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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Oct 07. 2020

경기 유랑 연천 편 1-1

한탄강의 외침

경기도 최북단에 자리한 동네,  4만 3천으로 경기도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연천은 서울에서 가는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훨씬 먼 동네다. 연천에서 군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겨울철 경계근무 설 때 살을 찢는 듯한 매서운 칼바람이 기억이 날 것이고, 국사 공부를 열심히 해본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최초의 구석기 유적지인 전곡리 선사유적 정도가 어렴풋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연천을 갈까 말까 고민하는 와중에 한 장의 강렬한 사진은 나를 연천에 가야겠다는 확신을 강하게 가져다주었다. 거의 무너져서 흙으로 만든 토성과 돌벽일부가 남아있는 성이지만 평지에 우뚝 솟아 비록 셍벽은 무너졌지만 그 기상은 여기 그대로 남아있다는 걸 사진으로 봐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또한 해바라기가 성벽 외곽을 주위로 화려하게 만들어 성터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고 있다. 그곳은 바로 연천의 호로고루성이다. 그동안 민통선 근처에 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고구려성이 었는데, 촬영과 sns 인증 명소로 유명해져 세간에 더욱 오르내리고 있다.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연천으로 가게 되었지만, 연천은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정말 때가 덜 묻은 경치가 이곳저곳에 위치해있고  숨은 장소들마다 정말 좋은 곳이 많다. 한탄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라 강변이 만나면서 곳곳에 주상절리, 폭포, 바위 등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고,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해 역사를 거치면서 많은 이야깃거리와 그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연천은 생각보다 가깝다. 차로 1시간 반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인데, 북한과의 접경지역이기도 하고 다른 도시들에 그 이름이 가려져 이 곳을 굳이 찾아서 가지 않았다. 임진강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감상하며 가을 하늘과 함께 위쪽으로 동쪽으로 깊숙이 달려간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나의 마음은 접어두고 오직 가는 길만 즐기며 달려본다. 연천에 도착하고 임진강과 한탄강의 합류지점을 지나가 잠시 강변에 차를 세우고 오랬만에 오는 마음의 자유를 한껏 누리기로 했다.

강은 세월이 십 년 이십 년 지나도 변함없이 U자 커브를 돌며 유유히 흐르고 있다. 그런 강물에 내 몸을 맡긴 채 당장 연천에서 어디를 가야 할지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하고 먹어야 할지 따위 생각을 모두 접고 그냥 머릿속을 텅비워본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세상 고요한 낮잠에 든 나는 생각을 한동안 비웠더니 연천에 대한 모든 것이 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군, 연천의 처음 여행은 임진강과 한탄강을 따라서 고구려 성곽을 중심으로 둘러보는 게 좋겠어!” 한탄강에서 한탄을 소리 놓아 외쳤던 궁예처럼 목소리가 갑자기 끓어올랐다. “ 연천은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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