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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Feb 22. 2021

경기 유랑 양주 편 4-3 (가나아트파크)

추억이 묻어 있는 장흥 유원지

이제 본격적으로 장흥지역으로 들어간다. 큰길을 달리다가 계곡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갑자기 수많은 카페와 식당들, 그리고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들이 눈에 잡히기 시작한다. 옛날 우리들의 추억을 엿볼 수 있는 청암 민속박물관과, 천체관측과 가상 우주체험이 가능한 천문 테마파크, 송암스페이스센터도 장흥계곡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여러 볼거리들이 있지만 그 기회는 다음으로 넘기고, 우리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장흥계곡의 중간지점에 오면 옆에 배우 임채무가 운영하는 두리랜드라는 놀이공원이 나오고 맞은편에 멀리서부터 조각상들의 자태와 건물들의 자림 새가 심상치 않은 장소가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장흥지역의 유명한 미술관 테마 공원인 가나아트파크다. 티켓을 끊고 안으로 입장하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 원색으로 이루어진 건물부터 시원하게 펼쳐진 마당에선 조각가들의 작품이 저마다 한자리를 차지하고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우선 동선에 따라 정면에 보이는 가나 어린이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여기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함께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획전시공간과 볼풀 아일랜드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던 때가 쌀쌀한 겨울이었고, 재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라 대부분의 전시는 준비 중이라서 아쉬웠다. 그래도 1층 로비의 도자기와 몇몇 인상적인 그림을 감상하며 앞으로 보게 될 전시에 대한 기대는 조금씩 커져 갈 정도로 퀄리티는 훌륭했다. 가나아트파크는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전시를 차례차례 관람할 수 있어서 동선이 효율적인 편이다. 어린이박물관의 출구는 자연스레 카페 오월을 통과하며 지나가게 되는데 카페는 잔디밭이 있는 앞마당이 세련된 자태로 맞아준다.

잔디밭의 양 옆엔 빨간 원색으로 담장이 둘러쳐 있고 오직 정면만 바라보게 시선을 한 곳으로 모으게 하는 건축가의 의도가 느껴져서 이 건물이 무척 맘에 들기 시작한다. 카페를 지나면 파란색으로 둘러쳐진 건물이 바로 눈에 띈다. 이 파란색 건물은 피카소를 테마로 하는 미술관이다. 이 건물의 특징은 1층을 통유리로 하면서 그 공간을 미술의 공간이 아닌 카페나 담소의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무척 좋았다. 자칫 번잡해 보일 수 있어 미술의 집중을 흩트릴 수 있는데 미술도 좋지만 공간의 효율적 아이디어가 엿보였다.

계단을 따라 2층을 올라가면 피카소의 진품 두 점과 피카소의 생에를 엿보는 패널이 있고 한쪽에는 피카소가 말년에 몰두했던 도자기 작품까지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이번엔 빨간색 건물에 동일한 건축 스타일인 레드 스페이스가 나온다. 여기는 기획 별 전시가 이뤄지는데 내가 갈 때는 가구에 관한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마지막 옐로스 페이스는 가나아트파크의 명물인 예술품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로 활용되는 에어포켓이 있지만 예약제로 특정시간대만 입장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 실내 관람은 끝났고, 넓은 잔디밭에 펼쳐진 조각품을 감상하며 천천히 산책하는 일만 남았다.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인 토털미술관이 가나아트파크의 전신인데 그때부터 있었던 조각품들이 문외한인 필자의 눈에도 꽤 정교하고 아름답다. 문신, 최종태, 한진섭 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을 비롯하여, 브루델, 조엘 사피로 등 세계 근현대 조각을 아우를 수 있는 세계적인 작품을 감상하며 한동안 주위를 계속 맴돌고 있었다. 주변의 자연경관도 훌륭해 단풍이 지는 가을에 다시 오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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