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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May 24. 2021

운민이 만난 사람들 3 - 김포문화재단 이민수 팀장

수년 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드디어 실체가 드러나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거리에선 캐럴이 울러 퍼지고 상점마다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는 트리가 존재감을 뽐내며 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나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라 하면 TV 속에 비친 거대한 등탑이 북쪽을 향해 바라보듯 서있던 장면이다. 모두가 축복하고 행복해야 할 성탄절에 이산가족들은 북에 남기고 간 가족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듯 한 광경이 인상적으로 현재까지 남아있다. 그 등탑이 서 있던 장소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해발 155미터의 산, 애기봉이다.


애기봉은 등탑이 철거된 이후, 관리 주체가 김포 문화재단으로 넘어가면서 슬픈 과거를 딛고 김포를 대표하는 새로운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로 전시관과 전망대를 짓고 있다. 개관을 몇 달 남기고, 김포 문화재단 이민수 팀장님의 협조를 얻어 애기봉의 현재 모습을 담고자 했다. 애기봉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민통선 내에 위치하기 때문에 군부대의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남과 북의 접경지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차로 애기봉 정상에 오르니 생각과 다른 세련되고 현대적인 거대한 규모의 전시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팀장님과 만나 애기봉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김포문화재단 애기봉 사업팀장 이민수 팀장 김포문화재단 애기봉 사업팀장 이민수 팀장님과 개관을 몇 달 앞두고 현재 진행사항에 관해 인터뷰를 나누었다.


- 안녕하세요. 본인과 김포 문화재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김포 문화재단 평화문화본부 애기봉 사업팀장 이민수입니다. 김포 문화재단 출범 당시부터 6년 차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김포 문화재단은 김포시 산하 재단으로 지역 예술발전은 물론이고 김포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역량을 높이면서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활용하여 ‘평화문화도시’ 구축을 위한 기관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애기봉에서 바라본 한강 하구(조강)의 풍경 애기봉에서는 북한뿐 아니라 한강에서 임진강, 예성강 등이 합류하는 조강의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살펴볼 수 있었다. 날이 좋으면 더욱 수려한 경치를 보여준다고 한다.




- 애기봉의 이름의 유래가 독특하다고 합니다. 애기봉에 담긴 전설이나 명칭에 담긴 유래가 있는지요?


" 우선 애기봉이라 이름이 붙여지게 된 이유는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이 애기봉을 방문할 때 주변 마을 주민분들이 애기라는 기생과 평안감사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들려주었죠. 그래서 대통령이 애기에 얽힌 전설과 그녀의 한이 가족과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한과 같다고 해서 애기봉이란 명칭이 정식으로 붙여지게 된 겁니다. 다만 애기봉이라는 명칭 자체가 기생의 의미를 담고 있고, 폄하하는 뉘앙스가 있다 보니 정부의 한 기관에서는 애기봉의 명칭 대신 다른 이름을 쓰자는 의견도 있었고요. 시에서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대신 한강 하구의 명칭을 따서 조강 평화생태공원으로 갈 것이나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


- 언제부터 군사보호 구역에 있는 전망대가 개방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김포 문화재단에서 관리를 맡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그 관리를 맡게 되었는지?


" 예전부터 애기봉에는 안보교육관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6.25 전쟁 당시 145 고지로서 남북 간의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졌던 역사적인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동안 애기봉이 홀대받았다고 볼 수 있지요. 그동안 수많은 시장님들이 부임하시면서 애기봉을 좀 더 김포의 관광자원의 모토로 만들어 보자. 지난 10년 동안 준비를 해왔던 곳입니다. 


원래는 타워형 전망대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시민들에게 전망대 안에서 전망도 즐기고, 체험, 전시 환경을 만들려고 했는데 국방부에서 54미터 높이의 전망대를 접경지역에 세우면 북한에서 위화감이 든다고 반대를 했던 거죠. 그래서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게 지금의 모습입니다. 


전시관 3관이 들어서고, 커피숍,  VR 체험, 영상관이 들어섭니다. 전시 1,2,3관은 김포의 생태와 자연, 평화 그리고 미래의 주제를 집약해서 전시를 꾸밀 예정입니다. 애기봉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남북 접경지역에서 가장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조성했습니다. 파주, 강화에서도 전망대를 통해 북한을 볼 수 있는데 정적인 풍경 위주라서 살짝 아쉽긴 하죠. 하지만 애기봉 전망대에서는 다양한 각도로 북한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고, 농사짓는 북한 주민도 눈앞에 생생한 광경으로 펼쳐집니다. "


             




▲ 애기봉 전시관의 체험 시설 중 하나인 개성 vr 열차 애기봉 전시관의 체험 시설 중 하나인 개성 vr 열차는 개성에 직접 가지 않고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가장 인기를 끌만한 시설로 기대가 된다고 한다.




- 이산가족들이 종종 방문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때는 거대한 등탑이 애기봉 앞에 세워져서 북쪽을 향해 환히 밝혔던 일을 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와 얽힌 기억나는 사연 같은 게 있으신가요?


