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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Oct 21. 2020

경기 유랑 연천 편 5-2(연천역)

연천의 종점


현재 기억을 다시 살려 신탄리역에 왔었지만 아쉽게도 열차는 현재 운행하지 않는다. 2019년 4월 1일부터 전철이 소요산을 지나 연천역까지 전철공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동두천에서 운행하던 통근열차의 운행이 중단되었다. 전철이 완공되어도 통근열차의 운행보다는 서울로 운행하는 dmz트레인만 이루어질 예정이라 열차의 정겨움은 나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지도 몰라 그런 상황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이번엔 방향을 남쪽으로 틀어 연천역으로 내려갔다. 연천을 여행하면서 연천읍내는 이번에 처음 오게 되었다. 사실 연천은 군청 등 주요 관공서가 연천읍에 위치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람이 제일 많고 번화한 동네는 연천읍이 아닌 남쪽의 전곡읍이다. 바로 그 전곡리 선사유적지가 위치한 지역이다. 그래도 만만치 않은 내공의 연천역이 자리하고 있어 찾아가 보는 핑곗거리를 만들게 되었다.

지금은 잠시 운행을 중단한 연천역이지만 멀리서부터 거대한 공장의 굴뚝같은 조형물이 나의 눈길을 끌게 했다. 연천읍의 한 복판에 있는 역이지만 그리 크지 않는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역 특유의 정겨움과 함께 구석구석마다 관리하시는 분들의 정성이 느껴져서 무척 좋았고 증기기관차가 달리는 모습이 역 한쪽에 벽화로 그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이역을 기억하고 있다.

역에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높은 굴뚝의 정체는 급수탑이다. 연천역의 급수탑은 문화재로 지정되어있어, 급수탑을 중심으로 공원을 만들어 많은 관람객들이 편하게 방문하고 있는데 금수 탑은 1919년 인천과 원산의 중간지점인 연천역에 세워졌고, 1950년대까지 사용하다가 금수 탑의 필요성이 줄어서 사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지금도 연천역의 명물로 남아있다.

급수탑은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로서 급수를 위해 우선 우물의 물을 급수탑 바로 옆에 있는 급수정으로 모으고 펌프를 이용하여 급수탱크까지 올리게 되고 열차가 지점에 오게 되면 주유소에서 연료를 공급하는 것처럼 급수탑에서 물을 보충하게 되는 것이다. 증기기관차가 점차 사라지게 되면서 급수탑의 쓰임새는 점차 사라져 갔지만 현재에는 증기기관차와 함께 전시되어있어 예전에 증기기관차를 탔던 분들은 그때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고, 젊은 세대들은 이색적인 체험 장소와 역사의 체험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인근에 공사 중인 새로운 연천역이 건설되고 나면 이젠 역으로서 수명은 끝나게 되고,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철거될지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론 무작정 역을 없애기보단 하나의 철도를 테마로 한 문화공간으로 남겨두어서 예전에는 철원을 지나 금강산, 원산을 갔던 선조들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만들어 두면, 통일에 대한 열망이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금 해 본다. 연천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남긴 채 마지막 걸음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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