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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Mar 15. 2021

경기 유랑 남양주 편 2-2(물의 정원)

강을 따라 흐르는 남양주의 역사 여행

수종사의 산 중턱을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 슬슬 수종사로 들어가는 차량이랑 아찔한 상황을 몇 번이나 겪었다. 접근하기 쉽지 않기에 수종사의 경관이 지금까지 보존되지 않았을까 하는 치기 어린 추측도 해봤다. 어느새 다시 평지가 나오고 바로 눈앞에 북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그 강을 중심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바로 자전거 라이딩 명소로 꽤 유명한 물의 정원이다.


경기 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멀지 않은 물의 정원은 2012년 국토교통부에서 4대 강 사업과 같이 병행해서 조성한 광대한 면적의 수변생태공원이다. 특히 전철을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운길산역 맞은편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물의 정원까지 라이딩을 하는 가족, 연인들이 많다고 한다. 물의 정원의 주차장은 안쪽과 바깥쪽 양옆에 있기에 자차를 이용하는 관광객들도 편하게 올 수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입구에는 푸드트럭도 영업 중인데, 물의 정원 내에는 따로 매점이 없기 때문에 음료수나 물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여기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의 정원이라고 해서 인위적으로 조경을 한 것 같은 시설물이 특별히 있는 게 아니라 라이딩을 하거나 혹은 걸으면서 북한강의 아름다움을 살피며 걸을 수 있는 공원에 가깝다. 5월에는 양귀비, 9월에는 노랑 코스모스를 만끽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 겨울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 황량함 속에서 강 쪽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상념에 젖어본다.


물의 정원은 강변 산책길, 물향기 길, 물 마음길, 물빛 길 등 산책로와 전망테크가 잘 조성되어 있다. 특히 산책로 중간에는 물의 정원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보행교와 각종 포토 스폿들이 유난히 많아 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강가에 홀로 쓰러져 가는 고목 한 그루인데 이미 수명을 다해 뼈는 앙상하지만 그 자태가 남달라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새벽에 물안개가 필 때 오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 날은 아직 쌀쌀하고 주변에 꽃도 피지 않았지만 번잡하지 않아서 물의 정원을 걷는 시간이 행복했던 것 같다.


이제 물의 정원을 나와 북한강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가평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간판만 봐도 맛있어 보이는 맛집이 두루 분포되어 있다. 북한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순두부, 동치미 국수, 수제비 등 운길산 역 근처 맛집마다 유난히 차량의 행렬로 북적인다. 하지만 나의 목적지는 북한강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왈츠&닥터만 커피박물관이다.


북한강 강변에 바짝 붙은 붉은색 벽돌 건물로 지어져 고풍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커피박물관은 아름다운 왈츠가 주차장부터 울러 퍼진다. 클래식카가 마당에 놓여있어서 마치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얼핏 받을 수 있다. 커피에 대한 세계 각국의 독특한 역사와 정보를 소개하고 커피를 체험하고 소통하는 공간인 박물관과 식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나누어져 있지만 현재 아쉽게도 박물관은 코로나로 인해 잠정 휴관 상태라고 하니 아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커피 한잔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에 레스토랑 내부로 들어오니 고풍스러운 찻잔과 식기들, 앤티크 한 가구들이 어우러져 레트로 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요즘 빈티지 레트로 한 분위기가 유행이라 카페마다 그런 분위기를 흉내만 낸다면 왈츠와 닥터만 박물관은 주인의 정성과 애정이 엿 보이는 유럽 귀족의 저택 같았다. 아늑한 분위기 속에 세월의 때가 묻은 소파에 앉아 북한강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한동안 넋을 잃고 주문하는 것을 까먹고 웨이터가 재차 권할 때 비로소 커피를 주문했다.


참고로 이곳은 커피값이 무척 비싸다. 순간 커피 가격인지 음식 가격인지 모를 정도였지만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인 블루마운틴을 2만 원 가격에 주문했다. 항상 가성비를 중시한 필자였지만 분위기와 맛만 괜찮다면 한 번씩 마셔보는 것도 괜찮다 생각한다. 가격이 비싼 만큼 맛도 괜찮았고 서비스도 괜찮았다. 매주 금요일마다 금요음악회를 개최하여 여기서 클래식 음악회도 열린다고 하니 연인이나 가족끼리 날 잡고 한번 와도 좋을 곳이다. 이제 마음껏 북한강의 경치를 즐겼으니 이번에는 강에 얽힌 역사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장소로 함께 이동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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