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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Feb 24. 2021

경기 유랑 양주 편 4-4 (장욱진 미술관)

추억이 묻어 있는 장흥 유원지

이제 조금 더 깊숙이 계곡 안쪽으로 들어간다. 서울 근교의 휴양 타운답게 요양병원도 눈에 띄고, 모텔인지 호텔인지 아리송한 건물들도 하나둘씩 눈에 띈다. 계곡을 끼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심상치 않은 건물이 눈에 잡히는데 바로 장욱진 미술관이라 부르는 곳에 다다른 것이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로 알려져 있고, 특히 앞선 1세대 작가들과 달리 화가로서 개성과 독창성이 두드러지는 2세대의 선두주자로서 한국화단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동양화 서양화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서양화를 바탕으로 문인 산수화, 민화, 벽화 등의 전통적인 도상들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우리의 과거를 현대로 이어주는 독특한 이미지들에 새로운 조형적인 가능성과 의미를 부여한 작가였다. 관념적인 소재보다 우리 삶의 일상을 바탕으로 소박한 주제를 담담히 그려낸 화가로 알려져 부푼 기대를 안고 미술관으로 입장하였다.

미술관의 건물 일부분으로 알았던 입구에서 미술관까지 꽤 떨어져 있는 구조였다. 입구를 지나 장흥계곡의 아름다운 숲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잔디밭과 조각공원을 지나면 어느덧 앞에는 물을 따라 흐르는 꽤 큰 하천이 나있고, 그 하천 너머 독특한 현대건축이 눈에 띄는데, 저곳이 미술관 본 건물이다. 미술관 건물은 장욱진 화가의 그림 ‘호작도’와 집의 개념을 모티브로, 건물의 내외부가 모두 백색으로 되어 있으며 중정과 각각의 방으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로 2014년‘김수근 건축상’ 영국 bbc ‘2014년 위대한 8대 신설 미술관’에 선정된 바 있다.

특히 최근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송혜교, 박보검 주연의 드라마 ‘남자 친구’의 촬영지이기도 했는데, 1층은 주로 신진 작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기획전시실로 쓰이고, 2층은 장욱진 화가의 상설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가나아트파크와 마찬가지로 장욱진 미술관의 조각품도 꽤 아름답고, 특히 자연이 워낙 좋은 동네라 좋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았다 바로 옆의 하천을 넘으면 캠핑장이 보이는데 캠핑장 이름도 ‘미술관 옆 캠핑장’이라는 게 맘에 들었다. 언제 시간을 내어 캠핑장에서 별빛도 보고 낮에는 미술관의 조각공원을 차분하게 산책하고 싶다.

이제 다리를 건너 본격적으로 미술관에 들어가 본다. 마침 1층엔 <뉴 드로잉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어, 차분하게 감상해본다. 신진작가들이 장욱진 화가의 정신을 기리며 판데믹의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듯 그림 전체에서 우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림을 보며 작가의 마음을 읽어보고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나의 생각의 지평을 조금씩 넓어 본다. 예술은 우리에게 풍요로움과 넓은 세상을 안겨주는 것 같다.

이제 어느덧 2층에 올라가 장욱진 화가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감상한다. 장욱진 화가의 작품은 많지 않지만 생에 별로 깔끔하게 구상되어 있어서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작품 스타일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장욱진 화가는 덕소, 명륜동, 수안보, 용인 등 수차례 집을 욺 겨 갔으며 스타일의 변화도 조금씩 달라져 갔다. 특히 말년 시절인 용인시기의 그림을 보면 불안한 요소가 보이는데, 그림의 화자가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 죽음을 의식하지 않았나 생각되어 숙연한 생각이 들었다. 용인의 저택은 한옥집과 양옥집이 같이 있는 구조라고 하니 차후 용인을 다룰 때 한번 방문할까 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예술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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