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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Nov 22. 2020

경기 유랑 강화도 편 3-2(강화 성공회 성당)

강화읍, 강화도의 중심

초입부터 만만치 않은 역사의 숨결들을 살펴보며 강화 여행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갈지 즐거운 고민을 해본다. 언덕 너머엔 한옥으로 만든 성당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보통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성당의 이미지랑 완전 이질적인 느낌이라 마치 산사를 방문하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언덕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사찰의 입구에 오는 것처럼 한옥모양의 외사문을 통해 성당의 경내로 진입하게 된다.

외사문에는 태극 문양의 바탕에 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어, 여기가 기독교 성당임을 알게 해 주는데, 이 성당은 가톨릭 성당이 아니라 영국에서 유래한 성공회 소속의 성당이다. 성공회는 16세기 유럽에 들불처럼 번진 종교개혁 당시 영국에서 가톨릭에 저항해 생긴 영국 국교회가 해외에 선교하면서 성공회로 불렀다. 가톨릭이나 다른 개신교처럼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서울 시청에 있는 성공회 성당은 아름다운 성당으로 입소문이 나 지금은 서울 정동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고, 특히 강화도에는 성공회 성당이 적지 않은 수가 자리 잡은 걸로 알고 있다.

1897년에 현 위치로 자리 잡은 뒤로 1900년에 완공된 강화 성공회 성당은 외부는 전통 한옥 양식이지만 내부 모습은 고대 로마의 바실리카 양식을 채택하여 더욱 신기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특히 내부로 들어가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 의자들과 천장의 샹들리에 한옥의 지붕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독특한 느낌을 주는 성당 내부에서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져 본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성당이라 그런지 바라보는 강화읍의 풍경이 정말 훌륭했다. 높은 건물이 별로 없고, 용흥궁 주변으로 공원터를 닦아놔서 그런지 탁 트인 경치는 오랜만에 느끼는 시원한 감정이랄까....... 성당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해본다. 성당이지만 건물뿐만 아니라 경내 여기저기에서 이질적인 요소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주로 절에서나 볼 수 있는 범종이 걸려 있었고, 불교를 상징하는 보리수나무가 100년 전부터 자라고 있다. 성직자들이 생활하는 사제관도 한옥으로 지어지면서 십자가만 아니면 도저히 성당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독특한 장소다. 성당을 둘러보며 이런 사례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서 종교 화해의 물꼬를 틀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언덕길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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