고 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21세기의 새로운 코즈모폴리턴적 풍경이라 보면 될까나......

안에는 카페와 식당과 함께 문화공방도 함께 위치해 여러 가지 체험도 할 수 있고, 한옥에서 숙박도 할 수 있다고 하니 달 빛 가득한 가을밤 술잔 한 잔 기울이며 머물고 싶다.

해는 우리의 바쁜 일정을 함께 소화하기 힘든 듯 벌써 초승달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우리는 마지막 장소인 장기동의 한강 중앙공원을 향해 길을 나섰다. 김포의 베니스이자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있는 곳을 뽑자면 1순위로 먼저 뽑을 수 있는 장소라 해야 할까? 한강 중앙공원에 도착하면 문보트가 흐르는 호수를 따라가다 보면 운하를 따라 상점가가 늘어서 있어 마카오의 베니시안 호텔이나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의 느낌도 얼핏 나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밤에 불이 켜지면 단점은 더욱 가려지고 장점만 부각되니 화려한 조명과 함께 그 분위기는 더해지고,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술 한잔과 함께 피로를 씻어낸다.

김포는 어떤 도시일까?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한강의 용화사에서 생각했던 명제를 중심으로 문수산성과 전류리 포구에서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도 하고 소위 핫 한 카페들을 가면서 김포시민의 문화공간에 대한 갈망도 겪어 보았고 과거의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공원들을 돌아보니 조금 덜 알려졌을 뿐 충분히 도시로서 매력이 풍부하다고 생각된다.

김포가 다른 도시에 비해서 넓이가 있는 편이고, 동네를 넘을 때마다 농촌의 경관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어느 도시보다 발전 속도가 빠르고, 인구의 유입도 많다. 자연과 도시의 경관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 한강도 있고, 강을 중심으로 이야기들이 있는 명소들이 많아 함께 둘러보기가 좋다. 앞으로 김포가 단순히 서울과 인천의 bedtown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도시로 우리 곁에 자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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