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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Mar 10. 2021

경기 유랑 동두천 편 3-3(동두천 브루어리)

미국 문화가 가장 먼저 들어온 도시

동두천은 단관극장인 동광극장만으로 동두천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하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 역할을 동광로의 반대편 쪽 머지않은 장소에 문화극장이 나누고 있다. 문화극장 역시 80년대 건물형 태인 타일이 건물 외벽 전체를 감싸고 있어 시간여행을 이어가는데 손색이 없다. 그래도 동광극장과 달리 나름 2 개관을 갖추고 있고, 조금 더 최신식의 느낌을 갖추고 있긴 하다. 시골의 버스터미널 같은 분위기와 의자들이 예전의 추억을 새록새록 나게 만들었다.

이런 동두천의 영화관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미 작년에 동두천에 cgv공사를 마치고 오픈하기 직전의 상황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개관이 잠정 연기된 상태다. 부산의 남포동 영화거리를 주름잡고 있었던 부산극장도 대구의 만경관도 새련됨과 편리함으로 무장한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시네마를 결국 이기지 못하고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동광극장과 문화극장은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기념물 같은 동두천의 두 극장이 계속 우리 곁에 남았음 하는 바람이 있다.

경기 북부의 외진 곳에 자리 잡은 동두천이지만 경기도에서도 손꼽히는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동두천 중앙시장 대로변 2층 건물에 자리 잡은 동두천 브루어리다. 간판이 눈에 띄지 않는 편이고, 주차도 편하진 않지만 수제 맥주공장이라는 세로로 붙은 안내판이 나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들어가는 길은 어느 호프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올라가는 계단에는 동두천 맥주에서 생산되는 맥주 라인업이 붙어져 있었다. 인디아 페일 에일, 바이젠, 헬라스 라거 등 다양한 맥주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다시금 앞으로 마셔볼 맥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동두천 브루어리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맥주 생산시설이 눈을 압도했다. 거대한 스테인리스 맥주통들이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동두천 브루어리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나에게 맥주 시음을 권하면서 주말에는 브루어리 투어와 설명도 들을 수 있으니 꼭 방문하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페일 에일, 인디언 페일 에일, 바이젠, 헬라스 라거 순으로 시음을 했는데, 모두 하나 빠질 것 없이 속이 꽉 차고 안주가 따로 필요 없을 것 같은 훌륭한 맛이었다. 기본 맥주 자체도 훌륭하지만 맥주 브루어리에서 바로 뽑아낸 맥주라 신선함이 이루 말할 게 없었다. 브루어리의 사장님의 맥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보이는데, 브루어리 내부는 호프집처럼 꾸며져 있어 친구들과 함께 다트도 던지도 농구게임을 즐기며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집으로 가기 전 맥주 6캔을 포장하고 집에서 한번 더 그 여운을 즐기기로 하고 동두천의 마지막 목적지인 파인힐 커피하우스로 이동한다. 동두천 시 외곽 언덕 꼭대기 전망 좋은 카페로 유명한데 커피 한잔 하며 동두천 시내를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본다. 한때 영화를 누렸으나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나가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동두천, 동두천의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나는 동두천이 만들어진 독특한 특성을 미디어나 각종 매체들을 통해 끊임없이 회자되게 하고, 이태원을 대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경기도의 매력과 개성을 한층 넓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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