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민 Oct 20. 2020

경기 유랑 연천 편 5-1 (신탄리 역)

연천의 종점

열차의 마지막 목적지 종점(終點)....... 어렸을 때부터 항상 열차나 버스를 탈 때마다 여기의 종점은 어디인가 하고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끝나는 지점에 대한 환상과 기대감을 가지고 시간이 남는 걸 핑계 삼아 버스 끝까지 안 내리고 차고지까지 가본 적도 있고, 지하철 마지막 역에서 내려본 적도 있지만 끝의 풍경은 평범한 차고지와 인적이 드문 교외 지일뿐 특별할 게 없는 정경이라 실망감과 허탈함만 남은 채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어느덧 대학시절이 되어 우연하게 지하철 1호선 노선도를 본 순간 종점을 찾아 떠났던 옛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었다. 무려 서울을 넘어 경기도의 거의 끝인 동두천의 소요산에서 시작해서 충청남도 천안과 아산을 지나는 1호선의 엄청난 길이에 도전을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이다. 마침 종점역이 소요산이라 소요산 등산 겸 해서 1호선의 종점을 향해 출발했다.

소요산 등반을 가는 수많은 인파와 함께 소요산역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그런지 종점의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금세 여기가 진정한 종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여기는 1호선의 종점이지만 경원선 통근열차의 2번째 역이기도 했던 것이다. 바로 전역인 동두천역에서 시작하는 통근열차는 여기 소요산역까지 1호선 역과 선로를 공유하다가 소요산을 지나 전곡, 연천, 신탄리까지 이어진다. 1시간에 1번만 다니는 통근열차라 고민을 조금 했었지만 종점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등반을 포기하고 신탄리행 열차를 타기로 했다.

30분의 기다림 끝에 통근열차를 타니, 전철과는 확실히 시골지역을 지나가는 열차라 그런지는 몰라도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어르신들이 탑승을 했었다. 나는 큰 보따리를 내려놓은 어르신과 마주 보면서 앉아있었다. 승차감이 요란했고, 속도도 그리 빠르진 않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은 적어지고, 점점 도회지의 풍경이 사라져 가면서 내가 생각했던 종점의 이상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개를 창가에 기대며 바깥경치를 지켜보며 조용히 사색에 잠기고 있던 나에게 혼자 가는 젊은 사람이 신기했던 나에게 어르신은 조용히 나에게 대화를 걸어왔다. “저기 학생 여기 요구르트와 옥수수 한 번 먹어봐” 마침 허기가 졌던 나로서 이러한 제의가 싫진 않았다. 삶은 옥수수와 요구르트를 마시며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종점인 신탄리역에 도착했다.

역에 내리자마자 앞에는 고대산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조그마한 간이역과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한 시원한 공기 모든 것이 너무나 상쾌한 느낌이었다. 지금은 조금 더 북쪽인 백마고지까지 역이 연장되었지만 민통선 남쪽 끝에 있는 신탄리역이 너무나 좋았다. 내가 생각한 종점에 드디어 왔다.

조금 더 내가 갈 수 있는 위쪽으로 최대한 올라가 본다. 낡은 철도 종단점의 표지판이 눈에 아른거리면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예전에는 신탄리역을 지나 금강산, 원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중간 역이었지만, 이제는 여기서 걸음을 멈춰야만 한다. 소원을 매달아두는 탑에서 나의 소중한 소원을 적어 걸어둬 본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현재 나의 소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언젠가 이 열차를 타고 금강산까지 가기를.....”


작가의 이전글 경기 유랑 연천 편 4-2 (숭의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