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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Nov 05. 2020

경기 유랑 고양 편 4-2 (밤가시 마을)

신도시의 명(明)과 암(暗)

예전부터 밤나무가 많아 율동(栗洞)이라고 불리기도 했었고, 흔한 마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단독주택단지가 많아 <<신기한 tv 서프라이즈>>의 주 촬영장소로 애용되고 맛집과 세련된 카페가 있는 밤가시마을을 먼저 떠나보려고 한다. 얼핏 보면 단독주택단지와 그 앞에 주차되어 있는 외제차들을 보며 단순하게 부촌이구나 생각할 순 있지만, 주택단지를 지나 밤가시공원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세련된 인테리어의 가게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한다.

화려한 간판과 눈에 띄게 하는 쇼룸도 없어 보이지만 마을 전체에서 풍기는 차분한 인상과 멋스러움이 더해져 특별한 목적없이 마을을 걷기만 해도 정말 좋을 정도로 그동안의 핫플레이스와는 다른 인상을 주었다. 망리단길, 경리단길처럼 이 장소를 밤리단길이라고 부르지만 다른 번화가와 다르게 조용한 이 느낌이 마음에 든다.

밤리단길을 천천히 돌아보다가 이 마을의 상징적인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 밤리단 버거 집에 먼저 발을 딛게 되었다.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 몇 번을 맴돌다가 한쪽 구석의 조그만한 팻말을 보고 겨우 들어오게 되었는데, 수제버거는 꽤 괜찮았고, 특히 고구마 튀김도 맛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놀라웠던 사실 중 하나가 입구 한쪽에 쌓여 있던 밀가루 포대와 빵을 굽는 오븐이 버거집 답지 않게 쌓여있다는 점 이다.

햄버거에서 번이란 존재는 단순히 패티를 덮는 빵일지도 모르지만 번의 맛에 따라 햄버거 전체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맥도날드 햄버거 번의 교체로 알게 되었다. 특히 여기는 번을 위해 직접 제빵을 한다고 하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사실처럼 사소한 포인트에 감동을 먹었다. 좋은 추억을 안고 마을 거리를 천천히 산책해 본다.

밤가시 마을에는 비버리힐스를 연상시키는 주택도 있고, 트렌디한 맛집과 카페도 군데군데 눈에 띄지만 상징적이고 가장 오래된 건물을 바로 언덕 위에 솟아있는 초가집인 밤가시 초가다. 세련된 주택단지 사이에 한옥양식의 문이 눈에 띄고,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제단 같은 조그만한 언덕위에 조그만한 초가집이 눈에 들어오고 그 언덕을 걸어 올라가면 밤가시 마을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과 함께 가을의 정취가 한 눈에 느껴진다. 밤가시 초가는 밤나무로 만든 초가인데 지붕 모양이 도넛형태로 가운데가 뻥 뜷려 있다, 가운데 자리에는 홍수 피해를 방지하고자 웅덩이를 깊게 판 것이 인상 깊었는데, 안마당 위로 똬리 모양의 지붕이 열러 있어 하늘을 바라보면 지붕 선으로 이어지는 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아파트만 가득했던 일산신도시에 이러한 문화재가 지금도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조금은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밤가시 거리와 연계되어 하나의 문화벨트로 창조되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좋은 기억을 안고 마을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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