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민 Mar 08. 2021

경기 유랑 동두천 편 3-2(동광극장, 양키시장)

미국 문화가 가장 먼저 들어온 도시

미군 문화가 비교적 진하게 남아있는 북쪽 보산동 일대와 달리 동두천 중앙 역을 중심으로 한 거리 일대는 예전 추억으로 남아있는 60,70년대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낡은 흑백 필름을 보는 듯하다.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였을 거리지만 지금은 미군도 많이 철수하면서 도시는 점점 쇠락해 가는 걸 막지 못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특수한 환경에서 생겨난 도시답게 다른 도시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장소가 적지 않게 남아있다.

그 장소 중 하나가 우선 가볼 양키시장이다. 1950년부터 군화와 군복 등 미군 의류와 식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들어와 시장을 형성했는데, 이곳에서는 미군이 내다 팔거나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품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라 미군이 쓰던 제품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물건을 사고자 찾아온 내국인과 미군들로 인해 시장은 호황을 누렸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산품 수입이 자유롭게 되고 더 이상 미군 제품이 주는 메리트가 점점 사라지게 되면서 이제는 나 같은 뜨내기 들이나 가끔 구경하러 올뿐 대부분의 상점은 텅 빈 채 쓸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도 아직 몇몇 상점들이 미군들이 쓰던 군복을 비롯하여 각종 군장 용품과 요즘 캠핑 붐을 타면서 군용 텐트 같은 것도 취급하고 있었다. 총이나 무기류 같은 것만 빼고 있을 건 다 있는 듯하다.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안사고 그냥 지나가기 아쉬워서 전투식량을 하나 사고 씁쓸한 마음으로 양키시장을 나왔다. 동두천 중앙역에서 다시 길을 틀어 15분 정도 걷다 보면 건물들의 간판이 색이 바래 낡은 티가 역력했고, 과거로 돌아간 듯하다.

갑자기 어렸을 때 본 것 같은 오래된 극장이 나를 맞아준다. 지금은 멀티플렉스에 밀려 어느덧 찾기 힘든 단관극장이지만 동두천에는 동광극장이 1959년 문을 연 이래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예전 대기업의 극장보다는 종로의 단성사나 피카디리까지 굳이 가서 영화를 보곤 했었다.(비록 단성사와 피카디리도 멀티플렉스로 바뀌었지만) 단성사는 지금은 평범한 귀금속 상가로 바뀌었고, 피카디리는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영화관으로 변모해 항상 아쉬움이 많은 나였다. 동광극장의 외관은 옛 모습 그대로 걸린 노란색 영화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물론 예전에는 수작업으로 그린 영화 포스터가 극장 외벽에 걸려있었겠지만 지금은 포스터로 바뀌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영화관으로서 기능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무척 감사하다. 비록 지금은 최신 영화를 상영하고 있지만 내부는 그동안의 멀티플렉스에서 보지 못한 점들이 많아 과거로 여행 온 듯했다. 특히 매점과 매표소는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기서 응답하라등 수많은 영화를 찍기도 했었다. 눈길을 끈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안에는 영화관과 어울리지 않은 수족관과 각종 피규어가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빈티지했던 대기 구역과는 달리 상영관 내부는 무척 깔끔했다. 1993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스크린과 음향, 의자 등 제반 시설을 전부 현대식으로 싹 바꿨다고 한다. 1층에는 고급스러운 가죽 소파가 설치돼 있었고, 2층은 좀 더 독특한 구조로 꾸며져 있었다. 2층 첫 줄 관객석 앞에는 다리를 올릴 수 있는 받침대가 설치되었고 추가로 핸드폰 콘센트까지 설치돼 있어 휴대전화 충전도 가능했다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제 동두천의 다른 구역도 한번 가보기로 한다.

작가의 이전글 경기 유랑 동두천 편 3-1(동두천 외국인 특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