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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Nov 08. 2020

경기 유랑 고양 편 4-3 (일산 호수공원)

신도시의 명(明)과 암(暗)

일산 신도시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있을까? 일산 신도시를 안가본 사람들도 일산의 명물 하면 일산의 호수공원을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요즘 신도시의 대부분이 호수공원을 하나씩 조성했지만 90년대 중반만 해도 도시 한가운데 거대한 호수공원을 조성하는 일은 공간을 낭비하고, 외지 사람들의 일탈현장으로 쓰일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반대하는 일도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호수공원이 만들어지면서 일산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메김하고, 이후 호수공원의 롤 모델이 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일산 신도시 남쪽에 걸쳐 거대한 규모로 뻗어 있으면서 개장당시 동양에서 가장 큰 호수공원이란 타이틀을 달기도 했고, 실제로 산책로의 길이가 4.9km정도로 아주 긴 거리라서 걷는데 꽤 긴 시간이 걸리는 만만치 않은 공원이다. 일산신도시의 구조를 보면 남북으로 정발산과 일산문화공원을 거쳐서 호수공원까지 자연을 컨셉으로 한 주제로 설계되어있고, 동서로는 라페스타와 웨스턴 돔이 있는 상업시설로 횡으로 뻗어있는 구조인데, 그동안 일산을 회사로 다니고 있는 필자지만 직접 도시탐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루 날을 잡고, 직접 발로 일산의 도심을 하나하나 밟아가며 본격적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일산 호수공원이 시작되는 고양꽃전시관에 차를 대고 서서히 걸어가 본다. 그동안 호수공원을 지척에 두고도 시간 핑계, 일 핑계를 대며 가보지 못한 부끄러움이 있었다. 솔직히 단지 공원인데 뭐가 특별할게 없을 거란 생각도 있었고, 일이 끝나면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과 일터 근처엔 얼씬도 하고 싶지 않은 여러 가지 심경이 복합적으로 겹쳤는데, 막상 와보니 그동안 내가 왜 오지 않았는지 부끄러운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풍경이었다.

이런 저런 후회는 뒤로 하고 박람회장으로 쓰이는 꽃 전시관을 먼저 들어가 보았다. 매년 고양에서는 세계 꽃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역병으로 취소가 되었고, 덕분에 내부는 텅텅 비었지만 부설로 운영하는 북카페가 있어 그 발걸음이 헛되지 않았다. 총 2층으로 구성되었는데 계단에 앉아서도 보고 룸처럼 만들어진 자리에서 보기도 하고, 2층에 위치한 카페에 올라가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탐독의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아뿔싸! 1시간이 후딱 지나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보통 시내를 걷다보면 도로 중앙에는 차가 그 자리를 지배하고 있고, 우리가 걷는 좁은 인도에서는 수시로 자전거와 킥보드, 심지어 오토바이까지 비집고 들어와 늘 긴장을 유지하면서 다녀야 한다. 한순간이라도 멍을 때리거나 다른 생각을 하다보면 간발의 차이로 나의 어깨를 스쳐 지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수공원에서의 주인은 우리 인간이다. 간만에 물가를 한없이 멍하게 바라보며 술술 불어오는 바람도 느껴보고 하늘도 처다보고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감상한다. 확실이 연륜이 오래된 공원이라 그런지 다른 호수공원보다 고목들이 많고, 숲이 훨씬 우거져 아름다움이 훨씬 깊어진 느낌이다.

새로운 맛집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지만, 세월을 간직한 노포의 존재는 이기기 어렵듯이 일산 호수공원이 흘러간 세월만큼 그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져 일산, 더 나아가 고양의 도시의 일부가 되어 그 도시를 다채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호수 중간 중간에는 선인장 전시관, 작은 동물원, 전통정원등 다양한 명소들이 중간중간 우리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산책을 하면서 보이는 호수의 모습은 각도에 따라 높낮이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기에 우리의 눈을 끊임없이 잡아두고 있는 것 이다.

혹자는 일산 신도시가 시간이 흐르면서 낡아지고, 서울과의 꽤 거리도 길어서 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평할수 있지만 일산호수공원 하나의 존재 만으로도 살기 괜찮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호수공원의 마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방향을 북쪽으로 틀어 신도시 탐방을 계속 이어나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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