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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Mar 04. 2021

경기 유랑 동두천 편 3-1(동두천 외국인 특구)

미국 문화가 가장 먼저 들어온 도시

미군 2사단이 들어온 동두천의 보산역 일대는 1950년대 이후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백여 개의 상가가 밀집해 있다. 지금도 거리를 걷다 보면 간판부터 시작해서 방문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분위기가 독특하고, 미국의 대표음식인 수제 햄버거부터 시작해 페루의 세비체와 터키의 케밥까지 맛볼 수 있는 동두천을 대표하는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때 외국인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 동네를 방치하지 않고 길을 재정비하고 건물 외벽에 특색 있는 그래비티를 그려 넣으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했다.

특히 안산과 마찬가지로 관광특구로 지정되었고, 1호선 전철을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제2의 이태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동두천은 미국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절반 이상이 빠져나갔다곤 하지만 보산역을 내리자마자 광장으로 나아가면 길거리를 걷는 사람의 상당수가 외국인이다. 그리고 정면을 보자마자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래피티의 풍경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 벽화마을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보단 미국에서나 볼만한 벽화 스타일이다.

예로부터 미국인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했던 상업지 구라 그런지 건물의 양식이나 글자체가 우리나라보단 외국에서 보임 직하다. 60년대 이후 재개발을 하지 않았던 동네라 오래전부터 명맥을 이어온 가게들도 많고, 그 가게들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현재는 보기 힘든 맞춤 정장 집과 세월의 떼가 묻어있는 이발소에서 과거의 화려했던 동두천의 영화를 떠올려본다. 거리 전체에 뻗어있는 벽화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신기한 간판을 살펴보며 걷다 보면 세계의 다양한 음식 등을 맛보는 푸드 스트리트가 있지만 저녁시간에만 열린다고 하니 이점은 참고해 볼만하다.

나의 발걸음은 계속 북쪽으로 이어지고 어느새 간판이 낡아서 색이 바래진 한 경양식집을 만나게 된다. 건너편의 미군 캠프와 역사를 같이하고 있는 벌써 5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륙 하우스라는 식당이다. 미군부대 주방에서 근무하던 1대 사장이 식당 문을 열고, 지금은 롯데호텔 출신의 오승호 셰프가 대를 운영하고 있는 경양식 전문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식당명을 오륙 하우스라 지은 이유는 성이 오 씨이고 가족이 6명이라 지었다고 한다. 식당 내부는 마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듯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녹아들어 가 있었다. 메뉴판은 아무래도 미군이 주 손님이라 영어가 병기되어 있고, 미국에서 온 듯한 사람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원래는 국내 1세대 수제 버거집이라 직접 만드는 고기 패티를 사용하는 햄버거로 유명하다고 한다. 지금은 햄버거 보단 밥을 먹고 싶어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오륙 하우스 정식으로 시켜보았다. 샐러드와 수프 식전 빵이 먼저 나왔는데 음식은 요즘 입맛에 정말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게만의 독특한 개성이 느껴졌다. 곧이어 스파게티가 조금 나오고 이윽고 튀긴 만두피로 모양을 잡아 감자튀김과 구운 당군 호박 가지 등을 올린 가니쉬와 베이 커드 빈즈를 올린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가 등장했다.

특히 베이 커드 빈을 올린 돈가스는 한 번도 맛보지 못한 것이라 맛도 맛이지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준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부디 이 가게가 오래 번창하여 앞으로도 동두천의 문화를 대표하는 가게가 되길 바란다. 이번에는 시가지의 남쪽으로 이동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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