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양평
누구나 나이가 점점 먹어갈수록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자연이 어우러진 경치 좋은 시골 한복판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커피 한 잔 걸치는 여유로운 삶, 그런 미래를 얻기 위해 하루하루 치열한 나날을 보낼지도 모른다. 직장을 그만두고 탈 서울을 외치며 아름다운 노후를 보내기 위해 양평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이른바 경제력 있는 뉴 실버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에 구애받지 않는 예술가들도 양평을 선호한다.
경기도 동부의 외지라 할 수 있는 양평의 매력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우선 서울과의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서울에서 1시간 이내로 충분히 접근 가능하며 차가 막힐 경우 KTX는 물론 전철이 수시로 지나간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즐기면서 문명의 세계에 한 발 걸쳐 놓을 수 있는 양평의 아름다움을 함께 누려보도록 하자. 옥천냉면의 신기하고 낯선 맛을 경험한 후 남한강변을 따라 읍내 방향으로 이동한다.
혹자는 스위스의 알프스, 중국의 장가계, 캐나다의 밴프 국립공원과 비교하여 한국은 자연경관이 별 볼일 없다고도 한다. 물론 옥색이 감도는 푸른빛 호수와 위엄 넘치는 설산은 없지만 우리나라의 자연경관은 어머니의 품 같은 따뜻함이 있다. 늦은 오후 햇살을 받으며 물결이 조용히 일렁이는 남한강을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치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물아일체가 된 느낌이랄까? 장엄하게 흘러가는 남한강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어서 도중에 가는 길을 잠시 멈춰 들꽃수목원으로 들어갔다.
▲ 봄꽃이 활짝 피어있는 들꽃 수목원의 풍경 양평읍에 들어가기 직전 남한강변에 자리한 들꽃 수목원은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아기자기 하고 오밀조밀 하게 잘 꾸며져 있다.
양평읍으로 가기 직전 남한강변에 자리한 들꽃수목원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적당한 크기에 아기자기하게 조경이 잘 가꾸어져 있어 부담 없는 산책으로 제격이다. 야생화와 허브들이 유럽식 조경으로 소박하게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들꽃수목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벤치에 앉아한 없이 남한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 들꽃수목원에서 바라본 남한강과 벚꽃의 자태 들꽃수목원은 규모가 크지 않아 1시간이면 한바퀴를 돌 수 있다. 언덕을 올라가 남한강을 굽이보는 전망이 무척 훌륭하다.
아직 3월이라 다소 황량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4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는 허브온실이 있다. 현재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잠시 운영이 중단되었지만 밤에 가면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볼 수 있고, 자연생태박물관도 있다고 하니 상황이 좋아지면 한번 더 찾고 싶은 곳이다.
▲ 들꽃수목원의 화사한 봄 풍경 들꽃수목원의 벤치에 앉아 한없이 남한강을 바라보면 세상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화사한 봄꽃의 풍경에 나의 마음도 한 없이 녹는다.
들꽃 수목원을 나와 다시 양평읍으로 향하다 보면 거대한 규모의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디어를 통해 꽤 화제가 되었던 양평 스타벅스 DTR점이 바로 그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빵을 직접 굽는 베이커리 매장이 들어섰다고 하는데 개점 날부터 카페에 들어서기 위해 엄청난 줄을 자랑하기도 했었다. 조용하던 시골이 스타벅스라는 거대한 공룡을 만나 동네 전체가 요동친 셈이다. 이제 스타벅스는 시장을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스타벅스 자체가 시장을 만들고 있다.
▲ 양평의 새 명물로 자리잡음 스타벅스 양평 DTR점의 내부 양평읍의 남한강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벅스가 들어왔다. 내부는 통유리로 시원한 조망을 맛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양강섬과 남한강의 전망이 무척 일품이다.
한때 여러 미디어의 노출을 통해 한동안 인파에 몸살을 앓던 스타벅스 양평점이었지만 현재 주차공간에 꽤나 여유가 있다. 계단을 통해 2층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 보면 본사에서 꽤 신경을 썼던 지점답게 인테리어가 정말 인상 깊었다. 특히 넓은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남한강의 전망이 무척 훌륭하다. 하지만 통유리 앞에 떠있는 섬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예전엔 이포보에서 팔당댐까지의 남한강 구간을 양강이라 부르기도 했었다. 양평읍내를 흐르던 양근천이 스타벅스 부근에서 남한강과 만나면서 거대한 물결을 형성하고, 양강 섬 또는 떠드렁 섬이라 불리는 귀여운 규모의 작은 섬이 바로 앞에 서있었다. 현재 양강 섬은 양평읍과 강상면을 잇는 양강 대교 부근에서 이어진 제방을 통해 접근할 수 있고, 반대편 물안개 공원 부근의 부교를 통해 섬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양강 섬에는 섬 주변을 따라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다.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강을 바라보고 있자면 평화로운 광경에 젖어 세상 근심이 절로 사라지는 기분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양평읍 방면을 굽이 본다.
웅장한 규모의 스타벅스와 높이 치솟은 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양평역 부근이 훤히 보인다. 수도권 개발의 붐은 어느새 양평까지 번져 있었다. 길 중간중간 보이는 부동산 관련 현수막과 치솟고 있는 오피스텔, 타운하우스를 보며 평화로웠던 양평은 이제 없는 것인가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 양평 군립 미술관 양평은 인구당 예술가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자체이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미술관의 짜임새나 구성이 정말 수준급을 자랑한다.
드디어 양평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양평읍에 들어왔다. 다른 지역과 읍이나 면과 달리 간판도 깔끔하고, 군데군데 작은 로터리 방식으로 도로를 정비해 놓았다. 중앙선 양평역이 개통되고, 은퇴 이민자를 비롯 서울을 떠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양평으로 들어오면서 읍내 전체에 활발함이 도는 것 같다. 인구 당 예술가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양평, 양근대교를 건너 양평읍 방면으로 들어갈 때 커튼월 형식의 범상치 않은 건물이 바로 눈에 띈다.
2011년 12월 16일 개관하여 양평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내실 있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으로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양평군립미술관이다. 건물도 아름답지만 특히 미술관의 기획능력이 정말 수준급이라 본다.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위주로 전시회를 활발히 개최하고 있으며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큰 호평을 얻고 있다.
미술은 생각의 사유를 넓게 해주며 마음의 힐링을 얻게 해주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적 행위라 본다. 각 고장마다 훌륭한 미술관이 많이 들어와서 문화적으로 더욱 풍요로웠음 하는 바람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좋은 작품들을 마음껏 감상하고 나니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