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민 Sep 22. 2020

경기 유랑 김포 편 2-1(대명항)

한강을 따라서 바다를 따라서 – 김포 평화누리길과 그 주변

“김포에서 북한이 이렇게 가까웠었어?” 많은 사람들이 김포가 북한과 접경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열에 아홉은 무척 놀라기도 하고, 어떨 때는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사실 나도 김포에 온 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 계기는 한강을 가로막고 있는 철책선과 군시설물들이다. 용화사에서의 한강의 풍경은 주변에 높은 건물도 없고, 탁 트힌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지만 밑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철조망도 촘촘히 박혀 있고, 100m마다 서 있는 망루가 군사적 긴장감을 들게 만드는 왠지 모르게 위축된 느낌마저 들게 만들었다.


한강을 따라서 철조망 사이에 신기한 파란색 표지판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평화누리길 1코스라 써진 표지판은 냉전의 분위기 속에서 그래도 우리는 너희들의 환영한다는 화해의 제스처 같아서 용기를 조금 얻게 되었고 평화누리길에 대해서 조금 조사를 해보았다.


평화누리길은 2010년 5월 8일 개장된 DMZ 접경지역인 김포, 고양, 파주, 연천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의 걷는 길이고, 무려 총 12개 코스 189k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길이라 다 돌아볼 염두는 나지 않았고 김포에 있는 3개 코스 중 일부 포인트 위주로 맛만 보기로 했다. 김포에서 출발하는 코스라 그런지 1코스부터 3코스까지가 김포를 거쳐가게 되는데, 김포의 유명한 명소 포인트를 거쳐가니까 김포 여행도 덤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인기 있는 트래킹 코스라 그런지 관리는 생각보다 잘 되어있어서 자전거나 도보로 지나가는 여행자들도 종종 보았고, 온라인상에 카페도 있고 해서 수시로 유실 정보 등 최신 소식을 알 수 있다.


우선 출발지인 대명항으로 먼저 가보자.
김포를 대표하는 항구이자 수많은 관광객들이 철마다 새우를 먹으러, 꽃게를 사러 오는 곳 마을이 대망(이무기)처럼 바다를 향해 굽이쳐 있다고 해서 대명항으로 불리는 곳, 규모가 큰 항구는 아니지만 수많은 어선과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강화도의 풍경이 이번 여행의 애피타이저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건너편에서는 “여기는 전방에서 가깝습니다.” 속삭이듯 군함들이 모여있는 함상공원도 함께 위치해있다.


조금 긴장감이 들었지만 어디선가 새우를 튀기는 고소한 향기가 내 코끝을 자극한다. “여기가 그 유명한 대명항 원조 맛집! 수철이네 본점입니다” 유명하다는 문구에서부터 엄청난 자신감이 느껴졌고, 원조라는 말을 쓴 것을 보니 유사품이 성행하거나 프랜차이즈업을 하고 있다는 걸 유추해볼 수 있었다.


 검색창에 가게 상호명을 쳐보니 역시나 경기도를 중심으로 수많은 가게가 있는 프랜차이즈라는 걸 알고는 조금 실망도 했지만 이런 조그만 한 구석에서 시작해서 수많은 분점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여기는 맛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냉큼 가게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는 가게를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평범했지만 뭔가 깔끔하고 세련되 보이는 느낌이다.


나는 주로 식당에 갈 때 간판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간판이 뭔가 낡았어도 조금 관리가 된 것을 보면 최소 주인이 음식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았다. 떡볶이에 새우튀김 세트를 주로 팔고 있는데 맛은 특별한지 잘 모르겠지만 기본에 충실했고, 대명항에서 시작한 스토리가 있어서 이야기의 맛까지 더해지니 어느새 떡볶이와 새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니 출발도 하기 전에 졸음기가 밀려온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다시 다음 목적지인 덕포진을 향해 항구를 벗어나니 차도 다니기 힘든 시골길이 나타나고, 강화도를 마주 보면서 철책길을 따라 행군하니 다시 군 복무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파란색 실선만이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철조만 너머에 있는 강화 사이의 해안가는 마치 강처럼 폭이 넓지 않기에 염하(鹽河)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폭이 좁은 곳은 200~300m, 넓은 곳은 1km 정도이고, 길이는 약 20km이다. 이 좁은 해협에서 많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고려시대에는 몽골의 침입을 피해 이 바다를 방어막 삼아서 항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삼남지방에서 오는 세곡선(稅穀船)이 염하를 통해 한강으로 진입하기도 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외세를 막는 군사적 요충지였는데 개항기 때는 병인양요(1866년)와 신미양요(1871년)를 치른 격전지였다.


이런 중요성으로 인해 군대 주군지인 돈대가 물길을 따라서 산재해 있는데 크기에 따라진(鎭)과 보(堡)등 수많은 방어유적이 위치해 있다. 그중 바로 김포에 위치한 돈대가 바로 지금 가고 있는 덕포진이다.

바로 건너편의 강화에 있는 초지진을 마주 보면서 수많은 서양세력의 침입에 대항한 치열한 전투의 무대가 되기도 했는데, 위치 자체가 서울로 넘어가는 주요한 거점에 있기도 하고, 여기가 함락되면 서울까지 별다른 장애물이 없기에 군사적 요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 것 같다. 이미 세월은 흘렀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철조망을 볼 때마다 아직도 전쟁은 진행 중이다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가, 나, 다 군으로 이루어진 포대와 파 수청터, 손돌 묘까지 한 번에 돌아보는 트레킹 코스로 되어 있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돈대로 올라가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