" 성탄절에 등탑을 밝히는 행사는 거의 2,30년 지속하던 행사였습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권 때 등탑 철거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이념적 분쟁을 비롯해 장기간 논란의 여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통하여 애기봉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겼고, 애기봉이 더 이상 이념의 불씨가 아니라 화합의 장터가 돼야 한다는 과제가 더 얹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등탑을 철거하고 나온 잔해물과 주위에 있는 철책들을 탄피와 함께 녹여서 평화의 종을 만들어서 애기봉 정상에 새롭게 설치했습니다. 애기봉이 앞으로 평화의 장으로 새롭게 거듭나길 바랍니다. "


- 여기 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서 인상 깊은 장면이라던가 특이사항은 딱히 없으셨나요?


" 제가 애기봉에 2020년 7월 13일에 왔으니까 부임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원래 저의 고향이 김포시 하성면입니다. 여기서 불과 20분 거리죠. 그러니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선전방송을 듣고 자랐습니다. 산에서 삐라도 종종 주워서 연필과 공책을 받았던 기억이 어느덧 40년 전이네요. 지금은 50세에 관리 팀장이 되어 고향 근처로 돌아왔으니 인생만사 새옹지마입니다. 애기봉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이산가족의 안타까움을 티브이를 통해서만 봤었는데 이곳에 오니 그게 더 절실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이 통일이 더 빨리 되어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 되길 바라봅니다. " 


- 제가 예전에 복무했던 곳이 한양도성 내부에 위치했는데 여기도 문화재청 직원이랑 군부대가 같이 근무했던 지역이라 사실 서로 의견 조율하는 게 만만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여기도 군사지역이라 서로 의견 조율하는 게 만만치 않을 텐데 그런 점은 어떠신가요?


" 업무가 구분되어 있다. 김포시청 관광지원과에서 저희 시설을 설치했고요, 군부대와 유기적인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항상 하나라도 더 보여드릴 게 없을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 새롭게 단장 하여 오픈을 앞두고 있는 애기봉 평화 생태 전시관 올해 9월 오픈을 앞두고 있는 애기봉 평화 생태 전시관은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로 건설되었다. 안에는 전시 뿐만 아니라 각종 체험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었다.




- 애기봉이 폐쇄되기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기봉을 찾으셨습니까?


" 여기가 새롭게 리모델링하기 10년 전에는 연 10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가본 사람들마다 경치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서 부산, 대구, 전라도 등 전국 팔도에서 관광객들이 다녀갔었고, 수학여행 온 친구들은 물론 이북 5 도민들도 제사를 지내거나 차례를 지내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죠. 여기가 154 고지라서 해병대의 치열했던 전투 현장이기도 합니다. 위로 올라가면 해병대 지구 전적비가 있습니다. 여기서 해병대원들이 참배를 오곤 합니다."


- 앞으로 애기봉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게 될까요? 김포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마스터플랜이 있으신지? 


"  애기봉뿐만 아니라 배후단지를 함께 조성할 계획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애기봉을 방문하게 되면 이 지역에서 먹고, 자고, 체험까지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지요. 그리고 여기서 머지않은 곳에 통일대교를 세울 계획도 가지고 있는데 다리를 타고 가면 개성까지 45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훗날 남북교류가 활성화되어서 개성까지 자유롭게 왕래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주위의 자연을 활용해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 애기봉에서 바라본 북한의 풍경 애기봉은 우리나라의 어떤 전망대 보다 북한의 모습을 가장 실감나게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유명하다. 날이 좋으면 북한의 송악산은 물론 북한의 주민이 농사짓는 장면도 엿 볼 수 있다.




- 애기봉에 온 김에 추천하고 싶은 명소나 맛집이 있을까요?


" 애기봉 근처에는 20년 전 조성한 김포 조각공원이 있습니다. 세계의 유명한 조각가들을 초빙해 평화를 염원하는 작품 30점을 살펴볼 수 있고요. 애기봉이 재개관하면 조각공원에 야간조명을 통해 야간 관람까지 즐기게 할 계획입니다. 김포에 맛집이 참 많아 고민인데요.(웃음) 보구곶 쪽에 가면 방공호를 활용해 만든 작은 미술관과 장어집이 맛있는 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다하누촌에 가면 싸고 저렴하게 소고기를 드실 수 있습니다." 


- 이제 머지않아 애기봉이 다시 관광객들 한테 개방될 텐데요. 애기봉에 대한 자랑거리나 당부의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셔도 됩니다.


" 일단 개관을 하게 되면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예약제로 운영할게 될 텐데,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시관의 자랑거리라 하면 고려 개성 열차를 테마로 한  VR 체험입니다. 김포에서 개성으로 가는 열차를 타는 느낌으로 개성이 한눈에 다가옵니다. 저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현재는 개관 준비 중이고,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이 지역은 물론 평화 통일 관련 관계자 분들을 모셔서 개선사항들을 미리 점검하고 9월 초에 개관 예정이니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고, 팀장님과 함께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아직은 전시실의 공사가 끝나지 않아 어수선한 상태지만 최첨단 기법으로 관람자들의 흥미를 돋는 전시구성이 알차게 보였다. 특히 유리창 너머로 본 한강 하류(조강)의 풍경과 북한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전시관에서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다양한 각도에서 북한을 조망할 수 있었다. 날이 좋으면 개성 땅 일대까지 보인다고 하니 9월에 개관하게 되면 꼭 찾아가 봐야 할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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